불황이 닥치면 기업에서 내놓는 단골 메뉴가 있다. 월급 동결하고상여금 반납, 출장 안가기, 하나 건너 불끄고 에어컨 히터 안쓰기,사무용품 아껴 쓰기, 근무시간 연장하고 휴일 반납하기 등. 그러면그동안 필요없는 출장을 갔다는 얘긴가, 너무 밝게 해놓고 근무를했다는 것인가, 근무시간이 짧아서 할 일을 못했다는 것인가. 어둡게 하고 춥거나 덥게 하고 근무를 오래하면 생산성이 좋아진다고생각하는 어처구니없는 얘기다. 마치 실력은 없더라도 시험시간만많이 주면 시험을 잘 볼수 있다는 그런 발상이다. 가동시간에 비례해 산출물이 많아진다는 원시적인 생각을 읽을 수 있다.우리 나라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외국기업에 들어간 친구에게 어떠냐고 물어 보았다. 근무시간은 나인 투 파이브(9시부터 5시까지)에토요일과 일요일은 쉬지만 강도는 3배 되는 것 같단다. 근무시간은짧지만 접속시간은 길다는 그런 표현을 한다. 휴일에도 수시로 회사 네트워크에 접속해서 메일도 확인하고 필요하면 처리를 해야 한단다. 외투법인에 근무하는 사람들 누구에게 물어 보아도 하나같이우리 기업에 비해 근무 강도가 높다는 얘기를 한다. 도대체 어영부영할 시간이 없단다. 반면 우리 기업들은 대체로 근무시간은 긴 반면 근무 강도는 약하다고 할수 있다. IMF 이후 그렇지 않아도 길었던 근무시간이 더 늘어났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친구들을 만나려면저녁 8시는 넘어야 한다. 하지만 얘기를 들어보면 일보다는 쓸데없는 일에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다.미국 로펌에 근무하는 변호사 친구가 이런 얘길 했다. 자신들은 프로젝트가 생기면 소요시간(man day)을 계산하여 직원에게 준단다.20시간 짜리 프로젝트를 시간 안에 못 끝내면 그것은 감점요인이되는 것이다. 당연히 주어진 시간 안에 끝내려고 최선을 다하게 되는 것이다. 늦게까지 일한다는 것은 무능의 상징 일뿐 그 이상도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반면 우리 기업의 상황은 어떤가. 근무시간 내에 무엇을 하는지에대해서보다는 몇시까지 회사에 남아 있었느냐에 신경을 집중한다.그것에 대응하는 직원들의 반응은 어떨까. 할 일은 정해져 있는데효율적으로 일해봐야 소용없다고 판단한 직원들은 낮 시간을 최대한 활용한다. 전화통 붙잡고 늘어지기, 동사무소 가서 서류 떼기,치과 가기, 커피 마시면서 사람들과 잡담하기. 이런 조직에 보스가출장이라도 가는 날이면 이것은 완전히 휴일이 되는 것이다. 이런문화가 자리잡은 기업에서 효과성과 효율성을 따진다는 것 자체가허무한 일이다. 믿기 어렵겠지만 이런 것이 지금 한국 기업의 현실인 것이다.경영이란 사람들을 이용해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따라서 가장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것이다. 그들이 진정으로 중요시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그들이 힘들어하는 대목은 어떤 것인지,어떻게 해야 동기부여가 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근무시간에 따라 기업이 발전했다면 세계적인 기업이 수십개는 탄생했을것이다. 혹자는 그래도 그만큼 열심히 했기 때문에 이 정도 사는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지금까지의 경우이지 더 이상은 아니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근무시간으로 평가할 것인지 아니면 일의 결과와 질로 사람을 평가할 것인지 판단할시점이 왔다. ibshkt@i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