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비싸도 품질 우수 급성장 ... 일본시장 공략 위해 준비중

「아, 사람은 이렇게 죽는구나」.서울 장안동 자동차 매매센터앞. 밤 11시쯤. 밤늦게 일을 마친 김대원씨는 차를 잡으려고 횡단보도로 내려섰다. 그 순간 달려드는택시에 튕겨 나갔다. 공중에 떠 있는 짧은 시간동안 섬광처럼 이런생각이 스쳤다. 그로부터 40시간이 지나서야 의식을 회복했다. 온몸은 만신창이였다. 무릎인대 파열, 무릎뼈 골절, 손가락뼈 골절등. 8개월 동안 병원신세를 지면서 세차례 큰 수술을 받은 뒤에야겨우 걸어 나올 수 있었다.병원에 누워 있으면서도 그의 머리속엔 오로지 코이어밖에 없었다.코이어는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야자나무 열매인 코코넛을 가공해뽑아낸 섬유질. 벤츠 BMW 등 최고급 승용차의 시트로 쓰이는 소재다. 탄력이 있고 질긴데다 통풍성과 방습성도 우수하기 때문.김씨는 남동공단에서 코코리아라는 회사를 경영하며 자동차 시트용으로 이를 납품하고 있었다. 사고를 당한 94년은 현대자동차에 납품을 시작한 때였다. 2년동안 까다로운 시험을 거친 끝에 합격했고신차종에 추가 납품키로 하는 등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던 때였다.그의 꿈은 자동차시트에 머물지 않았다. 이를 이용한 침대 필터 오일펜스 정수기 여자용 내의 등을 구상하고 있었다. 큰 사고를 당하고도 거뜬히 일어난 데는 코이어 관련 사업에 대한 열정이 중요한역할을 했다.96년부터는 침대 매트리스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매트리스는 스프링제품이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었다. 시장 규모는 무궁무진하다.한국만 해도 장롱 화장대 등 전통적인 가구제품 수요는 정체돼 있으나 침대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 분야에서 성공하면 사업은급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가 매트리스에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은 1백% 천연소재여서 장점이 많다는 판단 때문.◆ 브래지어 등 응용제품 구상중원료공급처인 말레이시아 코코인더스트리를 수시로 찾아 매트리스로의 활용방안을 협의했다. 야자 열매를 사용하기 때문에 혹시 세균이 번식할 가능성은 없는지 조사했다. 기우에 불과했다. 야자열매를 섭씨 1백80~2백70도로 가열해 멸균을 시키기 때문. 게다가 접착제로 생고무인 라텍스를 쓰는데 이를 펄펄 끓인뒤 코이어에 분사하기 때문에 이중으로 소독처리된다.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그는 원료를 수입해 공장에서 샘플을 제작했다. 넓적한 사각형 모양의 코이어를 여러겹으로 잘 배열한뒤 위에 순모로 커버를 씌우고 다시 순면으로 덮었다. 열처리된 코이어는 매트리스로서의 적당한 강도를 유지해 몸무게를 골고루 지탱했다. 또 천연소재만을 사용해 인체에 좋은 영향을 줬다. 무엇보다코코넛 열매에서 나오는 특유의 향기가 숙면을 도왔다.2년여 동안의 테스트 끝에 이 제품은 작년말부터 출시되기 시작했다. 매트리스 가격이 1백만원이 넘는 고가인데도 고소득층 중심으로 잘 팔려나갓다. 이미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25개의 매장을 확보했고 올해안에 전국적인 유통망을 갖추고 매장수를 50개소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일본 대만 홍콩 중국 등지수출도 추진중이다. 매트리스 매출목표는 올해 20억원, 3년내 1백억원으로 끌어 올릴 계획이다.매트리스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그동안 구상해왔던 몇가지 품목을 추가할 생각이다. 브래지어도 한 분야. 내부에 패드 대신 코이어를 삽입하면 통풍이 잘돼 건강에도 좋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또해양사고로 바다가 기름에 오염될 때 코이어로 만든 오일펜스를 사용하면 기름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밝힌다. 정수기용 필터를 비롯한 각종 필터제품도 생산한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특히 코이어를 여러 겹으로 포개서 제조하면 총알이 뚫지 못하는방탄효과도 뛰어나 이를 활용한 제품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밖에 코이어는 습기를 흡수하면서도 이를 섬유질내공간에 보관하고 있다가 다시 주위가 건조해지면 내뿜는 특이한 성질을 갖고 있다. 이같은 수분 흡수 및 발산성을 이용한 응용제품도구상하고 있다. 다양한 코이어제품을 선보여 한국과 일본 아시아시장에 도전한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김사장은 42세라는 나이에 비해 역경을 많이 거친 기업인이다. 서강대 경영학과를 나와 의류업체 서광에서 무역업무를 익힌뒤 프랑스 모피업체를 거쳐 가죽의류 수출을 하기도 했다.그러던중 코이어의 한국내 판매를 위해 방한한 말레이시아 무역상을 만나 이 제품에 관심을 갖게 됐다. 어떤 용도로 사용할까 구상하다가 총선 때 유세장용 방석으로 만들어 납품키로 하고 국회의원들과 접촉했다. 하지만 방석을 나눠주는 것도 선거법에 저촉된다는얘기를 듣고 포기해야만 했다. 이후 4년간 시장조사 끝에 자동차시트용으로 방향을 잡고 92년 코코리아를 창업해 파주에 공장을 마련했다. 하지만 불이 나는 바람에 전재산을 날리기도 했다. 공장이가건물이어서 보험에 들지 않았는데 화재가 발생해 한푼도 건지지못했던 것. 거기다 교통사고까지 당해 재기불능 상태에 빠졌었다.사고를 계기로 천주교에 귀의해 인천소재 가정3동 성당에 나가기시작했는데 이 성당에서 1억원의 사업 자금을 지원받아 재기에 나설 수 있게 됐다.『보통 야자나무 열매로 만들었다고 소개하는 매트리스 가운데 코코넛 섬유질로 만든 것과 팜으로 만든 것이 있습니다. 이중 팜은기름을 짜낸 것이어서 인장강도가 떨어지고 내구성이 약한 단점이있습니다. 반면 코코넛 섬유질로 만든 코이어는 열처리를 거쳐 견고하고 내구성도 뛰어나지요. 소비자가 이를 혼동하면 안됩니다.』특히 코이어를 만드는 코코넛 나무는 열대나 아열대지방에서 자생하는 나무가 아니라 장섬유질을 얻기 위해 여러차례 수종 개량을통해 특수한 지역에서 재배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열매가 크고섬유질이 길며 인장 강도도 뛰어난만큼 원자재 가격은 비싸다고 설명한다.김사장이 궁극적으로 겨냥하는 시장은 아시아 중에서도 일본시장.일본인들은 천연소재를 매우 좋아하고 특히 나무로된 제품을 즐겨찾기 때문에 공략할 수 있는 유리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 다소 가격이 비싸도 품질이 우수하면 사는 경향이 있어 코이어 매트리스를 수출하기에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그는 『몇몇 가구업체들이 일본시장에 도전했다가 어려움을 겪고 물러난 적이 있다』며 『성공적인 일본시장 공략을 위해 서두르지 않고 치밀하게 준비할 생각』이라고 밝힌다. (032)813-96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