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별 고유 ID부여 ...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 접속

무선전자상거래 시대가 오고 있다. PC에서처럼 이동전화기로도 상품을 검색하고 주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제까지 이동전화기는 음성통화를 위한 것이었지 정보를 검색하거나 상거래를 하기 위한 도구는 아니었다. 전파를 이용하는 한계 때문에 유선처럼 많은 양의 데이터를 저렴하게 주고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신기술의 발달로 이동통신으로도 대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 받을 수 있게 됐다.바로 IMT-2000이라는 새로운 이동통신기술 때문이다.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은 아니고 기존의 이동전화 기술과 컴퓨터의 정보처리 기술이 복합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기술이다.IMT-2000은 이동전화기에서 멀티미디어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이다. 세계 어디서든 하나의 단말기로 통화할 수 있는 국제적인 상호접속도 큰 특징이다.무엇보다 IMT-2000이 가져올 커다란 변화는 이동전화기가 데이터통신단말기로 진화한다는 점이다. 데이터통신 단말기로의 진화란 곧 이동전화기로 PC처럼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상거래 기반인 인터넷이 PC의 한계를 넘어 이동전화로 확산되는 것이다.대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하게 되면 음성뿐 아니라 그림이나 동영상과 같은 데이터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상대방의 얼굴을 마주 보면서 통화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단지 서로 얼굴을 보며 통화하려고 막대한 투자자금을 들여 새로운 통신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아니다. IMT-2000전화기에 부착되는 커다란 LCD화면에 자주 떠오를 화면은 통화상대방의 얼굴보다는 인터넷브라우저로 검색하는 웹사이트다.지난달 27일 COEX에서 열린 「국제정보통신 및 이동통신 세미나」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IMT-2000의 의미를 「이동형 전자상거래 기반」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세미나의 기조연설을 담당한 ETRI 동기시스템 연구부 한기철 박사는 『IMT-2000의 기본적인 목표는 무선 인터넷 접속』이라며 화상통화 및 지능형 교통시스템과 함께 무선 전자상거래가 중요한 시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퀄컴의 한국지사장 김성우 박사 역시 이날 세미나에서 이동통신시장의 조류를 전망하며『이동 상거래가 IMT-2000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루슨트테크놀러지의 나이틴 샤박사와 브루스 로우랜드 박사 역시 『주머니 속의 고속데이터통신 단말기로 정보를 검색하고 물건을 사고 파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 봤다.IMT-2000은 PC를 통한 인터넷 접속보다 더욱 편리한 전자상거래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바로 이동전화기의 휴대성과 대금결제 기능이 결합하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든 전화선 없이 통신할 수 있는 기능을 이용해 상품이나 서비스의 이용요금을 지불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PC를 이용한 전자상거래가 불편한 점은 신원확인과 대금결제다. 상거래 사이트마다 사용자번호를 등록하고 대금 결제에 사용할 신용카드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그런데 IMT-2000단말기를 이용하면 번거로운 과정을 모두 생략할 수 있다.◆ 이동전화기가 곧 신용카드IMT-2000 전화기에는 모두 개인별로 고유의 ID가 부여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이동전화기 자체가 신용카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자동판매기에서 커피를 뽑아 마시면서 이동전화기의 통신기능과 고유의 ID를 이용해 대금을 결제할 수 있다. 자동판매기에 무선으로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장치를 해 놓고 이동전화기 고유의 통신기능을 이용해 개인ID를 자동판매기에 전송하는 것이다. 