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골프티 개발, 여한없어"머리속에 언뜻 스치는 아이디어를 상품화하는 것은 가시밭길 그 자체다. 실용화하기까지 수많은 밤을 하얗게 지새워야 하고 시제품또한 수없이 깨부숴야 한다. 실패의 쓰라림과 좌절은 모두 혼자 감내해야 한다. 성공하기까지 동반자는 없기 때문이다.가지고 있는 모든 것도 포기해야 한다. 깨부수기를 반복하다보면그동안 모아 두었던 재산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사람들은 이런 고행의 길을 걸어 보란 듯이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는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생활의 편리함은 이런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하고 또 발전을 하게 된다.라광물산 이민수대표도 이런 사람중의 하나다. 그는 버려지는 종이가루를 재활용한 「종이 골프티」를 개발했다. 이대표가 4년여의지난한 「자신과의 싸움」 끝에 개발한 종이 골프티는 기존 나무티나 플라스틱 티와는 차원을 달리한다.골프티는 몇번 사용하다 부러지면 버리는 소모성 용품이다. 이런탓에 어느 골프장 할것없이 티잉그라운드 부근에는 부러진 골프티들이 널려 있다. 골프장들은 라운딩이 끝난 뒤 이를 일일이 수거한다. 썩지 않아 그대로 방치해둘 경우 미관상 좋지 않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대표가 개발한 종이골프티는 이런 번거로움을 해소했다.환경친화형 골프용품이기 때문이다. 골프티내에 완전 생분해성수지를 넣어 일정시간이 지나면 썩어버린다.이와함께 종이티는 기존 나무티나 플라스틱티보다 부드러운 샷을가능케한다고 이대표는 말한다. 재질이 종이인탓에 임팩트시 거의저항이 없다는 것이다. 이대표가 개발한 종이골프티의 이같은 장점은 공인기관으로부터 검증을 받은 상태다. 발명특허기술평가기관인한국생활용품 시험연구원으로부터 지난해 10월 기술성 우수 판정을받 았다.골프클럽 한 번 잡아보지 않은 이대표가 다소 이색적인 종이골프티개발에 뛰어든 것은 지난 92년. 사실 그는 종이골프티개발에 뛰어들기전 서울시 문래동에서 잘나가는 철강도매상이었다. 주로 수입철강재를 취급했는데 당시 경기가 좋아 물건을 갖다 놓기가 무섭게팔렸다.『납품을 하러 다니다 출판사 등에서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폐지가 그대로 버려지는 것을 보고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폐지를이용한 제품을 만들면 환경도 보호하고 자원도 재활용하는등 경제적 효과 또한 만만찮을 것으로 보이더군요.』아이디어를 아이디어로 간직하지 않고 구체적으로 제품을 만들어보자고 결심하면서 그의 고행은 시작됐다. 종이가루를 이용한 사업아이템으로 골프티를 선택하게 된 것은 골프연습장을 운영하는 친척의 권유에 의해서였다. 이 친척은 미국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종이골프티 사용을 권장하고 있고 앞으로 자원재활용 제품에 대한 전망은 좋은 편이라며 이대표의 용기를 북돋웠다.그러나 개발과정은 험난하기 그지 없었다. 금형만들기가 제일 어려웠다. 나무티를 가져다 알고 지내던 금형업자에게 보여주고 제작을의뢰했으나 원하던 금형은 나오지 않았다. 한개에 4백50여만원하는금형을 10여개 버리고 심지어는 3천2백여만원짜리 금형 2개를 버리는 우여곡절 끝에 금형은 완성됐다.그렇다고 종이티 개발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한 고비를 넘긴데 불과했다. 제품의 핵심성분중 하나인 생분해성수지는 이래화학의 도움을 받아 해결했다. 그러나 종이티의 적정강도 유지를 위해 종이가루와 생분해성수지를 어떤 비율로 섞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반복된 실험으로 지문도 없어져실용화된 제품이 없는 탓에 이대표 자신이 찾아내는 수밖에 없었다. 종이가루와 생분해성수지를 서울 도림동 집에다 쌓아놓고 일일이 손으로 성형을 해가며 적정혼합비율을 찾아내는 실험을 거듭했다. 이 과정에서 그의 손가락끝은 물집이 하루가 멀다하고 잡혔고지문 또한 거의 없어져 버렸다.종이티의 1백% 썩는 것도 철저히 점검을 했다. 그는 집에다 수십개의 화분을 갖다놓고 생분해성수지를 어느 정도 분량으로 섞어야 가장 잘 분해되는지 과정을 일일이 살폈다. 종이티의 장점은 그것이곧바로 썩는 것으로 이것이 제대로 안될 땐 그의 꿈은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었다. 이대표는 수없는 실험을 거듭한 끝에 종이티 개발이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성취감은 뭐라 표현할수 없었다. 그러나 이에따른 손실도컸다. 사채를 끌어다 개발비용을 충당하는 바람에 6억짜리 집은 경매에 붙여져 3억5천여만원에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 버렸다. 철강재도매점또한 납품업체로부터 받은 어음이 부도나는 바람에 다른 사람에게 넘겨줘야 했다.『집이 경매로 헐값에 넘어갈 땐 정말 살고 싶은 마음이 없었습니다. 이 와중에서 집안 친척들 또한 괜한 일벌려서 고생을 사서 한다며 야단을 칠 땐 정말 죽을 맛이었습니다.』이대표는 종이티 개발하느라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등 가진 것을 다잃었지만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원 재활용 제품 개발에 성공한데다 친인척등 주변 사람들또한 더 이상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기 때문이다.이대표의 고행을 보상해주는 요인은 또 있다. 지난해 10월 경기도화성군에 50평짜리 조그만 공장을 마련, 월 1백만개의 종이티를 생산해 본격시판에 나서고 있는데 국내외업체로부터 의외로 반응이좋은 것이다. 이대표는 『미국에 있는 바이어에게 시제품을 보냈는데 최근 반응이 좋다는 연락이 왔다』며 환경친화형 골프티에 대한관심은 미국쪽에서 더 높은 것 같아 앞으로 수출에 주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국내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올해초부터 국내 주요 골프용품업체와백화점 골프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데 종이티의 장점을 안 골퍼들이 자주 찾고 있다는 것이다. 골프장을 상대로 한 마케팅을 올한해중점적으로 펼쳐 종이티붐을 일으켜 보겠다는 이대표는 『종이티가우리나라에서 폐지 등을 이용한 자원재활용사업에 관심을 높이는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