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에 대한 신인도가 점차 회복되고 있으나 국내 금융시스템이 안정돼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금융부문의 대외개방은 부쩍진전된 반면 이를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과 환경은 아직도 취약한 실정이다. 그 중에서도 이머징마켓(개발도상국 시장)을 주요타깃으로 활동하는 헤지펀드의 국내 교란가능성은 예나 지금이나상존하고 있다. 특히 헤지펀드가 경기회복세가 강하게 나타나는지역을 중심으로 「암약」한다는 점을 감안해볼 때 최근 지표상의 경기호전이 두드러지는 우리나라는 좋은 「투자대상」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금융위기를 겪었던동남아 국가들도 남미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재차 헤지펀드의 공략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헤지펀드의 투기성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헤지펀드는 세계 여러나라의 금융위기때나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해질 때마다 배후의 악덕 조정자로 지탄을 받아왔다. 물론 헤지펀드 자신도 「투기」에 실패할 경우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9월에는LTCM(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이 투기적 거래를 일삼다가 파산위기에 직면하게 되자 연방준비제도 이사회가 신속히 개입, 미국에서는 보기 드물게 14개 금융기관의 협조융자 36억달러를 지원받았었다. 헤지펀드가 비난받는 또 다른 원인은 기본적으로 부유층을 위한 펀드인데다 그 업무내용이 공표되지 않기 때문이다.수익을 좇아 급격히 이동하는 과정에서 시장을 왜곡시키기도 한다.그러나 헤지펀드는 국제 금융시장에 공헌하는 점도 많다. 헤지펀드는 그 이름이 말해주듯이 본래는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또 소수의 인원으로 높은 정보력과 분석력을 가지고 국경을 초월해 이익을 추구하는 가장 효율적이고 생산성이 높은 금융조직이라고 볼 수도 있다.선진국 투자자에게 이머징마켓의 매력을 소개한 것도 이러한 펀드였으며 금융자산의 운영기법을 다양화한 점도 마땅히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 미국 연준이 일반에게는 국제적인 투기꾼 정도로인식되는 헤지펀드를 구원하기 위해 나섰던 이유도 이같은 헤지펀드의 특성을 감안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현재 전세계에는 수천개의 헤지펀드가 산업별로 주식 채권 통화이머징마켓 등 투자대상을 전문화해 이자 환율등의 가격차익을노리고 움직이고 있다. 98년의 영업실적도 이머징마켓을 대상으로 한 펀드를 제외하고는 뮤추얼 펀드보다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수익성 때문에 인기가 높아져서 최근 5년동안 펀드의숫자와 자산규모는 20%가량 증가하기도 했다. 또한 헤지펀드의 자산운용 내역을 보면 수익률이나 위험관리면에서 다른 자산운용 기관에 비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최근까지 연평균 수익률은 18%에 육박하고 있다. 투기적 목적으로 파생금융 상품을 이용하지 않는 헤지펀드도 80%나 된다. 따라서 무작정 헤지펀드를 백안시하는 자세도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오히려 우리나라같은 이머징마켓은 헤지펀드의 순기능이 적지 않다. 사실 헤지펀드가 갑자기 이머징마켓에서 철수하거나 피해를입을 경우 많은 투자자들이 펀드를 떠남으로써 결과적으로 해당지역의 외자유출로 이어지는 사례가 허다하다. 또한 이머징마켓국가들이 과도하게 헤지펀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고규제를 할 경우에도 유동성문제와 금융경색이 초래될 수 있다는점에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헤지펀드가 이머징마켓에 선별적으로 진출을 시도하고있는 요즘같은 때에는 역기능과 함께 순기능도 간과하지 말아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