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는 기존의 실물 상거래보다 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분야다. 건물을 지어놓고 장사할 때는 가격이 좀 더 비싸거나 불친절하더라도 소비자들이 참으며 상품을 구매해 주었다. 그러나 전자상거래는 상황이 다르다. 가격이 조금만 비싸거나 서비스가 안좋으면 곧바로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실물상거래에서는 이 상점에서저 상점으로 이동하는 것이 불편하고 힘들지만 전자상거래에서는마우스 클릭만으로 간단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쇼핑몰의가격을 비교해주는 전문적인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수백개의 쇼핑몰들의 상품을 검색해 가격을 비교해준다. 소비자는 가장 싼 곳을선택해 들어가면 그만이다.아직 국내에선 쇼핑몰간 경쟁이 치열하지는 않지만 전자상거래가본격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미국에서는 쇼핑몰간 가격경쟁이 상당히치열하다. 최근 컴퓨터전문 인터넷쇼핑몰인 온세일은「원가판매(at Cost)」서비스를 선언했다. 제조업체나 도매상에서구입한 가격 그대로 소비자에게 공급하겠다는 가격전략이다. 이 회사는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상품구입가와 판매가격의 차액에서발생하는 이익을 포기한 것이다.대신 싼 가격에 매력을 느낀 소비자들이 이 회사의 쇼핑몰에 몰리면 광고를 유치하거나 판매수수료를 받을 계획이다.바이콤(Buy.com)이란 회사도 온세일과 비슷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오히려 바이콤은 온세일보다 판매품목이 광범위하다. 온세일은컴퓨터판매에만 특화한 반면 바이콤은 서적 음반 비디오 등까지 판매한다. 비록 이들 업체들이 구입원가대로 판매할지는 확인할수 없지만 인터넷쇼핑몰간 가격인하전쟁에 돌입한 것만은 틀림없다.이런 가격전쟁은 미국내 주식투자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폭등하던인터넷주가가 흔들릴 정도다. 지나친 가격경쟁으로 인터넷기업들의수익성이 악화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인터넷기업으로 꼽히는 야후를 비롯 인터넷경매업체인 이베이(eBay)의 주가까지8~15% 가량 떨어졌다.◆ 고객과 쇼핑몰간 유대감 형성물론 이러한 가격전쟁이 인터넷쇼핑몰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월마트나 코스코 노드스트롬 같은 기존의 대형소매상들에도적지않은 파장이 미치고 있다. 소매유통시장은 기본적으로 제로섬게임이라 누군가 소비자를 끌어들이면 어느 누군가는 반드시 시장에서 밀려나기 마련이다.쇼핑몰간 경쟁은 가격인하전쟁에 그치지 않는다. 소비자들을 자사의 쇼핑몰로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전략이 구사되고 있다.지난 1월 25일 한국오라클에서 전자상거래토론회가 있었다. HP 썬마이크로시스템 컴팩 등 전자상거래 시스템공급업체 뿐 아니라 삼성물산과 대홍기획 등 인터넷쇼핑몰을 운영하는 업체에서도 참석했다. 이날 토론에서 참가자들은 『싼 가격만으로는 소비자들을 인터넷쇼핑몰로 끌어들일 수 없다』는데 의견을 모았다.삼성물산 인터넷사업팀 정선기과장은 『1만개의 상품중 1천개 정도는 전략적으로 어느 정도의 손실을 감수하면서 소비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싼 가격에 공급할 수 있지만 모든 상품에 저가전략을 적용하다가는 자칫 쇼핑몰의 근간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과장은 가격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것은 소비자와 쇼핑몰간의 신뢰형성이라고 강조했다.고객의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하는데 핵심은 고객과 쇼핑몰간의 유대감형성이라는 것이다. 특히 손님 개개인이 대접받으려하는 한국적인 상황에서 더욱 그러하다. 가격이 조금 비싸도 나를알아주는 곳으로 이동하기 마련이다.정과장은 『웹을 통해 물건을 판매하지만 동시에 콜센터를 통해 구매고객과 직접 의사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두는게 필수적』이라며 『적지 않은 쇼핑객들이 웹상에서 실제 구매하기 전에 전화로문의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구매하기 전에 신뢰를 형성하는 과정인 것이다. 이런 식으로 쇼핑몰과 소비자사이의 신뢰가 형성되고 단골관계가 유지될 때 지속적인 고객이 되는 것이다.인터넷쇼핑몰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편의성 제공도 뺄수 없다. 쇼핑고객의 편의성은 크게 두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속도와디자인이다. 좋은 디자인의 기준은 간편성이다. 가능하면 최소한의마우스 클릭만으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어야 한다. 인터넷쇼핑몰의디자인은 단순함이 성공하기 위한 결정적인 요소다. 마우스클릭 수가 많을수록, 복잡한 그림이 많을수록 쇼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미국의 칩시디(cheap-cds.com)는 웹디자인을 단순화한 모범적인 사례다. 칩시디는 불필요한 장식을 모두 없애 가장 싸게 파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전달하는데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록 이사이트가 정말로 가장 싸게 공급하는 것은 아니지만 단순화한 웹디자인의 모범사례인 것만은 틀림없다. 에미거(www.emigre.com) 역시직설적이고 사용하기 쉬운 사이트로 꼽힌다.그러나 쇼핑몰의 디자인을 그저 단순하게 만들기만 해서 고객에게편의성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쇼핑몰들은 심리학의 한 분야인 행동과학을 이용해 쇼핑하기 쉬운 사이트구축에 활용하고 있다.◆ 마우스 클릭 횟수를 줄여야패션몰(www.fashionmall.com)은 웹사이트에 접속한 고객들의 마우스클릭 과정을 모두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해 하나하나 분석했다. 이분석결과를 기초로 패션몰은 고객들이 쇼핑하기 쉽도록 디자인을전면적으로 재구성했다.패션몰은 고객들의 마우스클릭 추적을 통해 고객들이 가장 빈번하게 찾는 메뉴와 그렇지 않은 메뉴를 구분했다. 고객들이 자주 이용하지 않는 메뉴는 그만큼 사용하기 어려워한다는 것으로 보고 개선방법을 찾았다.이러한 마우스클릭 추적은 쿠키라는 조그마한 소프트웨어를 이용한다. 쿠키는 사용자의 각종 사용기록을 저장하는 기능이 있다. 사용자가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쿠키를 사용자의 하드디스크로 전송한다.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쿠키는 사용자가 어떤 사이트에 접속하는지, 접속해서 어떤 메뉴를 이용하는지, 그 메뉴에서 무엇을 주문했는지 등을 기록해 놓는다. 패션몰은 쿠키의 기록을 분석한 것이다.패션몰은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기초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구매한 내역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쇼핑바구니 메뉴를 항상 볼수 있기를 원한다는 사실이다. 쇼핑몰에는쇼핑바구니라는 기능이 있는데 일반적인 장바구니처럼 쇼핑한 상품의 내역을 저장해 놓는 프로그램이다.소비자들은 쇼핑중에 늘 자신이 어떤 상품을 구매했는지 알고 싶어한다. 따라서 자꾸 쇼핑바구니를 클릭하게 된다. 따라서 쇼핑바구니가 늘 화면에 떠 있으면 마우스 클릭수를 줄일수 있게 된다.패션몰의 벤 나라신 사장은 『마우스 클릭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소비자들은 상품구매를 줄이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