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형 및 사무 자동화 부품을 생산하는 일본의 미스미라는 회사에는 없는 것이 많다. 공장도 없고 인사부나 총무부, 경리부도 없다. 정보나 물류 시스템을 담당하는 부서도 없고 영업 사원도 없다. 있는 것이라고는 경영 전략을 세우고 상품을 개발하는 기획부서 뿐이다. 직원은 단 1백80명. 그러나 연간 매출액은 3백억엔(약 3천억원)으로 직원 1인당 한화로 연간 약 17억원의 매출액을 올리고 있다. 96년에는 30억엔(약 3백억원)의 경상이익을 기록, 직원 1인당 한화로 약 1억7천만원 정도의 이익을 산출했다. 미스미가 이런 경영 효율성을 올릴 수 있는 배경에는 철저한 아웃소싱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다구치 히로시 사장의 아웃소싱에 대한 신념은 다음의 말에서도 드러난다.『우리 직원들은 단순 작업을 해서는 안된다. 그런 일은 아웃소싱해야 한다. 비품 관리, 경리 전표 발행 작업 등은 직원들 본래의 업무가 아니다. 우리 회사든 대기업이든 개선 합리화형 직원은 원치 않는다. 우리 회사가 필요로 하는 직원은 강력한 의지를 가진 개혁 혁신형 직원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직원들을 참획자(參劃者:기획에 참여하는 사람)라고 부른다』.◆ 반복·정형화된 업무 ‘아웃소싱’다구치 사장은 비품 관리나 전표 발행, 급여 지급, 복리후생, 직원 연수 등의 업무를 매월 혹은 매분기마다 반복되는 단순 작업으로 인식한다. 이런 신념에 따라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 즉 생산 물류 인사 경리 영업 등을 아웃소싱 업체에 위탁했다. 대신 미스미 자사 직원들에게는 좀더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업무를 요구하고 있다.미스미의 사례에서 살펴볼 수 있듯 핵심만 남기고 나머지 업무는 모두 외부에 맡기는 아웃소싱(Outsourcing:외부 위탁)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영 전략으로 각광받고 있다. 기업의 주변 조직과 인력은 외부의 전문업체에 위임하고 핵심 부문에만 기업의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다. 기업 내부에서 자체 해결하는 것보다 외부에 맡기는 것이 비용면으로나 업무 내용면으로나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주변 업무에 사용할 경영 자원을 핵심 업무에 집중시킴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도 아웃소싱의 장점이다.아웃소싱이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에 불황에 시달리면서부터였다. 미국 기업들은 그 때까지만 해도 규모의 경제와 핵심 사업과 관련된 경영 활동을 사내에 보유하거나 혹은 계열화하는 수직 계열화를 중시했다. 시장의 수요에 따라갈 수 있는 대량 생산 시스템이 경쟁의 핵이었다. 그러나 80년대를 기점으로 경영 환경은 급변했다. 소비자들의 취향은 너무 빨리 변하고 개성은 더욱더 다양해졌다.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 대규모 생산 설비를 들여놓기가 무섭게 새로운 시스템이 시장에 선보였다. 큰 덩치로는 급변하는 시장에도, 급변하는 기술에도 따라갈 수 없었다. 시장과 기술, 노하우 등이 점점 더 전문화됨에 따라 한 기업이 모든 것을 일체화해 처리하는 수직 계열화는 더 이상 강점이 될 수 없었다. 자신있는 한 분야에만 집중해도 경쟁에서 살아날까 말까한 상황이었다.아웃소싱은 이런 상황에서 등장했다. 물론 아웃소싱이 처음에 기업의 관심을 끈 것은 비용 절감 때문이었다. 빌딩 관리나 청소, 사내 식당 운영 등 단순 노동을 외부에 맡기거나 생산을 인건비가 저렴한 지역의 공장에 위탁함으로써 비용을 줄이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에서의 최근 아웃소싱 경향은 점점더 필수불가결한 업무라고 여겨졌던 부문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물류 마케팅 재무 회계 인사 디자인 개발 설계 등 기업의 전업무가 아웃소싱의 대상이 됐다. 아웃소싱의 궁극적인 목적이 단순한 비용 절감에서 경쟁력 강화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치를 창출하는 여러 가지 업무 중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한 부문에만 집중, 비용도 절감하고 핵심 역량도 강화하겠다는 것이 아웃소싱 전략의 핵심이다. 결국 한 기업은 아웃소싱 서비스의 이용자이자 동시에 공급자가 될 수밖에 없다.예를 들어 제록스는 1994년부터 정보 기술 업무를 전문업체인 EDS에 일괄 위탁했다. 정보 시스템 관리 업무에 관한한 제록스는 아웃소싱 이용업체이다. 그러나 제록스는 동시에 EDS의 문서 작성을 대행해주는 아웃소싱 공급업체로 활동하고 있다. 제록스와 EDS는 서로 핵심 역량에 대해서는 아웃소싱 공급업체로, 주변 업무에 대해서는 아웃소싱 이용업체로 협력하고 있는 것이다.◆ ‘경쟁력 키우겠다’ 아웃소싱 핵심결과적으로 아웃소싱 경향은 수직적 분업형에서 수평적 공생형으로 변하고 있다. 즉 단순히 외부 자원을 활용, 자사 업무를 대행시키는 「위탁」 개념이 아닌 서로 다른 기업의 전문 서비스를 이용, 협력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코소싱(Co-Sourcing: 상호 협력 소싱)으로 발전해가고 있는 것이다. 제록스와 EDS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아웃소싱 이용자와 공급자가 수직적인 상하 관계가 아니라 서로 협동함으로써 공생하는 수평적 파트너십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이런 최근의 흐름에 비춰볼 때 아웃소싱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2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는 기업 내부적으로 핵심 역량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하고 둘째로 기업 외부적으로 각각의 전문 부문에서 핵심 역량을 가진 아웃소싱 시장이 활성화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 개발만이 핵심 역량이고 물류나 급식 제공 등은 주변 업무라고 여기는 단선적인 사고 방식을 버려야 한다. 어떤 업무든 한 기업의 핵심 역량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의 에이지스라는 회사는 소매점의 재고 조사를 대행해주는 전문업체로 재고 관리가 핵심 역량이다. 미국의 단체급식 업체인 소덱소 매리어트는 식당 위탁 운영으로 세계 66개국에서 연간 70억달러의 매출액을 올리고 있다. 즉 『스스로의 핵심 역량을 제대로 파악하고 남의 핵심 역량을 인정해야 아웃소싱 시장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아웃소싱 컨설팅회사인 H-net의 김병철사장)월간 아웃소싱을 발간하는 아웃소싱코리아의 서정규 사장은 『국내 아웃소싱 부문은 미국과 일본에 비해 10년이상 뒤떨어져 있다』며 『아웃소싱을 기업의 전략으로 사고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용역이나 하청으로 여기는 풍토가 문제』라고 말한다. 아웃소싱 공급업체는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핵심 역량을 강화하고 이용업체는 공급업체를 협력자로 인정해야 아웃소싱이 산출하는 시너지 효과를 1백% 누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