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A(경제적 부가가치)에 대해서는 이미 몇 개월 전에 본 지면을 통해 기본적인 개념과 적용 방법, 전통적인 손익계산서와의 차이점 등을 설명했다. 다시 요약해 보면 EVA와 기존 회계 방법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자본 투자를 처리하는 방법에 있다. 예를 들어 보자. 회사 A는 1천달러의 매출액에 1백달러의 이익을, 회사 B는 1천달러의 매출액에 1백50달러의 이익을 올렸다고 해 보자. 전통적 회계 기준에서는 회사 B가 더 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회사 A가 이익을 내기 위해 1백달러를 투자한 반면 회사 B는 1천달러를 투자했다면 어떨까. 게다가 회사 B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높은 금리를 부담하고 은행에서 투자 금액을 빌렸다면 EVA에 따른 이익 계산 결과는 기존 방식과는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EVA는 서구 기업들 사이에서 기업의 성과를 측정하기 위한 가장 믿을만한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GE와 코카콜라 웨스팅하우스 등을 비롯한 수많은 글로벌 포천 5백대 기업들이 EVA의 방법론을 이미 도입, 실행하고 있거나 도입하기 위한 준비 과정 중에 있다.국내의 경우 정부가 EVA를 도입, 한국전력과 포항제철 등과 같이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공기업의 성과를 측정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이 새로운 방식의 성과 측정 시스템에 따라 공기업의 경우 최고 경영자들의 보너스 중 약 50%가 EVA 결과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활용하고 있는 EVA의 방법에는 세가지 문제점이 있고 이런 문제점은 민간 기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먼저 EVA를 정확히 측정하는데 필요한 가격 결정 및 경쟁 환경과 관련한 대부분의 요소들이 국내 공기업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런 문제점은 주로 국내 시장을 기반으로 사업을 하거나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는 공기업들의 경우에 더욱 두드러진다. 독점적인 시장 환경에서는 가격 결정이나 원가 구조가 시장의 원리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최고 경영자가 얼마나 사업을 잘 운영했느냐 보다는 정부 정책에 따라 EVA가 좌우되는 경향이 많다. 이런 문제점은 세계 시장을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공기업의 경우에는 심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두번째 문제점은 두 기업간의 이전 가격과 관련한 내부 원가는 시장 가격에 의해 설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가격 결정의 자유가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기업이 정보통신 업체나 보수와 유지를 위한 관련 업체를 소유하고 있다고 하자. 이들 기업의 매출 중 대부분은 모기업의 원가 구조와 정책에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따라서 이들 기업은 자신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정당한 가격을 모기업에 요구할 수가 없다. 모기업이 지불하는 가격은 서비스 원가에 약간의 마진을 얹은 수준에서 결정된다. 이같이 가격이 설정되는 이유는 시장 가격을 그대로 적용하면 공기업보다 경쟁력있는 민간 업체에 의해 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수요 공급의 방정식이 시장 외적인 요소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다.세번째는 EVA 계산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가중 평균 자본 비용(WACC) 즉, 현금 흐름 할인율과 관계된 문제점이다. EVA는 언제 WACC를 측정 또는 적용했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같이 경제 지표의 변동폭이 큰 경우에는 EVA가 논쟁이 될 수 있다. WACC는 간단히 말해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 기업이 들인 자본의 비용이다. 일반적으로 차입 자금 비율이 높은 기업의 경우 WACC가 높게 나타난다. WACC 계산은 매일 달라질 수 있고 또 전문가가 아니라면 WACC를 자세히 검토, 결정하는 작업을 제대로 수행할 수가 없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정부의 EVA는 WACC의 중요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EVA를 실제 수치보다 과대 또는 과소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