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선정 첫 자유무역협정 대상국 ... IMF도 투자 권장

한국의 정반대에 위치한 나라는 어디일까. 정답은 남위 18도에서56도에 걸쳐 길게 뻗어내린 칠레다. 고품질의 와인(Wine)과 아름다운 여인(Woman), 좋은 날씨(Weather)등으로 3W로 유명하다.미국 뉴욕이나 LA 등을 거쳐 가는데 비행시간과 시차 등을 감안하면 이틀쯤 걸린다. 칠레는 이처럼 우리에게 「먼 나라」였지만이제는 「가까운 나라」로 인식할 때가 왔다.정부는 지난해부터 주요 대륙마다 1개국씩을 목표로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주의와통상마찰에 대응, 수출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지난 97년말 현재 1백45개의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됐지만 한국은 한건도 맺지 않았다.정부가 선정한 첫번째 FTA 대상국이 칠레. 주로 자동차 가전제품폴리에스터직물 등을 수출하고 구리 철강 목재 등을 수입한다.이처럼 양국간 교역구조가 상호보완을 이루고 있어 관세율이 0%가 되더라도 국내에 미칠 피해는 적다. 중남미 대륙의 교두보로서 이미 칠레와 FTA를 맺은 인근 국가에 진출하기도 쉽다.빠르면 내년 하반기중 협정이 체결되면 양국간 상품 및 서비스교역에서 관세및 기타 무역장벽이 사라진다. 투자 등 각종 분야의 경제 협력이 공고해진다. 돈 벌 기회가 확대된다는 얘기다.남미국가중 칠레의 은행이 발급한 신용장은 어느 나라도 받아줄정도로 건전성을 인정받는다. 투자에 따른 위험도는 낮은 편이다.산티아고 공항을 처음 찾는 한국인들은 주차장에 있는 차량들을보고 놀라게 된다. 택시의 대부분이 에스페로, 르망 등이다. 도심에서도 소나타, 베스타 등 국산차를 손쉽게 볼 수 있다. 한국산 자동차의 시장점유율이 25% 수준. 현대자동차의 포니 승용차가 일본제 승용차와 비슷한 가격에 팔린 뒤 비교적 좋은 이미지가 유지된 덕택이다.지난 97년 현재 칠레의 1인당 GNP는 5천2백37달러에 무역 규모도3백50억달러 안팎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영수증 발행이나 취약계층 보호정신 등은 선진국 수준이다.우선 조세제도가 우리보다 발달돼 있다. 거액의 부동산 등을 구입할 경우 어떻게 번 돈으로 샀는지를 입증해야 한다. 집에서 일하는 파출부나 아파트 수위 등도 세무당국에 소득 신고를 할 정도다. 기본 요금이 각각 1백80페소(1페소는 약 2.5원)와 2백페소인 택시나 버스를 타도 운전기사가 빠짐없이 영수증을 준다.철저한 시장 경쟁 원리를 도입, 누구든지 신고만 하면 자신의 승용차에 페인트를 칠한 뒤 택시영업을 할 수 있다.가계수표가 현금처럼 통용된다. 사업및 근로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은행에서 가계수표 용지를 선뜻 준다. 국민성이 비교적정직한데다 한번 부도를 내면 금융범죄센터에 신고돼 모든 신용거래가 끊길 정도로 처벌이 엄격한 금융제도가 확립돼 있어서다.공공기관이나 대형 슈퍼마켓 등에는임산부 전용 주차공간이 확보돼 있다. 출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주차선이 그려져 있다.물론 장애인 주차지역도 있다.정부 정책을 알리기 위해 매달 바뀐 법령을 잡지로 발간, 우리돈으로 1천원 미만의 가격에 가판대에서 팔고 있다. 군사정권 시절다져진 치안으로 남미국가중 비교적 심야에 범죄 걱정없이 돌아다닐 수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지난 87년 기자생활을 청산하고칠레로 이주, 도매 및 수입상으로 기반을 잡은 임병권 사장은 『사회 전체의 도덕성이나 윤리의식은 2만달러 수준에 이른다』고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물론 FTA가 맺어진다고 해도 칠레가 우리 물건을 더 사줄 형편은아니다. 무엇보다도 수입원의 핵심인 동(銅)가격이 지난97년6월이후 1년6개월만에 44% 폭락, 한파가 밀어닥쳤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경제성장률이 종전 7.1%에서 3.5∼4%로 떨어지고 경상수지 적자도 국내 총생산의 6.3%로 확대됐다. 실업률은11%로 급등했고 투자 및 소비는 줄고 있다. 물론 칠레 정부는외자의 유출을 막기 위해 올들어 페소화 가치를 4% 가량 낮추는등 안감힘을 쓰고 있다. 그렇지만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중도좌파 성향에 소득 재분배를 강조해온 리카르도 라고스가여론조사에서 1위를 고수하고 있어 기득권층의 반발 등에 따른정쟁 불안도 우려된다.그렇지만 칠레의 중장기적인 전망은 밝은 편이다. IMF는 지난1월25일 칠레경제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민영화 등 지속적인개혁 작업 △건전한 경제 펀더멘털 △적정한 외환 보유고 등에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같은 평가를 칠레에 대한 투자를늘려도 된다는 보증으로 받아들여도 무방할 것이다.★ 인터뷰 / 조명행 칠레 대사산티아고 시내에 있는 칠레 주재 한국대사관을 방문, 조명행 칠레 대사를 만났다.▶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미리 보고하지 않고 김대중 대통령에게 칠레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자고 건의했다던데.『사실이다. 지난해 4월 재외공관장회의에서 미주지역 대표로 발언권을 얻었다. 평소 소신대로 칠레와 자유무역협정을 맺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하루가 급하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칠레의 수출품은 1차 생산품인데 반해 우리의 수출품은 공산품으로 FTA가 체결되더라도 국내 관련산업의 피해가 미미할 것이다. 칠레에서 공산품을 생산한 뒤 장차 아르헨티나 브라질 콜롬비아 멕시코 캐나다 등에 무관세로 팔 수 있다. 현정부의 개방의지를 국제적으로 확인받을 수 있다. 향후 일본 중국 등과의FTA 협상을 앞두고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음도 물론이다.』▶ 진행 과정과 기대되는 점은.『지난해 12월 한국대표단이 칠레를 방문한데 이어 칠레대표단이오는 4월 한국을 찾는다. 내년 하반기중 체결할 수 있을 것으로전망한다. 이렇게 되면 비자 면제로 입국하기 쉬워진 뒤 무관세화로 컨테이너를 이용한 양국간 「보따리무역」이 늘어날 수 있다.』▶ 투자와 관련된 칠레의 장점은.『화폐가치가 물가상승률과 연동되는 일종의 가상화폐인 우예폐(U.F)제도가 있다. 부동산이나 채권 등을 이 화폐로 살 수 있다. 환율만 안정된다면 인플레에 따른 손실을 미리 방지할 수 있어 자산가치의 보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주의할 점이 있다면.『국제원자재 시세가 당분간 하락세를 보일 것이다. 내수 위축으로 FTA협정이 맺어진다고 해서 당장 수출 증진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칠레의 상관행과 소비행태 등을 폭넓게 이해하는 노력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