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에 유리한 조건망 명시 ... 처첩간 윤리규정 교훈

주말 밤을 즐겁게 했던 TV프로 조선왕조 시리즈에는 항상 소실(첩)들이 등장한다. 소실의 행동거지에는 언제나 엄격한 조건들이 부과된다. 이는 거의 세계 공통이요 표준화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리가 주연으로 나오는 홍등이라는 영화에도 처첩들의 행동거지에 대한 다양한 기준들이 제시된다.본처와 소실들 간에는 묘한 권력관계가 형성된다. 현실의 정치 세계를 능가하는 권력 관계는 여인들간에는 더욱 치열하기 마련이다. 최근 화제를 모았던 법무장관 부인에 대한 옷로비 사건 역시 그런 관계를 느끼게 한다. 흔히 군대에서 하는 농담 중에 남편이 원스타라면 부인은 스리스타라는 말도 집안에서의 여인의 권력관계를 잘 드러내는 말일 것이다. 옷로비 사건을 보면 여인들간에도 남편 못지 않은 치열한 권력관계가 형성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법무장관의 부인 스스로가 남편을 출세시키기 위해 젊은 시절 장관집의 파출부 노릇까지 했다는 것이고 보면 세상 권력의 기묘한 변천을 느낄 수 있다.우리의 주제는 물론 섹스지만 섹스와 권력의 관계는 다른 어느 주제 못지 않게 치열하게 얽혀 있는 주제다. 아무리 억센 첩이라 할지라도 본처를 만나면 일단 기가 죽게 마련인 것도 인류 보편의 현상이다. 거의 본능적인 천적 관계에 해당한다고 할 만큼 이 문제는 역사와 문화를 가리지 않고 반복된다.인도의 성 스승 바짜야나 선생은 본처가 살아 있는 동안 첩을 둘 수 있는 이유로 다음의 여섯가지 사례를 들고 있다.1. 본처가 병이 들었을 경우2. 본처가 성질이 나쁠 때3. 부부간에 순결한 애정이 사라진 다음4. 본처가 석녀일 경우5. 본처가 딸만 낳았을 때6. 남편이 정염이 강해 본처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을 때사실 이런 조건들로만 보자면 거의 코미디에 가깝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남자가 만든 법이라는 것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이라면 남자들의 패륜은 어떤 것이든지 정당화된다. 사실 위에서 여섯가지 경우를 설명한다고 하지만 과연 이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가 있을 것인가. 다른 이유가 다 통하지 않는다면 순결한 애정이 사라졌다고 하면 그만인 것이니 남자들은 이렇게 편할 수도 없다.바짜야나는 첩을 둘 수 있는 이런 조건들을 열거한 다음 본처와 첩의 지켜야할 의무들에 대해 엄숙한 태도로 교훈을 내리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교훈들이 철저하게 본처와 첩들의 권력구조에 관해 언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편에서 자세히 들여다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