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 문제로 고민하는 회사가 있다. 그로 인해 바이어로부터 거래 중단 얘기까지 듣고 있지만 별 뾰족한 수가 없다. 무엇이 문제점인지 잘 모르는 것이 그들의 가장 큰 문제인 것이다.(They don’t know what they don’t know) 설계, 개발, 부품, 시작, 생산 등 여러 공정을 거치면서 물건이 만들어지지만 중간단계에서 품질 확인을 안했거나 했더라도 기록이 없기 때문에 손을 쓸 수 없는 것이다.집 근처에 큰 책방이 있다. 일주일에 한번씩 책 사는데 제법 거액을 투자하는 편이지만 아무 혜택이 없다. 그저 주인이 좀 더 따뜻한 표정으로 인사를 한다는 것 외엔 처음 오는 사람과 아무 차이가 없다. 처음 온 고객이나 큰 고객이나 같은 가격과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이다. 책방이 안된다, 한국사람들이 책을 안본다고 볼멘소리는 하지만 고객을 어떻게 나누어 관리할 것인지, 어떤 고객이 얼마나 책을 사고 어떤 종류의 책을 즐기는지, 상품별 수익성이 어떤지 관리가 안되는 것이다. 우수 고객을 관리하려 해도 구체적인 데이터가 없는 것이다.금융환경이 바뀌고 망하는 은행이 생기자 위기감이 생기는 모양이다. 무언가 하긴 해야 하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른다. 역시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이다. 지하철 역 입구에서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인사를 꾸벅하는 것 외엔 아이디어가 없다. 고객을 위해 무언가 하고 싶어도 데이터가 없다. 고객별 데이터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고객 구분의 기준은 무엇이고, 우수고객은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이다.자동차 개발처럼 복잡한 비즈니스는 어느 길목을 어떻게 지키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다. GM이 개발한 주요 길목의 하나가 BIR(Build Incident Report)와 TIR(Test Incident Report)다. 즉, 조립시 문제점 보고서와 테스트시 문제점 보고서다. 수많은 사람들이 설계를 하고 여러 업체에서 부품을 만드는만큼 공정별 문제점, 한 공정에서 다른 공정으로 넘어가면서 생기는 문제점, 부품과 부품 사이 불일치, 조립후 시험시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찾아내고 분석해서 책임별로 분류/피드백하고, 개선/확인해 완벽한 최종제품을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중 하나가 앞의 BIR와 TIR다. 다음 공정으로 넘어가기 전의 검문소와 같은 것이다. 이 검문소에서 앞 공정의 품질이 나타난다. 개인별 설계 능력, 설계대로 부품을 만드는 능력, 인접 부품과 조화하는 능력 등등.총체적 부실과 전 산업의 경쟁력 부족으로 나라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대로 가서는 안된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 문제인지를 모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공정별 관리는 등한히 하고, 하더라도 데이터가 아닌 말로만 하다보니 최종제품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과학적인 고객관리를 안 하다보니 우수고객인지 아닌지 알 수 없고 그러다보니 잘 해주고 싶어도 잘 해줄 수가 없는 것이다.양궁이 세계 제일의 위치에 오른데는 과학적인 분석과 그에 따른 훈련이 큰 역할을 했다. 한국을 저지하기 위해 규칙까지 바꾸는 수선을 떨었지만 과학적인 노력 앞에서는 별무효과였던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매사를 과학적으로 보고, 기록하고, 모으고, 분석하고, 결과에 따라 행동하는 그런 노력이 절실하다. ibshkt@i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