자동판매기에서는 판매한 상품과 수량정보를 IMT-2000단말기에 전송한다. 자동판매기 주인은 IMT-2000전화기가 전송한 데이터를 근거로 대금을 청구하게 된다. 자동판매기 주인이 청구한 대금은 다음달 전화요금청구서에 함께 포함된다.IMT-2000전화기가 무선 전자상거래 기반으로 진화하는 힘은 수요와 공급 양쪽에서 모두 찾을 수 있다. 우선 수요측면에서 보면 소비자의 행동과 조류의 변화를 들 수 있다. 개인의 생활 속에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케이션이 깊숙하게 자리잡으면서 개인화가 더욱 심하게 진행되고 통신기기의 이동성이 강조되는 것이다. 세계화의 추진으로 정보통신기기의 호환성과 유연성에 욕구도 강해진다.소비자들의 기대수준이 한없이 높아지는 것도 주요한 요인이다. 루슨트테크놀러지의 로우랜드 박사는 『소비자들은 앞으로 더 이상 유선과 무선의 한계를 참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유선은 고속 데이터통신, 무선은 이동성이 강한 음성통신이란 등식을 깨고 무선통신으로도 유선통신 만큼의 고속 데이터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욕구가 점차 증가할 것이란 주장이다. 더구나 정보통신기기의 활용능력이 개인 및 조직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면서 더욱 효율적인 정보통신기기에 대한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공급측면에서도 IMT-2000만큼 매력적인 게 없다. 기존 음성통화시장은 곧 포화상태에 이른다. 국내 이동전화 가입자수는 1천7백만 명선. 내년이면 2천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고성장을 지속할 전망이다. 그러나 2001년 이후로 2천3백만~2천4백만명을 고비로 증가세가 꺾일 전망이다. 전체 인구의 절반이상(경제활동인구 대부분)이 이동전화기를 보유하는 단계를 포화상태로 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동전화기의 수요도 올해 1천만대를 고비로 수요가 비슷한 상태를 유지할 전망이다.그런데 통신서비스 사업자의 수익은 대부분 가입자의 음성통화에 의존하고 있다. 기존 가입자의 음성통화수익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그런데 음성통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은 한정돼 있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음성통화는 보통 5분을 넘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데이터통신 사용시간은 음성통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길다. 또한 항상 상대방이 있어야만 통화가 발생하는 음성통화와 달리 언제든지 통신이 가능하다. 사용자수가 정체되더라도 기존 가입자의 새로운 수요를 찾아내는 것이다.IMT-2000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다른 정보기기들과의 뛰어난 호환성 때문이다. LG정보통신의 연철흠 소장은 『IMT-2000기술의 표준화 추진은 ITU와 3GPP 및 3GPP2 등에서 추진하는 IMT-2000 자체의 표준화뿐 아니라 컴퓨터산업계에서 추진하는 표준화와 긴밀하게 연계돼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IMT-2000에서 사용할 동영상은 MPEG4(차세대 동영상 표준)의 표준을 따르게 된다. 이외에도 연소장은 『IMT-2000의 표준화는 블루투스(컴퓨터 주변기기와의 무선통신표준), WAP(디지털 이동전화와 다른 무선통신 단말기와의 통신표준), SWAP(가정에서의 음성 데이터 통신표준), 심비안(에릭슨 모토로라 노키아 사이언 등 4사 연합이 추진하는 PDA표준), EPOC(무선 통신기기용 32비트 운영체제)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발표했다.현재 IMT-2000이동전화기의 1차적인 목표는 통신속도의 향상과 소형단말기의 개발이다. 통신속도는 전지역에서 1백44kbps에서 3백84kbps의 통신속도를 내도록 하는 것을 과제로 하고 있다. ISDN으로 접속할 경우 64kpbs에서 1백28kbps의 속도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1백44kbps에서 3백84kbps의 통신속도는 전자상거래를 하기에 충분하다. 통신환경이 좋은 곳에서는 2Mbps의 속도가 목표다.흔히 IMT-2000을 3세대 이동통신이라고 한다. 과거 아날로그 이동전화가 1세대 이동통신이고 현재 서비스중인 디지털 이동전화가 2세대 이동통신이다. 최근 이동전화 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인터넷 접속서비스는 2.5세대 이동통신이다. IMT-2000으로 가기 위한 과도적인 형태이기 때문이다. 