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위고가 1862년 펴낸 「레 미제라블」은 그동안 31번이나 영화화됐다. 브로드웨이에선 뮤지컬로도 만들어져 장기공연중이다. 13일 개봉된 레 미제라블은 「정복자 펠레」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거장 빌 어거스트가 메가폰을 잡았다.장발장(리암 니슨)은 탈옥후 고생끝에 비구시의 시장이 되어 민심을 얻으며 평온한 삶을 꾸린다. 팡틴(우마 서먼)과 코제트(클레어 데인즈)를 만나게 되면서 삶의 기쁨과 사람에 대한 애정을 회복한다. 그러나 냉혹한 경찰 자베르(제프리 러시)의 집요한 추적은 지겹도록 이어진다.감독은 달리 해석을 붙이지 않고 원작의 이야기 구조를 옮기는데 충실했다. 범법자와 그를 쫓는 경찰이란 대립 구도를 넘어 인간 존재와 삶의 아름다움을 정밀화처럼 잡아낸다. 생생한 색채로 재현한 19세기 프랑스 파리와 사람들의 모습 등은 또다른 볼거리다.배역진도 돋보인다. 「쉰들러 리스트」에서 쉰들러역을 했던 리엄 니슨은 모든 것을 화해와 용서로 감싸는 따뜻한 인간의 전형을 살려냈다. 「샤인」의 데이빗 헬프갓으로 명성을 얻은 제프리 러시의 빛나는 악역이 극의 흐름을 튼튼히 받쳐준다. 도시적 이미지의 우마 서먼이 딸을 위해 거리의 여자로 나서는 연기 변신도 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