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진없이 판매ㆍ수익은 광고유치로 해결 ... 인터넷시대 새 사업모델 제시

인터넷이 정말로 세상을 바꾸고 있다. 상거래의 기본원리가 깨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까지 상거래의 기본원리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다. 상품가격을 정할 때 구입가격에 각종 비용 및 이윤을 붙여 판매가를 정한다. 그런데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에서는 이런 원리를 무시할 수도 있다.미국의 바이콤(buy.com)은 컴퓨터나 비디오 서적 등을 인터넷으로 주문받아 배달판매하는 인터넷쇼핑몰이다. 상품을 생산자에게서 구매해 소비자에게 파는 구조는 기존의 상인과 다를바 없다.그러나 바이콤은 기존의 인터넷쇼핑몰이나 재래식 상인들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마진을 거의 남기지 않고 판매한다. 바이콤은 상품판매에서 마진을 남기는게 아니라 광고를 유치해 수익을 올리기 때문이다. 마진을 없애거나 심지어 손해를 보더라도 바이콤사이트에 떠 있는 광고를 봐줄 소비자를 많이 끌어모아야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다.◆ 소비자 정보, 데이터베이스화바이콤은 광고 매체로서의 매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사람을 많이 끌어모으는 일 외에 소비자 정보를 데이터베이스에 집적해 놓고 있다. 소비자의 구매패턴을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누가 언제 어떤 상품을 어떻게 구매하는지 알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되면 광고노출 정도뿐 아니라 광고하고자 하는 대상을 정확하게 추출할 수 있게 된다.인터넷시대의 새로운 사업모델을 제시한 바이콤의 성장속도는 상당히 빠르다. 이 회사는 영업을 시작한 첫해인 98년 1억2천5백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1분기에만 1억달러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바이콤의 이런 사업전략에 대한 평가는 양극단으로 나뉘어 있다. 「미쳤다」가 아니면 「천재적이다」다. 어떤 평가가 옳은지는 시간만이 말해줄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상거래의 기본질서가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벤처전문가 존 허머씨는 『바이콤이 성공하느냐 못하느냐는 중요한게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상거래의 새로운 질서가 수립되고 있는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바이콤은 미디어와 쇼핑몰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다. 상품이 내용물(Contents) 역할을 하는 것이다. 신문 방송 등의 미디어가 갖고 있는 내용물을 무료로 혹은 극히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면서 광고를 유치해 수익을 유지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바이콤 역시 싸게 파는 상품을 내용물 삼아 소비자를 끌어 모아 광고를 유치하는 구조로 기존 미디어의 수익구조와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다. 쇼핑몰이 미디어화한 것이다.바이콤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갖출 수 있는 데는 자본을 조달하는 독특한 구조도 한몫하고 있다. 미국에서 인터넷주식은 계속 주가가 오른다. 투자가들이 실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인터넷 기업을 미래가치를 보고 수십억달러의 가치를 지닌 기업으로 끌어 올리는 것이다.바이콤은 개인투자자와 주식시장에서 확보한 충분한 자금을 무기로 사이버상인들은 기존의 실물상인들에게 엄격하게 적용되는 경제원칙인 수익성을 일정기간 무시할 수 있다. 투자자금을 계속 유치할수 있는 한 마진을 지속적으로 줄일 수 있다. 아예 마진을 없애거나 일정부분 밑져가며 장사를 할 수도 있다. 기존 실물상인들에겐 악몽과 같은 현실이 눈앞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쇼핑하러 상점에 나가지 않아도 되고 구매한 물품은 집까지 배달해주며 게다가 마진을 남기지 않아 파격적으로 싼 가격에 판매하는 보이지 않는 경쟁자가 나타났기 때문이다.바이콤이 사업을 확장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벤처캐피탈을 통해 수백만달러를 조달한다. 판매품목은 우선 한가지로 특화한다. 바이콤은 컴퓨터로 정했다. 대신 컴퓨터에 관한한 다루지 않는게 없을 정도로 컴퓨터에 특화했다. 웹사이트설계에도 상당한 신경을 썼다. 가상공동체를 구성하는 메뉴는 필수다. 바이콤을 즐겨찾는 소비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게시판은 늘 알찬 내용으로 가득 채워놓는다. 채팅룸과 전자우편은 무료로 제공해 사용자를 끌어 모은다. 소비자를 많이 끌어모아야 하므로 판매가격은 무조건 싸게 설정한다. 매출은 모두 설비확충과 마케팅에 전액 재투자한다. 특히 데이터수집 분석기술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소비자의 구매특성 정보를 수집·분석해 데이터베이스에 집적해 놓는다. 매출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음을 널리 알려 기업가치를 올린다. 기업을 공개해 투자자금을 마련한다. 판매품목을 다른 분야로 확장한다. 바이콤은 이렇게 하나 하나 확장해 컴퓨터 소프트웨어 도서 게임 비디오 등 5개품목을 취급하고 있다. 5월에는 음반매장도 개설한다.◆ 인터넷 특징 최대 활용바이콤은 항상 경쟁쇼핑몰보다 싼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인공지능 가격비교에이전트를 이용한다. 매일 일정시간 바이콤이 판매하는 상품을 다른 인터넷상점의 상품가격과 비교해 바이콤의 상품가격을 항상 경쟁사보다 싸게 가격을 유지하도록 조정한다.혜성처럼 나타난 바이콤은 인터넷의 특징을 최대한 활용한 사례다. 초반에 막대한 투자자금을 유치해(초기 투자 자금 6천만달러), 독특한 기술을 개발하고(경쟁 쇼핑몰의 가격을 비교해 가장 싼 가격을 유지하는 에이전트 소프트웨어), 인터넷고유의 효율성(광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미디어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적극적으로 마케팅함으로써 인터넷비즈니스 모델의 새로운 사례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포레스터리서치의 온라인 소매분석가인 케이트 델하겐씨는 『바이콤이 당분간 수익을 내지 못할지 몰라도 앞으로 수많은 형태의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바이콤의 성공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없는 것도 아니다. 특히 기존의 실물상인들은 인터넷비즈니스 모델을 「제정신이 아닐」뿐 아니라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온라인상인들조차 바이콤의 판매방식은 지나치다고 할 정도다.델하겐씨는 이에 대해 『인터넷상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은 소비자이지 공급자가 아니다. 실물상인들이 바이콤의 파격적인 할인판매 전략에 대응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인터넷비즈니스는 일종의 땅따먹기다.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은 당장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다. 브랜드를 구축하고 거대한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것이 우선과제다. 인터넷 상인은 앞으로도 터무니없을 정도의 가격인하를 지속적으로 시도할 것이다. 이제 낡은 상거래 관행은 집어치우고 독특하고 엉뚱한 것을 시도할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