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회원간 불만ㆍ아이디어 교환, 개발에 반영 ... 디지털가전 선도위한 초석

마쓰시타전기산업의 노트북 「레츠노트(Let’s Note)」가 인기를끌고 있다. 1999년3월 회계연도 1년간 레츠노트의 매출액과 판매대수는 모두가 직전 회계연도의 1.5배로 각각 3백억엔과 15만대를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형 가전 양판점에서 실시한 판매 조사에 따르면 10개의 회사가 경쟁하는 B5 사이즈의 소형 노트북 시장에서 레츠노트는 30%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있었다.물론 소니가 97년에 데스크톱에서부터 노트북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제품으로 시장에 진입, 99년3월 회계연도에 국내외에서 90만대에 이르는 컴퓨터를 판매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마쓰시타의 성공이 그다지 크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레츠노트의성공은 마쓰시타에 있어서는 단순한 판매대수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마쓰시타는 소비자의 욕구를 재빨리 알아차려 제품 개발에 응용하고 고객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서비스 및 수리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레츠노트의 성공을 일궈낼 수 있었다. 제조업체가 제품을 제안하는 것, 즉 나쁘게 표현하자면 기업의 생각을 고객에게「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고객의 입장에 서서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체제다.마쓰시타가 이런 소비자 위주의 사업을 시작한 것은 97년4월에마쓰시타내 컴퓨터 관련 사업을 통합해 사내 분사로 파나소닉 컴퓨터 컴퍼니를 발족시키면서부터다. 이 컴퓨터 사업부는1998년3월까지의 1년간 매출액이 5백억엔, 직원은 1백50명으로아직까지는 작은 규모다.컴퓨터 사업에 새롭게 뛰어든 이 조직이 구사한 방법은 제품에애착을 느껴 반복적으로 구매하는 소위 「단골고객(Repeater)」을 획득하는 작전이다. 실제로 신규 모델을 구입한 소비자의50%가 이전에 마쓰시타의 노트북을 사용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반복 구매율은 대형 컴퓨터 제조업체와 가전업체 등30여개사가 경쟁하고 있는 컴퓨터 시장에서 두드러진 수치이다.‘통신 회의실’로 고객소리 듣기고정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마쓰시타가 고안한 방법은 네트워크활용이다. 네트워크 중에서도 컴퓨터 통신의 「회의실」을 주로이용했는데 회의실이란 예를 들어 「야구를 좋아하는 방」이나「낚시 애호가들의 방」과 같이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자유롭게 의견이나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장소를 말한다. 마쓰시타는 이와 비슷하게 「마쓰시타 컴퓨터 애호가의 방」이라는 일종의 회의실을 컴퓨터 통신에 개설했다.그러나 통신상에 회의실을 설치하는 것은 일부 컴퓨터 통신 애호가만을 모으는 효과밖에 없다. 이 때문에 마쓰시타는 레츠노트노트북에 마쓰시타의 통신 회의실을 간단히 접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프트웨어를 미리 깔아 놓았다. 이 결과 레츠노트의 지금까지 판매대수 20만대 대비 현재 마쓰시타의 회의실 회원은6만명에 이른다. 회원 중에는 마쓰시타의 노트북을 2대 이상 구입한 사람도 많다.1개월간 마쓰시타 회의실에 올려지는 발언은 1만건. 열심인 회원은 레츠노트에 관한 각종 정보와 의견을 회의실에 올린다. 회의실은 레츠노트 기종별로, 또한 목적별로 몇개 작은 방으로 분리돼 있다.