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력 : 1947년 영국 출생 . 72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과 졸업. 78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응용 경제학 박사. 72~86년 영국 헐대학에서 경제사 교수 역임, 미국 시애틀의 워싱턴대학과 피렌체의 유러피안대학, 벨기에의 루벤대학 강사로 활동. 국제노동기구(ILO)에 한국 고용시장에 관한 논문을 제공, 책으로 발간했으며 세계은행과 유엔개발계획에 여러 가지 경제 논문 발표. 현재 경영 컨설팅회사인 EABC 한국지사 대표이사이자 한국개발연구원(KDI) 객원교수. EABC는 영국 런던, 일본 도쿄, 중국 베이징과 연길, 북한 평양 등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경영 자문회사.▶ 한국 경제가 IMF 위기에서 회복되고 있다는 지표들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계십니까.한국은 이제 포스트(Post) IMF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이 말은 곧 한국이 IMF 위기 때와는 또다른 새로운 문제들에 직면하고 있으며 한편으론 IMF 시기 때에 제기됐던 문제들을 완전히 해결하고 정리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원탁회의에서 많은 외국 투자자들이 IMF 위기 때 한국이 직면했던 문제들이 확실히 해결됐다는데 대해서는 매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국의 금융 개혁과 재벌 개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IMF 시대의 금융 개혁은 빌딩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임시적인 조치만을 취했던 것에 불과합니다.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은 빌딩의 기반을 공고히 다지기 위해 전반적으로 금융기관의 경영을 변화시키는 일입니다. 이런 변화란 선진 경영 기법, 예를 들면 새로운 지배구조 확립과 경영의 투명성, 합리적이고 적절한 위기 관리 기법 등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이런 전면적인 경영 변화에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이는데 기존관행에 젖어있던 사람들이 기존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방식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입니다.재벌 개혁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만약 재벌들이 언론에 발표한 계획대로 진실로 구조조정을 진행할 의사가 있다면 현재 한국 정부는 재벌을 너무 급하게 몰아세우는 것이 됩니다. 왜냐하면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를 봤을 때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보통 3년이란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재벌들이 구조조정 계획만을 발표하고 속으로는 딴 생각을 하고 있다면 정부는 재벌들에 더욱 구조조정 압력을 가해야 합니다. 결국 재벌 구조조정 문제의 관건은 재벌들의 진실성에 달려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 정부가 가장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시장 원리에 의해 경제가 움직일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일입니다.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며 기업들이 선진 경영 기법을 도입하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제반 조건들을 마련해줘야 합니다. 기반이 마련된 후에는 기업들 스스로 활동할 수 있도록 내버려둬야 합니다. 일부 전문가들이 현재 우려하는 바는 한국 정부가 언제 물러서야 하는지를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한국 경제가 건전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디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경제는 성장률이나 인플레이션과 같은 성과와 구조로 나눠볼 수 있는데 먼저 성과부터 살펴 보겠습니다. 이제 성과 혹은 성장에 대해서는 정부가 더 이상 개입하지 말아야 합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예에서 보듯 경제가 성숙될수록 급성장을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현재 한국 경제는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브이(V)자형인데 오랜 경제 위기를 겪은 뒤에 나타나는 많은 문제들이 한국에서는 나타나지 않아 매우 고무적입니다. 현재 한국의 경제 회복은 소비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단지 한국에서는 오랫동안 저축은 좋고 소비는 나쁘다는 논리가 강조돼왔기 때문에 이런 인식이 소비에 나쁜 영향을 줄까 우려됩니다. 일본의 경우 예산 적자를 막기 위해 세금을 올리자 소비가 위축되면서 결과적으로 경제 회복이 늦춰졌습니다.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할 것은 IMF 이전과 이후의 경제 패러다임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입니다. IMF 이전에는 저축과 투자를 강조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과잉 투자가 많이 일어나면서 투자가 낭비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요즘도 사람들이 저축을 많이 하지만 저축보다는 채권이나 주식을 사는 쪽을 선호하는데 이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이제는 기업이 빚을 얻어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주식을 발행해 자본 형태로 돈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더욱 격려하기 위해 정부는 기업의 주식 발행에 관한 규제를 좀더 풀어줘야 합니다.