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 물동량 불균형으로 수지 악화 ... "선박 대형화 등 최고 서비스 제공할터"

「해운업계도 나름대로 고민이 있습니다」. 수출입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해운업계가 최근 고민에 빠져 있다. 여러 가지 사정을 감안해 5월 들어 운임을 올렸지만 수출업체들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특히 업계는 사회 전반에 걸쳐 수출업체들의 입장만 두둔하는 듯한 기류가 형성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해운업체들 사이에 「우리들의 입장도 좀 헤아려 달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해상운임 역시 일반 상품과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 배로 실어나를 물량이 많아지면 가격이 오르고 반대로 적어지면 떨어진다. 또 해운시장의 해상 운임은 국적 선사에 의해서만 그 수준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한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전체 국내외 국적선사에 의하여 적절한 수준에서 정해진다.최근 몇년간의 운임변화 움직임을 보더라도 이런 사실은 뚜렷히 나타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최근 몇년간의 북미수출항로의 운임(40피트 컨테이너 평균요금 기준) 추이를 살펴 보자. 표에서 알 수 있듯이 95년 이후 선적물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북미수출항로의 해상운임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95년 3천1백달러 수준이던 것이 97년말에는 2천3백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거의 30% 가량 하락했던 셈이다.반대로 최근 들어 해상운임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는 것은 수출이 회복되면서 물량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제여건이 호전되면서 해운회사를 이용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 자연스럽게 운임이 올라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해운업계도 단기간에 적지 않은 폭으로 올랐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 운임인상으로 수출업체들의 수출여건이 악화됐다는 점 또한 잘 알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최근의 운임회복은 불가피한 측면이 더 많다고 강조한다.◆ 수지 맞추기 위해 3국 진출 확대 모색먼저 투자의 증가 부분이다. 최근 몇년 사이 수출업체의 원부자재, 에너지, 전략물자 등의 안정적 수송을 위해 선박의 대형화 등이 이뤄졌기 때문에 인상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상당수 해운업체들이 선박 매각 등을 단행했던 것도 이런 투자의 증가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외국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해운업계에서 생존을 위한 수지방어와는 별도로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한단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만약 지금 단계에서 투자를 소홀히 하고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지 않으면 국내 해운회사들의 존립 자체를 위협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IMF 사태 이후 심화된 수출입 물동량의 불균형도 해운업체들이 운임을 올리는 직접적인 요인으로 지적된다. 평소 해운회사들은 수출과 수입이 균형을 이뤄주기를 기대한다. 만약 미국 등지로 상품을 싣고 나갔다가 빈 배로 들어오면 수익을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그런데 최근 들어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업체들의 주장이다. 97년 이후 수출과 수입의 격차가 커지면서 불균형이 크게 벌어졌다는 설명이다. 이를 수치를 통해 비교해 보면 97년말에는 해상을 통한 수입이 수출의 71%에 이르러 비교적 양호했으나 불과 1년만에 상황이 크게 나빠져 98년말 기준으로 45%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상당수의 배들이 정상적으로 나갔다가 들어올 때는 물량이 부족해 빈배로 돌아오기 일쑤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물동량의 불균형으로 파생되는 경비가 연간 약 1억1천만달러(98년 추정치)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일부 해운회사들이 운임수준이 비교적 양호한 제3국으로의 진출을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국내시장의 경우 경기흐름에 따라 물량의 변동이 심해 수지를 맞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영업을 하기가 상대적으로 편한 제3국을 찾고 있다는 것이 업계 사람들의 설명이다.국내 해운업계 사람들은 요즘 95년 이후 운임이 크게 하락하던 시절을 떠올린다. 당시 국내 화물주들은 시장상황을 거론하며 운임인하를 꾸준히 요구,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켰다는 것이 해운업계의 판단이다. 2년여 사이에 운임이 30% 가량 떨어진 것도 결국은 이런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는다.반면 당시 화물주들은 국내 해운회사들의 대외경쟁력이 취약해진 부분에 대해서는 일절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 해운업계의 주장이다. 일방적으로 운임을 내려달라고만 할 뿐 해운회사들의 채산성이 크게 악화돼 대외경쟁력이 추락하는 점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해운회사의 한 관계자는 업계의 입장을 이렇게 설명한다.『해운회사들은 시장상황이 나쁘면 나쁜만큼 수출업자들에게 낮은 운임을 제공해야 하고, 그 반대인 경우에는 수출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운임을 올리지 못한다면 살아나갈 방법이 없다. 나름대로 고심 끝에 운임을 올리고 있는만큼 업계의 입장을 다소나마 이해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운임 인상에 대해 수출업체들이 국내 해운업체와 외국해운업체들을 차별(?)하는 것도 못마땅하다는 입장이다. 운임을 올릴 때 외국업체들의 의견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가 국내업체들이 인상을 결정하면 이유를 불문하고 불가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주장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운임 인상 때마다 외국회사들은 별다른 저항을 받지 않고 상대적으로 쉽게 결정하나 국내 업체들은 그렇지 못해 입장이 아주 난처하다』고 설명했다.해운업계에서는 이번의 운임인상이 단지 예전수준의 회복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단기적으로는 올랐지만 95년 이후 역시 급락했기 때문에 수출업체들이 불가피성을 어느 정도는 이해해줘야 한다는 논리다. 특히 수입물량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에 해운업체들 입장에서도 수지를 맞추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설명이다.다만 업계에서는 운임이 올라가는만큼 이에 걸맞는 최상의 서비스로 고객을 맞이하겠다고 강조한다. 선박의 대형화와 신속한 처리 등으로 민원을 근본적으로 예방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얘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운업체와 화물주는 서로 대립의 관계가 아니라 동반자 사이』라며 『국내 경제를 이끄는 양축이라는 생각으로 협력관계를 지속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