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붕괴로 주식가치 파악 어려워 ... 러시아 등 채무 불이행 선언국가 변수

다우지수가 처음으로 1만포인트 이상을 기록하는 초강세에 많은 사람들이 희희낙락해 하고 있다. 불과 40개월만에 두배나 치솟은 미국 증시가 경제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여기며 불안해하던 사람들에게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이들은 무엇인가 보이지는 않지만 증시를 끌고 나가는 어떤 「작용」이 있음을 예상치 못했다. 미국 경제와 증시는 단순히 사람이 꾸려나가는 것이 아닌 것으로 여겨지기까지 한다. 이런 작용을 종교적인 어떤 「섭리」에 비유한다면 성인(聖人)으로 추앙받을 사람은 연방준비기금의 앨런 그린스펀 위원장일 것이다. 그의 활약 아래서 미국은 세계를 불황에서 구해냈다는 이유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겨우 6개월 전만 해도 세계 금융계는 벼랑 끝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었다. 아시아가 무너졌고 브라질도 곧 그 뒤를 따를 형편이었다. 러시아는 디폴트를 선언했고 세계는 50년래 최악의 금융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이 와중에서 그린스펀은 재빨리 이자율을 감축했고 후속조치들이 모두 순조롭게 돌아갔다. 보다 기적적인 것은 문제의 진원지였던 신흥시장이 「나사로의 부활」처럼 소생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최근 아메리카개발은행의 회의에는 경제회복에 자신감을 느끼는 중남미 투자유치단들로 만원을 이뤘다. 지난 1월 평가절하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소로스펀드의 아르미노 프라가를 중앙은행장으로 영입한 것을 비롯, 다수의 투자은행가들을 고용한 브라질은 특히 인상적이다. 아시아 역시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이런 낙관을 뒷받침하는 몇가지 현상이 있다. IFC의 신흥시장 증시지수와 JP모건의 신흥시장 채권지수는 작년 9월 이후 33% 올랐다.(도표참조) 전체적으로는 아직 경기가 좋지 않지만 일부국가는 눈부신 성과를 이룩했다. 멕시코는 달러기준으로 올들어서만 25% 올랐고 신흥시장이 발행한 채권과 미재무부 채권과의 수익률 차이는 줄어들고 있다. 지난 9월 한국이 발행한 본드는 미국채에 비해 6%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지금은 단지 2.5% 더 높을 뿐이다.신흥시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만큼 선진국의 기존시장에 대해서도 새로운 신뢰가 쌓이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미국시장의 성장전망을 점점 높게 잡고 있다. 1월에 <이코노미스트 designtimesp=18341>가 학자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미국 경제는 올해 2.1%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지금은 3.2%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시아의 경우, 특히 물가에서 핵심은 공식통계와 성장전망치가 아직 낙관론과는 거리가 있지만 일본에 대한 불안이 이전보다 덜하다는 것이다.선진국의 고성장은 개발도상국들로부터의 수입이 확대됐고 개도국의 소생에 큰 영향을 주는 상품들에 대한 소비가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이코노미스트의 물가지수가 측정한 것처럼 물가는 오랫동안의 곤두박질 과정을 지나 이제는 하락을 멈춘 것으로 보인다. 이 지수에 포함되지 않은 석유가격은 최저점에서 50%나 상승했다.무역의 건전한 균형으로 인해 통화가 안정됐다. 지난 1월 브라질 레알화 절하위기도 연쇄적인 패닉상태로 이어지지 않았다. 외환시장의 평온함과 선진국의 저금리는 개도국의 금리도 동시에 낮췄다. 도이체방크는 실질적으로 아시아의 단기금리가 98년 2월 평균 8.4%에서 1년 뒤 2.1%로 떨어졌다고 계산했다. 중남미에서만은 14.4%에서 19.3%로 올랐는데 이는 브라질이 금리를 너무 많이 올리도록 강요받은데 큰 이유가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금리하락이 시작되고 있다. 3월24일 단기금리는 45%에서 42%로 내렸다.금리가 하락하면서 이들 지역의 채권과 주식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그러나 신흥시장의 주식이 얼마나 싼지 정확히 아는 것은 어렵다. 시가와 액면가의 비(比)는 이윤이 별로 없을 때는 별로 의미가 없다. 시장이 거의 지리멸렬인 상태였기 때문에 어떤 회사의 자산이 가치가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도이체방크는 신흥시장 전체의 시가대 액면가 비는 최근 10여년간 평균 1.7이었던 것이 지금은 1.3쯤일 것이라고 계산한다. 이런 방법으로 계산하면 아시아 신흥시장의 자산가격은 적절하게 매겨진 것으로 보이며 중남미는 약간 싸다. 본드의 경우에도 비싼 편이긴 하지만 금융위기 이전보다는 많이 싸다.그렇다고 해서 투자자들이 신흥시장 것이라면 뭣이든 덥썩 집어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도 이곳 금융시장을 찾는 투자자는 별로 없다. 이미 시장 자체가 붕괴됐기 때문이기도 하고 신흥경제권이 아직도 깊은 불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곳의 증시는 너무 작아 아직 논란거리가 되지 못한다. 각각 1천3백90억달러와 1천7백80억달러의 자본규모로 양대 신흥시장 중남미와 아시아에서 최대규모인 브라질과 대만은 둘을 다 합쳐도 미국 최대회사 마이크로소프트의 자본규모보다 적다. 모건스탠리에 의하면 신흥시장 전체를 다 합쳐도 2조달러에 불과한 데 비해 미국 전체 증시자본규모는 12조달러나 된다.채권시장도 실제로는 예상만큼 많이 회복된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회사들에는 채권시장이 여전히 닫혀 있다. 상황이 오히려 예전보다 어려워진 점도 있다. 원인은 두가지다. 하나는 러시아 때문이다. 러시아가 지난해 8월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기 전까지는 대부분의 투자자와 거래자들은 러시아의 채무가 아주 낮게 거래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고 러시아 채무의 일부는 완전히 쓸모없는 것이 됐다.누가 어떤 채무에 대해 디폴트를 선언하는가에 대한 의문도 있다. 러시아 정부는 구소련 시절의 채무상환을 중단할 뿐 소련붕괴 이후 차입된 채무에 대한 상환의무를 방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도 과거의 채무에 대해 러시아와 비슷한 주장을 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고 실제로도 그런 일이 벌어진 적도 있다. 특히 유로본드가 상환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는 편이다. 공공부문 채권단들의 모임인 파리클럽은 최근 파키스탄에 대해 앞으로도 금융지원을 받으려면 채무상환기일 재협상 때 은행대출이 아니라 유로본드도 반드시 조정대상에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IMF가 국가부도를 막기 위해 더 많은 지원을 할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이 있는 나라들이 러시아 이외에도 많다.불황에 허덕이는 지역의 금융시장은 작고 불안정한데다 자본규모도 별 것 아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이런 데 투자하는 것을 불안해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실제로도 이 지역 국가들의 금융시장은 예상되는 것보다도 더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크게 개선될 여지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선진국의 성장여부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신흥시장은 선진경제권, 그 중에서도 미국시장의 움직임에 좌우되는 아주 불안정한 구조를 갖고 있다는 말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그렇다고 해도 신흥시장은 월스트리트로부터의 자금유입만을 전적으로 기다리기 보다는 시장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도 해야만 한다고 충고한다.「The second coming?」 Apr. 3rd, 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