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이후 일반 관리직 사원을 채용하겠다는 구인업체중 가장 많은 수요가 몰린 직종이 경리직이다. 특히 중소규모의 업체에서많았다. 하지만 이런 수요와 달리 경력이 있지만 취업에 어려움을 겪은 직종 가운데 하나가 경리직종이기도 하다. 그만큼 경리직을 채용하는 눈이 까다로웠다.그런 점에서 (주)콘셉트트레이딩에서 Finance&Adminstration(경리·총무)를 담당하고 있는 정희(27)씨는 자신의 재취업이 『자신감과 일에 대한 열정 덕분』이라고 설명한다.지난 92년 고교졸업후 제분업체의류무역업체 기계무역업체 등으로 옮겨가며 경리직을 담당했던정씨는 지난해 12월 직장을 그만뒀다. 『회사생활에서 얻는 성취감과 만족이 적었던데다, 회사가어려움에 처하면서 누군가 나가야 할 처지에 자신이 먼저 사직서를 냈다』는 것이 정씨의 설명이다. 퇴직후 다시 직장을 알아봤다. 하지만 그리 쉽지 않았다.비록 경리직원을 찾는 회사는 많았지만 보수나 근무조건 등이 성에 차지 않았다. 『회사가 돈을벌기는 쉬워도 제대로 쓰기는 어렵다. 경영진을 대신해서 그런지출을 결정하는 자리가 경리·총무직이다. 이런 업무에 대한자부심으로 아무데나 갈 수 없었다』고. 하지만 차츰 실직기간이길어지면서 불안감이 몰려왔다.여기저기 구인등록을 했지만 성에 차는 직장이 없었다.그러던 중 지난 1월 주변의 권유로 한경플레이스먼트에 회원으로가입을 했다. 회원가입후「(주)콘셉트트레이딩에서 경리·총무직을 구하니 면접을 볼 생각이 있느냐」는 제의가 왔다.『외국계회사라 영어에 자신이없었고 신설업체라 힘들다는 생각도 했지만 많이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 일단 면접에 응했다』는 정씨. 『면접시 일에 대한 자신감과 열정을 보여주는데 초점을 두었다』고. 설 직전인 지난2월 8일로 출근일자가 잡혔다.(주)콘셉트트레이딩은 스키·스노보드용 재킷과 팬츠 등에 있어「명품」으로 거론되며 유럽시장의 3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이구아나(IGUANA)」 「매드 카우(MAD KOW)」 「CMP」 등의 의류를 제조·수출하는 업체로 독일이구아나본사의 한국지점인 셈이다. 종합스포츠의류·용품업체로최고를 지향하는 본사의 경영방침에 따라 올 3월부터는 대대적인 런칭행사를 시작으로 한 한국내수시장의 진출도 고려중이다.정씨는 이곳에서 경리로 자금을관리하는 한편 사규 등 내부규정마련과 신설공장등록, 인사·관리 등 여러 업무를 혼자서 당차게 감당해내고 있다. 하지만 주변의 지시나 눈치가 없이 알아서자신의 일을 잘 해내면 되는 분위기라 『책임감이 큰만큼 일이재미있다』는 게 정씨의 말이다.『자정이 가까워서 회사를 나서지만 일이 전혀 힘들지 않게 느껴질 정도』라고.『실직을 당해보니 능력있는 실직자들이 의외로 많은데 놀랐어요. 사고가 습관을 만들고 습관이 인생을 바꾼다는 말도 있잖아요. 역시 당장의 취업에 급급하기보다는 항상 적극적인 사고와생활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앞으로 평생직장이라 생각하고 내 업무만큼은 확실히 할 수있도록 자신에게 투자하고 노력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