▶ 경제 구조에 있어서는 어떤 이슈가 있습니까.주요한 문제는 실업입니다. 현재 세계적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산업은 지식 기반 산업입니다. 한국 정부도 고용을 창출하려면 재벌보다는 지식을 기반으로한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식 기반의 산업에는 땅이나 공장이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돈이 많이 들지 않습니다. 지식 기반 산업에서 중요한 것은 교육입니다. 때문에 정부가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과제는 교육 개혁입니다. 물론 한국은 전통적으로 교육을 강조해왔으나 과거에 많은 투자가 과잉 투자로 연결돼 낭비됐듯 교육 부문에 있어서도 비효율적인 면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교육 개혁을 통해 지식 기반 산업과 고용을 창출하는데 주력해야 합니다.▶ 현재 한국 내부적으로는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징조들이 나타나고 있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움직임이나 중국 정부의 위안화 절하 여부 등 외부적인 요인들이 불안한 요소로 남아 있습니다.외부적인 요인이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하십니까.한국 내부적으로는 경제 회복세를 막는 요인이 별로 없습니다. 정부가 세금을 과도하게 올림으로써 소비를 위축시키거나 아니면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기업을 잘못된 방향으로 유도하지만 않는다면 말입니다. 외부적인 요소가 문제가 되긴 하는데 사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한국 경제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 증시가 계속 호황이기 때문이죠. 또한 금리가 인상돼도 한국의 대출 금리는 한국 경제에 대한 신용도가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계속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미국 증시가 위축될 경우에는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외국 투자자들의 사업 방향에 변화가 오고 한국의 대미 수출도 타격을 받을 것입니다. Y2K(2000년 표기 문제)도 중요한 변수인데 기술적인 문제보다도 Y2K가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로 기업들의 활동이 위축될 것으로 보입니다.일본 엔화의 경우 아주 많이 약화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1달러당 1백20∼1백25엔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경제가 더욱 우려해야 할 점은 엔화 절하가 아니라 원화 절상입니다. 한국 정부는 원화를 적정 수준의 약세로 유지하기 위한 정책 방안을 고려해야 합니다.중국 위안화의 경우 제 의견으로는 중국 정부가 위안화를 빨리 평가 절하할수록 한국 경제에는 도움이 됩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중국의 위안화 절하가 한국 경제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지만 부정적인 영향은 단기적이고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긍정적입니다. 왜냐하면 중국 경제가 천천히 침체됨에 따라 한국의 대중국 수출 역시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한국과 중국이 서로 경쟁하는 수출 아이템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한국의 수출 경쟁국은 일본입니다. 중국의 경제가 회복되는 것이 한국 경제에 바람직합니다.▶ 한국 경제의 정책 방향에 대해 제언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까.한국 정부는 경제를 좀더 폭넓은 시야를 가지고 사회 전체 속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일반 국민들이 경제 회복의 이점을 누리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한국 정부가 앞으로 주력해야 할 부문은 두가지인데 정보기술 산업 발전과 교육 개혁입니다. 정보기술이야말로 좋은 투자 대상입니다. 예를 들어 부실기업에 수조원을 투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과연 좋은 투자인지 의문이지만 정보기술에 대한 투자는 누가 봐도 좋은 투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정보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혹자는 한국의 제조업이 일본 수준도 따라잡지 못한 상황에서 기대 수익이 어느 정도인지조차 불확실한 정보기술에만 너무 치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합니다만.분명히 조선이나 자동차 반도체 같은 경우에는 프로세스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큰 투자가 들지는 않습니다. 상품을 생산하는 방식이나 디자인 등을 개선하는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필요한 것은 돈보다 혁신적인 사고와 우수한 두뇌입니다. 전체적으로 정보산업의 경우 한국은 사실상 미국이나 유럽과 비슷한 수준에 있기 때문에 그만큼 기회가 많습니다. 정보산업은 이제 막 태동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조금만 더 노력을 기울인다면 엄청난 기회를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이제 앞으로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경계가 점점 더 모호해지면서 하드웨어, 즉 제조보다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의 중요성이 강조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