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모르는 일본기업 성장비결...'핵심사업 집중투자'로 위기탈출

사업철수. 일본기업들은 이를 곧 「경영의 실패」로 받아들였다.그래서 부진한 사업에서도 쉽게 손을 뗄수가 없었다. 부실사업을정리하지 못하면 기업이 통째로 부실화된다. 결국에는 문을 닫아야하는 사태로까지 몰리게 된다. 일본의 기업도산 건수가 지난해 사상 최대를 기록한 원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사업의 부실화이다. 버블때 문어발식으로 벌려 놓은 사업들을 그대로 방치했다가 결국 쓰러지고만 것이다.이제는 부실사업을 그대로 끌고갈 수있는 상황이 아니다. 부실을정리하지 않고는 경제의 글로벌화로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그렇다고 부실 사업을 잘라내버리는 것만으로 회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문제는 구조조정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그 답은 간단하다. 핵심사업에 집중해야 한다. 흑자를 내는 사업이라고 연연해서는 안된다. 흑자사업을 정리해서라도 핵심사업을 키워내야 한다. 대기업이라고 예외가 될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한마디로 오산이다. 하루라도 먼저 구조를 조정하는 기업만이살아남을 수 있다.◆ 히타치화성 TDK 코마쓰 ‘대표적’이의 대표적 사례가 바로 히타치화성공업 TDK 코마쓰이다. 이들 기업은 흑자사업에서 미련없이 손을 뗐다. 그리고는 전문분야에 투자를 집중했다. 그것도 불황이 심해지기 훨씬 이전에 구조를 조정했다. 전후 최악의 불황에도 전혀 끄떡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바로이 때문이다.매출 2천6백억엔 규모의 중견 화학회사인 히타치화성은 「사업구조재구축의 우등생」으로 통한다. 히타치화성은 버블이 막 붕괴되기시작한 90년대 초반부터 구조조정에 나섰다. 당시에는 아직까지 경기를 낙관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이대로 가면 다음 결산때 적자로 전락한다」는 경영기획실 보고가 제출된 것은 91년3월결산 직전. 그러나 그해 결산 실적은 아주 좋았다. 매출은3천1백47억엔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경상이익도 사상 3번째인81억엔을 올렸다. 경영은 순풍에 돛을 단 것처럼 보였다.그러나 속으로는 병이 깊어가고 있었다. 지난 2년간 인건비 설비투자 등 고정비가 1백50억엔이나 늘어났다. 전자부품재료 등 80년대중반부터 시작된 사업 가운데 상당수가 부실했고 90년8월 발생한걸프전쟁에다 달러강세로 석유관련 제품의 조달 코스트가 급등했다.91년6월 취임한 단노 다케시사장은 부실제품정리, 기초연구 일시동결을 선언했다. 1년안에 본사사원 4백명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약속대로 가정용 위성방송용 평면안테나 등 채산성이 떨어지는14개 품목을 1차로 정리했다. 이로써 매출은 줄어들었지만 이익률은 훨씬 높아졌다. 그러나 사업정리가 간단히 이뤄진 것은 아니다.어떤 제품을 정리하느냐가 가장 골칫거리였다. 단노사장은 「과거3년간의 매출 신장률 평균 10%이하」 「손익률(매출대비 경상이익률과 유사) 3% 이하」라는 기준을 마련했다. 「저수익제품소위원회」를 설립, 저수익 제품 선별기준, 생산계속 또는 포기, 사업양도 등 대책을 검토했다. 위원회는 92년부터 93년에 걸쳐 42개 품목을 저수익 제품으로 선정했다. 주문설계형 시스템키친, 소형카메라용 부품인 배선반 등의 생산을 중단했다. 가스급탕기는 OEM으로대체했다. 필라멘트와인딩파이프는 자회사에 넘겼다.그러나 뜻밖의 난관에 부딪쳤다. 개혁2년째인 94년3월 결산기의 경상이익이 59억엔으로 20%나 줄어든 것이다. 불황으로 인한 수요부진으로 매출이 10%(2백86억엔)나 줄어들면서 구조조정의 효과가희석되고만 것이다. 언론 등으로부터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단노사장은 냉정했다. 개혁이 없었더라면 히타치화성은 붕괴됐을 것이라고 맞받아쳤다.그의 개혁은 결국 성공했다. 히타치는 96년말에 미국 진단시약회사를 인수했다. 97년 여름에는 미국듀퐁과 합작으로 반도체표면 보호회사를 설립했다. 