회의실에는 「레츠노트를 사용해 자동차 내비게이션(항법) 시스템을 쉽게 작동하는 방법」과 같은 사용 방법을 제안하는 내용에서부터 제품 사용 후의 품평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의견이 올라와 있다. 또 제품 사용과 관련된 여러가지 질문이 올라오면 컴퓨터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 회원이 설명을 해주는 코너도 마련돼있다. 직접 모임을 갖는 회원을 위한 「연회의 방」도 있다.열성적인 회원이 자유로 회의실 운영 책임을 맡는 등 마쓰시타는일절 통신내용에 관여하지 않는다. 그래도 회원들은 자유롭게 발언하고 때로는 서로 모임을 갖는 등 친밀감을 더해가면서 제품에대한 애착심을 키워간다.이 회의실은 레츠노트의 팬을 늘려줄 뿐만 아니라 마쓰시타가 제품을 개발하는데에도 필수 불가결한 역할을 하고 있다. 자유롭게의견을 말하는 회원들로부터 제품을 좀더 개선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것이다. 개발 담당자는 이 회의실에 언제나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고객 불만이 많은 부분이 있으면 곧바로 제품을 개량시키고 있다.대부분의 불만 사항은 「노트북 본체 아래에 붙어 있는 미끄러지지 않도록 하는 고무가 잘 빠진다」는 것 등의 사소한 것들이다.그러나 마쓰시타는 고객의 작은 목소리에도 응답, 비판을 받아들인다. 이에 대해 마쓰시타측은 홈런보다 안타를 중시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한다. 마쓰시타는 개선점을 컴퓨터 통신 회의실에 발표, 회원들이 가진 불만 사항이 해결됐음을 알린다. 회원들은 이를 보고 「다음에도 다시 마쓰시타 제품을 구입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마쓰시타는 컴퓨터 통신상에서 뿐만이 아니라 회원들과 회사의개발 담당자들이 직접 만나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다. 회원의 의견을 직접 듣고 더욱 소비자에게 인기있는 제품을개발하는 것이다.노트북과 함께 마쓰시타의 컴퓨터 사업을 떠받치고 있는 또다른기둥은 99년3월 회계연도에 2백억엔의 매출액을 기대하고 있는컴퓨터 주변기기다. 가격경쟁이 치열한 노트북보다도 액정 디스플레이나 광디스크 구동장치, CD롬 구동장치 등 컴퓨터 주변기기가 오히려 안정적인 수익 창출원이 될 수도 있다는게 마쓰시타측의 판단이다.◆ 컴퓨터 주변기기도 수익 창출원마쓰시타는 과거부터 마쓰시타그룹 15개 사업부가 각각 컴퓨터주변기기를 개별 거래처에 판매해왔다. 15개 사업부가 독자적으로 영업 활동을 펼치다 보니 마쓰시타 전체 브랜드를 육성하는것이 어려웠다. 이 때문에 파나소닉 컴퓨터 컴퍼니에 마쓰시타브랜드의 컴퓨터 주변기기 판매를 집약시켰다. 이에따라 전국에있는 주변기기 제조 사업부의 담당자를 도쿄 아키하바라에 있는본사로 모았다. 또한 담당자들을 수리와 제품에 관한 질문에 대답하는 고객 서비스센터에 상주시킴으로써 고객의 의견과 희망을제품 개발에 반영하고 있다.기존에 분열돼 있던 조직의 결점을 이런 식의 판매 창구 일원화로 극복함으로써 마쓰시타의 컴퓨터 주변기기는 성장세를 보이고있다. 99년 3월 회계연도에 예상되는 2백억엔의 매출액은 전년에비해 20%가 증가한 수치다. 마쓰시타는 현재 액정 디스플레이 시장의 20%, CD롬 시장의 30% 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DVD램 구동장치(디지털 비디오디스크를 이용한 기억장치) 시장은 거의1백%를 점유하고 있다.마쓰시타는 원래 가전제품으로 유명한 업체다. 이런 마쓰시타가컴퓨터 사업을 육성하고 있는데는 이유가 있다. 앞으로는 가전제품과 컴퓨터가 일체화된 디지털 가전 분야가 유망하다는 판단이섰기 때문이다. 마쓰시타는 이런 전망에 따라 기존의 가전제품에대한 노하우와 컴퓨터 기술을 결합, 디지털 가전 시대를 선도해간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컴퓨터시장에서는 후발업체라고할 수 있는 마쓰시타는 네트워크를 통한 컴퓨터 시장 공략으로이런 목표에 한발짝씩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니케이 비즈니스 designtimesp=18193> 최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