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과 동시 외국어체 구매상담 줄이어 ... 올 매출 1백억 목표 전력투구

미래전지 연구개발실희끗희끗한 잔설 위로 아직 차가운 바람이 몰아치던 지난 2월. 바바리코트의 깃을 세운 훤칠한 키의 미국인이 미래전지에 들어섰다. 시그마테크놀러지의 안젤로 박사. 시그마테크놀러지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있는 전지연구업체인 동시에 미국내 진공증착기계분야의 3대업체. 비행기를 갈아타고 하루 이상 걸려 분당에 있는 미래전지까지 찾아온 것이다. 전승규 미래전지 사장(40)의 안내를 받으며 회사내와 연구실을 둘러본 뒤 용건을 꺼냈다. 미래전지가 생산하는 제품을 자사가 대량으로 구매할테니 독점판매권을 달라는 것이었다.3월엔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존슨리서치앤드디벨로프먼트사의 로니 존슨사장이 방문했다. 지분 일부에 출자하는 대신 판매권을 획득하는 내용의 전략적 제휴를 맺자는 것이었다.얼마전에는 미국 공군특별조사국(AFOSI)의 일본 담당자인 와카코 가시마씨가 찾아왔다. 군용 전지 제작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것.경부고속도로에서 분당으로 빠져나가는 톨게이트 부근에 위치한 미래전지. 종업원 30여명에 창업한지 2년밖에 안된 중소기업이다. 국내에서조차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신설업체다. 그럼에도 외국인들이 줄지어 찾는다. 기술과 제품이 탐나기 때문.이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은 회사 이름처럼 미래형 전지다. 전지하면 보통 건전지나 자동차용 축전지가 떠오르게 마련. 하지만 미래전지가 만드는 제품은 이들과는 개념이 다르다. 리튬폴리머를 이용한 경박단소형 전지들이다. 현재 상품화가 됐거나 개발이 거의 완료된 제품은 발광배터리 플래시카드배터리 인쇄회로기판(PCB)배터리 등. 이중 발광배터리는 리튬폴리머 전지와 발광물질을 일체화한 것으로 빛을 내는 배터리. 낚시용구 등에 활용되고 있다. 일본의 히로미나쓰나 독일의 발저사에 수출하고 있는 품목이다.◆ 기술력으로 똘똘 뭉쳐 성공 견인PCB배터리는 인쇄회로기판에 내장한 배터리. 크리스마스 카드나 판촉물에 활용할 수 있는 특수 배터리다. 홍콩업체를 통해 올 크리스마스 시즌용으로 납품하기 위해 교섭중인 제품이다.이밖에 매우 얇고 가벼운 노트북컴퓨터용 배터리, 인공심장용 배터리도 거의 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이같이 다양한 미래형 전지를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분야에 탁월한 능력을 지닌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따른 것. 연구개발인원은 12명으로 전체 인력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특허도 다수 갖고 있다.전형적인 연구개발형 벤처기업인 셈이다. 이중에는 런던대에서 배터리 고분자분야를 전공한 김종철 박사와 텍사스대에서 마이크로웨이브를 전공한 공건식 박사도 들어 있다. 연구원 중에는 전기 전자 화학 전공자들이 골고루 포진해 있다. 미래형 전지는 특성상 이들 분야의 지식이 융합돼야 하기 때문.고급인력만 있는게 아니다. 연구원 중에는 전지에 미친 사람들이 다수 들어 있다. 이들이 때로는 개발에 더욱 진가를 나타내기도 한다. 그 분야에서 10년에서 15년 동안 연구를 해온 산 경험자들이기 때문.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사흘 정도는 밤을 샐 각오가 돼 있다.전사장은 미국의 대학에서 계량경제와 경영학을 전공한 뒤 로스앤젤레스 버른대에서 행정학박사 학위를 받은 기업인. 대학 생활중 차세대 전지에 관심을 갖고 관련 서적을 탐독했다. 차세대 전지가 노다지임을 누구보다도 먼저 파악한 것. 이동전화와 노트북컴퓨터를 비롯해 전자제품의 휴대화가 대세를 이루면서 차세대 전지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세계 각국이나 선진기업이 이 분야를 주력사업으로 선정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이 분야에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사람들과 의기투합해 미래전지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미미했으나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는 올해는 1백억원을 목표로 잡고 있으며 내년에는 8백억원에 도전하고 있다.『초창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첨단제품의 특성상 연구 실적에 비해 매출이 더디 일어나기 때문이지요. 그럼에도 직원들이 회사의 비전에 공감해 똘똘 뭉친게 이를 극복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우리 사주를 비롯한 사원들에 대한 인센티브와 차세대전지의 비전에 관한 공감대가 회사를 이끄는 견인차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부지가 약 3천평인 미래전지는 땅 모양이 삼각형으로 돼 있다. 중간에는 우물이 있다. 건물 뒤쪽으로는 산봉우리 두개가 봉긋 솟아 있다. 이를 전사장은 풍수지리적으로 전형적인 다산(多産)의 지형이라고 설명한다. 첨단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인이 풍수지리를 얘기하는 것은 어쩐지 격이 안맞는 것 같다. 하지만 그 내용이 왠지 싫지는 않다고 덧붙인다.건물은 우물을 피해 지었다. 연구소 형태의 단아한 모습으로 설계했고 전망을 좋게 하려고 창을 많이 냈다. 건물 외벽은 하얀색과 초록색으로 입혔다. 2층 접견실에 앉으면 두개면이 완전히 유리로 돼 있어 신록의 나무 등 외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국 전지산업 이끄는 선도자‘꿈’『전지는 개발분야가 무궁무진합니다. 누가 시장을 선점하느냐에 따라 전자 통신제품의 우열이 판가름날 것입니다. 한국의 전지산업을 이끄는 선도자가 되는게 꿈입니다.』휴대형 전자 통신제품은 누가 작고 가볍고 얇게 만드느냐의 싸움이다. 대학노트처럼 얇고 가벼운 노트북컴퓨터와 등에 메고 다니는 군용무전기 P77을 연상시키는 무겁고 육중한 노트북컴퓨터의 싸움은 붙어 보나마나다. 휴대폰이나 개인용 정보단말기도 마찬가지. 이 싸움의 상당부분은 전지에서 판가름나며 전사장은 이 전투에서 최전선을 지키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0342)706-0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