『축성 3년에 낙성 1일이라는 말을 잊지 말아야한다』고 단노회장은 강조한다.전자부품메이커인 TDK는 98년3월결산기에 사상 최대인 4천2백57억엔의 매출을 올렸다. 4백60억엔의 경상이익을 냈다. 연결매출도6천9백6억엔으로전기에 비해 12. 2%가 늘어났다. 3기연속으로 두자리수 증가를 기록했다. 불황으로 고전하고 있는 여느 기업들과는판이하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흑자 자회사를 매각한 사업구조 재구축 때문이다.◆ 난관 부딪쳐도 개혁 추진해TDK의 주력은 PC의 하드디스크에 수록된 정보를 읽기 위한 부품인자기헤드사업. 98년3월 결산기(연결기준)의 자기헤드를 포함한기록디스크 부문은 전기에 비해 48%가 늘어난 2천31억엔이었다.전체매출의 3할에 이른다.자기헤드사업이 이처럼 호조를 보일수 있었던 것은 알짜 자회사의매각 때문. TDK는 반도체메이커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본사를 둔자회사 실리콘시스템을 매각했다. 팔리기 직전인 96년3월 결산 때이 회사는 4억7백23만달러의 매출을 올려 1천2백21만달러의 당기순익을 냈다. 이런 실리콘시스템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연결 실적에 당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사에 매각키로 결단을 내렸다. 「중점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방침에 따라 반도체를 포기하고 대신 자기헤드를 선택한 것.TDK는 90년대 전반 버블붕괴 과정에서 실적이 급속 악화됐다. 93년3월 결산기의 매출과 경상이익이 전년에 비해 각각 10%, 43% 줄어들었다. 이를 계기로 「중점 분야에 집중 투자한다. 다른 분야는실적이 좋더라도 손을 뗀다」는 경영전략을 마련했다.TDK는 매각으로 마련한 1백84억엔을 자기헤드사업에 집중 투자했다. 설계개발인력을 배로 늘렸다. 중국 제2공장과 필리핀 신공장을조기에 완공, 가동에 들어갔다. 이를 계기로 실적이 다시 V자형으로 회복됐다. 「선택과 집중」이란 이념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있다.건설기계최대업체인 코마쓰는 흑자인 화성품사업에서 완전히 손을떼 구조재구축에 성공한 케이스. 코마쓰는 96년9월 PVC관 등을 생산하는 고마쓰화성을 세키스이화학에 매각했다.코마쓰는 경영 잣대로 주주자본이익률(ROE)과총자산이익률(ROA) 등을 선정했다. 아울러 건설기계 일렉트로닉스 엔지니어링 등 3부문을 핵심 사업으로 골랐다. 이외 사업에 대해서는 ROE 8%를 사업 존속 기준으로 설정했다. 고마쓰화성 매각은 바로 이 기준에 따른 것이었다.그렇다고 고마쓰화성을 서둘러 팔아치운 것은 아니다. 매력적인 물건으로 만드는 작업이 선행됐다. 저수익사업을 줄였다. 부실부문인가정용 욕조 학교용풀 등 의 매출비중을 4할에서 2할로 줄였다. 대신 고수익사업을 강화했다. 고수익품인 실리콘웨이퍼의 반송용 기사업을 강화, 97년3월 결산기에 5억∼6억엔을 벌어들였다. 구조조정을 마친 다음 PVC관 경쟁업체인 세키스이화학에 매각했다. 매각액은 70억엔에서 80억엔선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마쓰화성의 매각은 경영 환경이 나빠지기전에 미리 손을 쓴 것』이라는게 안자키사장의 설명이다. 94년3월 0.25%에 불과하던 코마쓰의연결ROE는 98년3월 결산기에 3.6%로 높아졌다. 화성품사업정리의덕을 톡톡히 본 것이다.코마쓰는 2001년3월 결산기에 연결ROE 10%, ROA 8%를 목표로 잡았다. 하기와라전무는 『정리 대상이 될 사업이 아직까지 수두룩하다』고 진단한다. 또한번의 사업 선택과 집중이 초읽기에 들어간것이다.일본에서는 불황으로 사업 철수 매각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최악의 불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구조 재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구조조정이 너무 늦은게 아니냐고 지적한다. 그렇다고 부실사업을 방치할 수도 없다. 언젠가는 반드시 정리돼야 한다. 일본의성공사례를 통해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분명하다. 그것은 바로 『부실정리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