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심리 이해가 히트 비결...비디오·관련용품 불티

영국 BBC방송이 제작한 유아용 프로그램, 「텔레토비」가 세계의 안방을 점령했다. 「금세기 최고의 프로그램」으로 불리며 세계 25개국에서 방영되는 텔레토비의 열풍은 가히 신드롬에 가깝다. 아침 출근전 자녀들과 함께 TV를 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꼬꼬마 텔레토비 designtimesp=18192>에 푹 빠져버렸다는 어른들이 상당수 있는 것을 보면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폭발적인 시청률도 놀랍지만 텔레토비를 모태로 한 비즈니스 창출 효과도 대단하다.시청인구가 1주일에 6백만명에 이른다는 영국의 경우 「원조」답게 2백50만개의 비디오를 자국내에서 팔아 치웠다. 텔레토비 오디오 카세트는 50만개가 팔려 차트 1위를 차지했으며 총 5권의 텔레토비 책이 영국 북차트에서 톱 10에 올랐다. 여기에다 라이선스 제품의 판매액은 1억파운드에 육박하고 있으며 그림도구 제조업체인 「폼 에지」, 퍼즐제조업체인 「라벤스버거」, 장난감 제조업체인 「마틴 야페」는 텔레토비를 캐릭터로 엄청난 매출고를 올리기도 했다.이같은 텔레토비 열풍은 크고 작은 나라를 가리지 않는다. 남아프리카의 경우 장난감 유통업체인 「펀 프라이」가 5만개의 「골든 베어 텔레토비」 제품을 8주마다 정기적으로 주문하고 있다. 98년3월이후 출시된 4개의 비디오는 남아프리카에서는 이례적으로 8만개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또 뉴질랜드에서는 텔레토비 인형이 백화점 개장 2분만에 매진되는가 하면 오디오 카세트도 물건이 달려 소비자들의 원성만 잔뜩 들어야 했다고 한다.◆ TV·비디오·광고 수입 ‘짭짤’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 사정이다. KBS영상사업단이 작년 10월12일부터 방영을 시작하면서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KBS측은 편당 1천달러씩 모두 2백편을 들여왔다. 그러나 오전 8시15분에 편성된 이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서는 3분내에 11∼12개의 광고를 봐야 한다. 이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유상원 PD는 『어린이 뿐만 아니라 성인들로부터도 폭넓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면서 『오는 10월까지 2백회분의 방영을 마치고 나면 재방송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BS측은 광고 뿐만 아니라 비디오 제작을 통해서도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12월19일 출시된 비디오는 연말까지 7만5천개가 팔려 나갔다.여기에다 국내에서 머천다이징 판권을 독점적으로 획득한 「한국 안데르센」은 총 50개 품목에 2백여개의 제품을 개발, 그동안 국내 캐릭터시장의 8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월트디즈니」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에 따라 어린이 침구세트 신발 액세서리 등이 이미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이석호 사장은 『시중에 대량으로 유통되고있는 불법물에 대한 제재만 이뤄진다면 텔레토비가 국내 캐릭터시장을 석권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비쳤다.물론 한국 안데르센과 계약을 맺고 있는 수십개의 제조업체들도 성공을 확신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들은 텔레토비 열풍이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그 이유는 텔레토비 자체가 갖고 있는 매력 때문이다. 텔레토비는 영국 BBC와 어린이 프로그램전문 프로덕션 렉돌(RAGDOLL)사가 기획한 작품으로 유아의 행동, 언어, 사고방식 등을 장기간 연구하여 제작된 프로그램이다.우선 프로그램이 단순해 유아들이 정말 부담없이 볼 수 있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구성은 물론 텔레토비 인형들이 구사하는 언어도 단순해 아이들이 보면서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텔레토비는 「현실 생활」의 에피소드를 촬영하기 위해 전통적인 나레이터의 목소리가 아닌 어린이들의 목소리를 채택했다. 여기에다 텔레토비 프로그램은 어린이들이 화면에 다시 말을 걸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대화식으로 구성돼 있다.◆ 반복 상영, 집중력·호기심 일으켜화면 속에 나오는 에피소드가 두번 반복되는 것도 장점이다. 어린이들은 노래나 이야기들을 반복해서 듣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어린이들은 똑같은 내용이 두번째로 나올 때 텔레토비의 말과 행동을 사전에 알아차릴 수 있다. 이것은 어린이에게 「재미나는」 집중력과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는 분석이다.그러나 이 프로그램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게 된 이유, 즉 문화적 보편성을 획득한 배경은 현실과의 「부드러운」 연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텔레토비에 등장하는 네개의 인형, 「팅키윙키」 「딥시」 「라라」 「포」는 - 이 네개의 인형은 국내 프로그램에서 「보라돌이」 「뚜비」 「나나」 「뽀」로 이름이 바뀌었다 - 노래와 영상으로 이뤄진 환상의 세계에 살고 있다. 그러나 이 세계는 텔레토비의 배에 있는 화면을 통해 실제 세상과 연결된다. 어린이들은 텔레토비의 배에 있는 화면 속의 경험을 보면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게 된다. 이어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 학습의 기쁨도 맛볼 수 있다.텔레토비의 제작자인 렉돌사의 앤 우드씨는 『어린이들은 놀라움으로 가득찬 텔레토비의 세계를 보며 자신과 자신이 사는 세상을 여러 가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물론 이처럼 모든 사람들이 텔레토비를 좋게 보는 것은 아니다. 최근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팅키윙키가 은연중에 동성애를 조장하고 있다」 「텔레토비는 공산주의 나치즘을 선전하고 있다」는 등 정체불명의 황당한 소문들이 나돌고 있다. 게다가 종교계 일부에서도 텔레토비의 폭력성을 비판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이는 물론 텔레토비가 그만큼 인기가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선진국의 부모들은 자녀들이 텔레토비에 광적으로 집착하는데 두려움을 느낀다고 한다. 아직 말을 다 배우지도 못한 영아들이 프로그램 종료와 동시에 울음을 터뜨리는게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다.이에 대해 텔레토비의 시나리오 집필가인 앤디 데이븐포트씨도 『내용 자체가 현실에 적용되는 교육적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에 현실과의 혼동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어쨌든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이번의 텔레토비 열풍이 좋은 「실험재료」가 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내의 캐릭터산업이 맹아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만큼 사업 안목과 능력을 키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3월부터 바닥재를 생산할 예정인 한화종합화학의 관계자는 『인터넷 통신의 확대로 캐릭터시장의 잠재력도 엄청나게 커지고 있다』며 『지금까지 제품의 경쟁력이 품질 디자인 서비스 등으로 결정됐다면 앞으로는 소비자의 마음을 누가 사느냐에 따라 승패가 엇갈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