통신 속도면에서도 2세대 이동통신기기는 7~28.8kbps의 속도밖에 낼 수 없지만 2.5세대통신기기로는 57kbps에서 1백15kbps까지 올릴 수 있다.◆ 이동전화기 크기도 중요단말기 크기를 줄이는 것도 커다란 과제다. 이번 이동통신 전시회에서 한국통신은 비동기방식의 IMT-2000시스템 모델을 선보였는데 단말기의 크기는 커다란 서류가방 만한 것이었다. 물론 이런 문제는 반도체기술의 발달로 어렵지 않게 해결될 전망이다. 퀄컴의 요한 로데니우스 마케팅 및 제품담당 부사장은 「IMT-2000의 기술적 과제」란 주제 발표에서 『반도체 집적도가 높아지는 속도가 매년 전망치보다 빠르게 달성되고 있다』며 『이런 추세라면 이동전화기에 사용하는 부품을 대부분 단일칩으로 집적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 부품이 하나의 칩에 집적되면 그만큼 크기와 무게가 줄게 된다.칩문제가 해결된다고 IMT-2000단말기의 소형화가 해결되는 것으 아니다. 전력소모 문제 역시 이동전화 단말기의 크기와 무게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특히 IMT-2000은 화면이 보통 이동전화기 보다 훨씬 크고 컬러이기 때문에 전력소모량이 현재의 이동전화기 액정판보다 훨씬 많다. 컬러LCD가 전력을 많이 소모하기 때문이다. 일정시간 이상 통화하려면 전지가 커야 하고 그만큼 무거워진다. 이런 이유로 한박사는 『화면표시장치의 저전력기술 개발이 단말기 소형화의 핵심』이라며 『IMT-2000은 크기와 무게 때문에 초기에는 차량이동전화로 주로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박사는 『단말기 가격이나 크기면에서 PCS나 셀룰러와 경쟁력을 갖추려면 2010년은 돼야 한다』고 내다봤다.한기철박사는 IMT-2000단말기를 유형별로 6가지로 구분했다. 제1형은 가장 초보적인 형태로 음성통신만 할 수 있는 단말기다. 데이터통신은 노트북컴퓨터에 연결해 이용한다. 제2형은 데이터통신 전용단말기다. 8kbps에서 최고 3백84kbps까지 속도를 낼 수 있는데 회선통신과 패킷통신 모두 지원한다. 노트북컴퓨터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무선모뎀과 같은 형태다.제3형은 PDA형태다. 역시 음성통신은 할 수 없고 저속의 데이터통신만 할 수 있다. 무선모뎀형과 다른 점은 자체적으로 화면표시장치가 있어 독자적으로 데이터통신하는데 이용한다. 제4형은 고속 데이터통신 단말기다. 8kbps에서 최고 3백84kbps까지 지원한다. 입력장치도 키패드나 키보드 혹은 펜입력장치를 이용한다.제5형은 비디오폰 모델이다. 음성통신과 화상통신이 동시에 가능한 형태다. 음성은 8kbps, 데이터통신은 최고 3백84kbps까지 지원한다. 가로1인치 세로2인치 크기의 컬러LCD로 정지화상을 주고 받는다. 제6형은 복합통신단말기다. 음성과 동영상통신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IMT-2000시스템의 구축은 통신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꿔놓게 된다. 전화선이 없더라도 IMT-2000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이나 기업의 통신망에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IMT-2000은 모든 정보통신기기와의 호환성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기 때문에 노트북컴퓨터는 물론 기존의 모든 통신기기와의 접속이 가능하다.IMT-2000은 그동안 「꿈의 전화기」라 불리며 먼 미래에나 가능한 기술로 치부돼 왔다. 그러나 IMT-2000은 2~3년 내에 실현될 전망이다. 상용화 시기로 2002년이 무리라는 지적이 있지만 일본이 2001년을 상용화 원년으로 삼고 강하게 나서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늦어도 2002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해야 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소의 동기시스템부 한기철 박사는 27일 COEX에서 열린 「무선멀티미디어 통신세미나」에서 『2000년까지 2.5세대 이동전화가 보급된 후 2002년부터 3세대 이동전화가 보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IMT-2000이 나온다고 해서 PCS나 셀룰러 이동전화시장이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단말기의 무게와 크기, 가격 등의 면에서 IMT-2000단말기보다 훨씬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수년간 서비스를 해오면서 쌓은 노하우로 보다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도 IMT-2000이 곧바로 PCS나 셀룰러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