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에는 타협이 없다」.남동공단 소재 유닉스전자에 붙어 있는 구호다. 적당히라는 말은통하지 않는다. 세계 최고라는 인정을 받지 못하면 해외시장은 물론 국내에서도 발을 붙이지 못한다는 단호한 의지가 배어 있다.면도기 청소기 커피메이커 모발건조기(헤어드라이어) 등 덩치가작은 전기 전자제품을 소형가전이라고 한다. 국내 소형가전시장은대부분 필립스 브라운등 다국적 기업에 의해 장악됐다. 국내 가전업체들도 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가 힘들다고 판단해 점차 손을 떼고 있다. 소형가전 제품중 거의 유일하게 국내업체가 주도하는 품목이 있다. 헤어드라이어다.이 제품은 유닉스전자가 시장의 약 28%를 차지해 선두를 달리고있다. 이어 국내 군소 메이커들과 필립스 브라운 등이 추격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유닉스전자의 헤어드라이어는 세계에서 품질기준이 가장 까다롭다는 일본에 1백만달러어치가 수출되는 것을 포함해 미국 동남아 등지에 연간 2백50만달러어치가 선적된다.일본으로 나가는 헤어드라이어는 대부분 가정용으로 팔려 출근길이바쁜 직장 여성들의 머리를 말리는 역할을 한다. 일본은 자타가 공인하는 가전 왕국. 외산이 이 시장에서 발을 붙이는 것은 매우 힘들다. 그럼에도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국내시장을 든든히지키면서 해외시장을 열고 있을까.◆ 일본 헤어드라이어시장도 점령이충구 회장(58)이 유닉스전자를 설립한 것은 78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서 공장 한켠을 빌려 간판을 달았다. 성균관대를 나와로케트전기에서 일하던 그는 독립후 첫 생산제품으로 헤어컬을 선택했다. 이는 직장생활중 만난 일본의 지인들이 추천해준 품목. 당시 일본은 헤어컬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헤어드라이어에둥근 빗이 달린 이 제품은 바쁜 여성들이 미장원을 가지 않고도 짧은 시간 안에 머리모양을 낼수 있는 제품. 이어 헤어드라이어도 생산했다.헤어드라이어는 얼핏 보기엔 아주 간단한 제품이다. 속에 열선을넣어 가열한뒤 바람을 불어내면 된다. 하지만 막상 사업을 시작하니 그게 아니었다. 우선 부품이 무려 70가지나 들어갔다. 모터 코드 스위치 히터 팬 바이메탈 퓨즈 등. 게다가 모델별로 금형을 만들어야 돼 투자비도 많이 들었다. 제 성능을 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만드는 제품마다 바람의 세기와 양이 달랐고 어떤 때는 히터가달궈져 드라이어 몸체가 녹기도 했다. 팬이 돌아가는 소리는 옆방에서 들어도 시끄러울 정도였다. 이런 식으로 만들어서는 도저히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고 판단했다. 물론 싸구려 제품으로 국내에서 몇개 팔수는 있겠지만 수출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제품 몇개를일본에 샘플로 내보냈더니 박스도 뜯어 보기 전에 포장이 잘못된것을 지적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심지어 박스 외부를 묶은 끈의 간격이 일정하지 않다든지 설명서가 같은 방향으로 담겨져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국기업으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것을 트집잡았다.이회장은 어떻게 품질을 올리고 마무리를 해야 할지 알수 없었다.고민하던 차에 한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일본 오사카의 요도가와사를 찾아갔다. 이 회사로부터 부품을 수입해와 사장인 후쿠야마몬류씨와 잘 알고 지내던 터였다. 몬류 사장은 한국기업에 대단히호의적이었고 이에따라 단순한 사업관계를 넘어 인간적으로도 돈독한 교분을 맺은 상태였다. 이회장은 자사 직원들에 대한 연수를 정중하게 부탁했고 그는 기꺼이 허락했다. 이때부터 직원들의 일본연수가 시작됐다.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직원 대부분이 연수를 받았다. 기간은 한사람당 일주일에 불과했지만 그들이 느낀 점은 많았다. 우선 공장의 청결 정리정돈에서부터 제품생산의 끝마무리와 포장에 이르기까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일하는 모습은 감명을 줬다.92년에는 마쓰시타 계열의 사토라이트사와 합작법인을 만들어 기술을 습득했다. 5년간에 걸친 합작은 기술력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여기에 국내시장이 다국적기업에의해 장악되는 모습을 목격한 종업원들의 분발이 가세했다. 이제는일본업체들로부터도 일본제품보다 낫다는 평을 들을 정도가 됐다.이회장은 단순한 제품으로는 타사 상품과 차별화할 수 없다고 보고새로운 기능추가와 아름다운 디자인 개발에 역점을 뒀다. 특허를출원한 이온헤어드라이어도 이런 맥락에서 탄생한 것. 이 제품은화산재를 화학처리해 헤어드라이어 내부에 코팅한 것. 이를 통과해나오는 바람은 음이온을 발생시킨다. 정전기가 생기지 않으며 머리결을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고 회사측은 설명한다. 게다가 온도를10% 높일 수 있고 바람도 강해진다는 것. 헤어컬 역시 품질을 높이기 위해 빗부분은 빳빳한 돼지털을 사용하고 있다. 플라스틱제품은 고온을 견디지 못하고 구부러지기 때문.헤어드라이어와 헤어컬이 내수와 해외시장에서 인정받자 전기면도기 헤어롤 가스고데기 등을 만들기 시작했다. 제품의 디자인에도투자를 많이 해 이들 제품중 전기면도기는 이탈리아에서 디자인상을 받기도 했다. 생산제품은 총 10종 70개 모델에 이르며 작년매출은 1백40억원에 달했다.『그동안 소형가전제품을 중심으로 경영해왔으나 이제는 건강관련제품 쪽으로 시장를 넓힐 생각』이라고 이회장은 포부를 밝힌다.예를 들어 핸드마사지기 발마사지기 의자안마기 저주파물리치료기등이다. 핸드마사지기는 장시간 근무후 피곤한 어깨와 허리를 진동을 통해 풀어주는 기기. 의자안마기는 의자에 내장된 기기를 통해자동으로 안마를 해주는 장치다. 『중소기업이 국내외 시장을 개척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브랜드를 알리는 일입니다. 엄청난 투자가 들어가기 때문이지요.』외국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품질력은 세계 수준인데 자사 지명도와 브랜드만으로는 해외시장 개척에한계가 있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조만간 제휴의 결실을 맺을 것으로 예상하는 그는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살아 남으려면 기존방식만을 고집해서는 안되며 유연한 사고를 지녀야 한다고 강조한다.(02)3271-76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