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투자박람회는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어 성공여부가 미지수였지만 일단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지난 2일부터 나흘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박람회에서 APEC 21개 회원국에서 2천명이 넘는 투자가들이 한국을 찾아 35억달러(4조2천억원) 이상의 투자를 약속했다. 이들이 한국에 묵으면서 쓴 달러도 만만치 않아 부수적인 경제 효과도 컸다.여기에다 IMF(국제통화기금)지원이후 떨어졌던 한국의 국가 이미지와 신뢰도가 이번 행사를 계기로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까지 감안하면 APEC서울 투자박람회의 손익계산서는 일단 흑자다.◆ 35억달러 투자 유치일단 2천명이 넘는 외국인투자가들이 서울로 몰린 것은 「한국이 투자 적격지」임을 입증한 셈이다. 외국기업가 및 금융투자회사 관계자들이 직접 눈으로 IMF위기를 벗어나 회복단계에 들어선 한국의 경제실상을 보고 투자계획을 밝혔다. 특히 존 H 더닝 영국 레딩대 교수와 클라우드 스마자 세계경제포럼(WEF)회장 등 세계적인 경제전문가들이 특별강연을 통해 한국의 경제위기 극복을 높게 평가했다.이번 박람회는 APEC회원국간 투자네트워크를 구축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외자유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정보다. 투자정보는 곧 투자의향을 가진 기업체 및 매물의 리스트다. 한국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전 세계의 잠재적인 투자가 4천3백69명의 인적정보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앞으로 기업들이 투자유치 활동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됐다.또 해외진출을 바라는 기업 입장에선 APEC투자 네트워크에 입력된 1천5백3건의 매물과 투자정보 등을 손쉽게 입수할 수 있다. 주먹구구식으로 투자유치활동을 벌여온 한국의 지방자치단체들도 사회간접자본(SOC) 등 대형 프로젝트를 조직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노하우를 축적했다.무엇보다 이번 박람회는 「전시사업 비즈니스」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번 행사의 사업비는 총 27억원. 전시장 임대료와 투자유치를 위한 사절단 파견비용 등 모든 경비를 합한 금액이다. 이런 예산은 서울을 찾은 2천명 이상의 외국인투자가들이 뿌린 외화 1천만달러(1백20억원)의 5분의 1밖에 안된다. 물론 이들이 한국에 투자를 확정하거나 약속한 35억달러(4조2천억원)와 직·간접적인 홍보 효과까지 돈으로 계산하면 이익은 엄청나다. 한마디로 대차대조표상 성공한 첫 투자올림픽이었다고 주최측은 평가했다. 때문에 차기 투자박람회 개최지를 놓고 중국 인도네시아 뉴질랜드 등이 벌써 경쟁을 벌이고 있다.행사기간중 러시아 전시관에 참가한 러시아 IPEC투자회사의 블라디미르 볼노프씨는 『이번 행사를 통해 한국과 러시아의 기업들에 서로 투자가를 연결시켜주고 각국의 투자정보를 비교확인할 수 있어서 대단히 만족하다』고 말했다.그러나 이번 행사의 문제점도 적지 않았다. 이번 행사의 실질적인 준비기간은 고작 3개월. 김대중 대통령이 작년 11월 이번 행사를 열겠다고 APEC회의에서 밝혔다. 이후 외교통상부와 산업자원부간에 행사주도권을 놓고 다투다가 지난 2월에야 산자부 소관 행사로 결정났다. 결국 행사를 일일이 집행해야 하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통사정해가며 외국인투자가들을 끌어모았다. 미국 동북부에 있는 메인주 무역투자담당국장 페리 B 뉴만씨는 『돈을 많이 굴리는 대형 투자펀드와 대기업이 많이 참가하지 않아 행사의 실속이 없었다』고 꼬집었다.우리정부가 이번 행사를 전시성 이벤트로 그치지 않고 얼마나 실속있게 투자유치의 결실을 이끌어낼지가 남은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