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복스만이 대표적 사례 ... 저가전략으로 유럽 최대 사이트 부상

인터넷을 통한 상품판매의 핵심적인 성공요인은 무엇일까. 가격인가 서비스의 내용인가. <한경BUSINESS designtimesp=18147>는 이달초 「쇼핑몰 사이트 성공비결(166호)」에서 가격과 함께 서비스의 내용을 전자상거래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았다. 지나친 가격인하 경쟁은 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는 아마존의 경우 인터넷서점중 가장저렴하지도 않고 가장 빠르지도 않다. 사이버상점들의 상품가격비교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이사이먼을 통해 검색하면 아마존보다는 바이콤이나 쇼핑콤과 같은 사이버상점이 서적을 더 저렴하게판매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그럼에도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사이트중 가장 유명한 곳으로 자리잡았다.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그중 「풍부한 상품정보의 제공」을 아마존의 성공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수백만권의 보유도서에 대해 하나 하나 서평을 제공하고 고객 개인의 취향에 따른 각각의 추천도서 서비스를 제공한다.전자상점은 내용이 풍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존은 서적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전문필진을 채용하고 있다.그렇다고 인터넷을 통한 판매전략이 가격보다 다양한 서비스로결론이 난 것은 아니다. 스웨덴의 대표적인 전자상거래 기업인복스만(www.boxman.com)은 아마존과는 반대전략을 취해 성공한기업이다.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비용을 지출하고 이로인해 상품가격을 올리기보다 비용발생 요인은 최소화해 가격을 낮출 수 있는데까지 낮추는 전략을 선택했다.◆ 북유럽 CD시장, 5% 장악복스만의 이러한 저가판매전략은 주효했다. 설립 2년만에 북유럽CD시장의 5%를 장악, 유럽의 대표적인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말부터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등 3개국에서도 영업을 시작했고 스웨덴지역에서는 이미 흑자를 보기 시작했다. 프랑스 독일 영국 네덜란드 등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올해 말에는기업공개를 계획하고 있다.복스만은 처음부터 저가판매전략을 구사하지 않았다. 당초 가격보다는 다양한 서비스에 초첨을 맞췄다. 1997년 12월 CD판매사이트를 인터넷에 개설하면서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했다. 판매하고 있는 음반에 대해 음악전문기자들이 쓴 리뷰 등의 정보를제공했다. 복스만의 홈페이지는 그 자체가 음반전문 웹진의 성격까지 지닌 것이다. 게다가 예비가수들을 위한 사이버 경연대회를열고 데모박스에서 아마추어들이 작품을 올릴수 있도록 해놓았다. 그러나 복스만은 현재 이런 다양한 고객서비스를 없앴다.고객들이 원하는 것은 「유대감」이나 「쇼핑경험」이 아니라 「더 많은 음악견본」 「쉬운 사용법」 「빠른 속도」와 함께 「저렴한 가격」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현재 복스만의 홈페이지에서는 단지 음반판매서비스만 제공한다.홈페이지의 그래픽도 단순하다. 그러나 보기는 단순해도 홈페이지가 뜨는 속도는 빠르고 직관적이다. 어떤 것을 클릭해야 하는지 한눈에 쉽게 알수 있다. 특히 장바구니 메뉴가 화면 하단에항상 나타나게 해 놓아 구매내역을 항상 쉽게 파악할 수 있다.고객들이 내용물이나 공동체구성 등과 같은 서비스메뉴를 무시하고 곧바로 상품구매메뉴를 선택하는 이유가 있다. 스웨덴 역시한국과 마찬가지로 인터넷접속요금이 저렴하지 않기 때문이다.인터넷 접속업체에 인터넷사용료를 지불하는 것 말고도 전화회사에 전화사용료를 분단위로 지불해야 한다. 결국 홈페이지에 올려놓는 각종 정보가 고객들의 시간과 통신요금을 낭비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복스만의 올라 알바손 부사장은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인터넷에서 상품을 팔 작정이면 콘텐츠따위는 다 집어치우라』며『음반을 파는 기업의 핵심가치는 보다 많은 사람에게 보다 많은음반을 빠르고 저렴하게 파는데서 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복스만의 사례는 인터넷으로 상품을 팔려면 기본적으로 저가전략을 고수해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가격경쟁은 상품을 만들거나판매하는 사업자에게 고통스런 일임에 틀림없다. 때문에 생산자나 유통업자 모두 가격경쟁만은 피하려 한다. 컨설턴트들 역시가격경쟁만은 피할 것을 적극 권유한다.그러나 문제는 새롭게 형성되는 가격질서에 있다. 월마트와 같은할인점이 몰고오는 가격인하경쟁을 백화점들은 애써 외면하려 했지만 결국 소매의 대세는 할인점으로 가고 있다.인터넷을 통한 가격인하 경쟁은 대형할인점뿐 아니라 제조업체마저 가세한 상태다. 스포츠용품 생산업체인 나이키는 고급 신발류와 의류를 인터넷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판하기 시작했다. 일반소매가격이 아닌 할인가에 판다. 나이키측은 3개월간의 시험판매를거쳐 판매품목을 더욱 늘릴 계획이다.청바지로 유명한 레비스트라우스 역시 생산자 직판에 과감하게뛰어든 제조업체다.가상공간의 청바지 판매에 대해서 레비스트라우스가 독점적으로 직접 판매하고 있다. 기존의 소매유통망을 전적으로 부정하고 나선 것이다.심지어 레비스트라우스의 가장 큰고객인 제이시페니조차도 레비스트라우스의 상품을 인터넷을 통해 팔수 없도록 했다. 오직 생산자인 레비스트라우스만이 인터넷을 통해 청바지를 판매할 수 있게 한 것이다.그동안 생산업체들은 인터넷을 통한 직판에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생산자와 유통업체사이의 긴밀한 유대관계가 경쟁관계로 변할 경우 기존의 판매조직이 동요하게 되고 생산자의 판매루트상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이런 점에서 국내 제조업체들은 직접판매에 상당히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국내 제조업체 중 인터넷을 통해 직접 판매하는곳이 제일제당이다. 제일제당은 시제이숍이라는 사이버상점을 운영하면서 선물셋트를 중심으로 판매하고 있다.시제이숍의 판매성과에 만족한 제일제당은 인터넷 판매비중을 높이기 위해 판매품목 선정과 판매 및 물류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그러나 직접판매에 나서고 있는 제일제당조차 제조업체 직접판매에 대해서는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제일제당에서 전자상거래를 추진하는 한 관계자는 『기존 대리점 조직과의 관계 때문에대리점이 취급하는 품목을 전면적으로 다루기는 어렵다』며 『특화된 전문 품목을 중심으로 시제이숍의 판매품목을 늘려나갈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물론 가격인하만이 사이버상점의 유일한 경쟁력이 아니다. 복스만의 사례가 말해주듯 빠른 접속과 쉬운 사용법도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접속속도 및 사용법이 가격과 다른점은 비교의 용이성이다. 사이버상점의 접속속도나 사용법은 쉽게 비교할 수 없지만 각 사이버상점의 가격은 한눈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인터넷에는 전문적으로 가격을 비교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있어가격정보를 완전히 드러내놓고 판매해야 한다.인터넷을 통한 가격경쟁은 단순히 생산자나 유통업체의 마진을줄이는 출혈경쟁이 아니다. 전자상거래의 성공사례를 거론할 때마다 꼽히는 델컴퓨터는 생산과 물류시스템을 최적화한데 따른비용을 절감해 가격을 낮췄던 것이다. 사이버상점의 최후의 승리자는 가장 싸게 팔면서 기업의 이윤을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