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전자서점 아마존은 누구나 인정하는 전자상거래의 대표주자다. 97년 8백25%, 98년 3백12%의 성장을 기록하는 등 초고속 성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올 1/4분기 매출액은 2억9천3백6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백36%나 증가했다. 물론 적자 규모도 적지 않다. 1/4분기의 손실액은 3천6백40만달러로 지난해보다 3배나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아마존의 수익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기 보다 장래를 위한 마케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마케팅비용을 적정선으로 여겨지는 매출의 5%만 사용했다면 지난해에 4천만달러의 영업이익을 낼수 있었다.아마존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는 수치는 반복구매율이다. 보스턴컨설팅에 의하면 전자상거래의 반복구매율은 20% 미만인데 아마존은 무려 64%나 된다. 즉 아마존의 주고객은 한두번 들러보고 마는 「뜨내기」가 아니라 아마존을 아끼고 애용하는 단골이라는 것이다. 아마존이 단골고객을 만든 비결에 대한 분석은 분분하지만 가장 설득력을 지니는게 가상공동체 이론이다. 아마존은 독서에 취미를 가졌거나 책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모인 거대한 인터넷 독서공동체로 자리잡았다는 설명이다.실제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아마존을 애용하게 되는 이유로 독자서평을 든다.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서적에는 대부분 별표시로 등급이 매겨져 있다. 별이 다섯개면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책을 구매한 독자들이 읽은 소감을 올리면서 평가한 등급이다. 독자들이 평가한 등급은 실제로 책의 판매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읽어보지 않고 살만한 가치가 있는지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평가는 쉽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꾸준하게 참여할 때 비로소 의미를 지니게 된다. 아마존을 거대한 독서공동체로 분류하는 것도 바로 아마존에 올라오는 독자서평과 등급평가가 꾸준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아마존이 독서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었던 힘은 바로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에서 나온다. 개개인이 지니고 있으면 별 소용이 없을 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한군데로 집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가상공동체 전문가인 매킨지컨설팅의 존 하겔3세와 아더 암스트롱은 공저 넷게인(「가상사회와 전자상거래」로 국내 번역)에서 『가상공동체는 개인적으로 연결되기 어려운 수많은 전문가들의 집합체』라며 『개인의 경험이나 지식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개개인의 경험과 시각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가치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사용자들의 추천이나 리뷰는 전문가의 시각이 아니라 관심을 갖고 공유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경험을 함께 나눌 수 있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아마존은 독자들이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과 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해 독자들이 책에 관한 많은 정보를 아마존을 통해 수집할 수 있게 했고, 이는 독자들의 구매판단에 도움이 돼 결국 아마존에서 도서를 구매하게 한 것이다.이런 가상공동체에 기반을 둔 사업모델은 국내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KIC가 운영하는 화장품 전문 인터넷 쇼핑몰 코스메틱은 게시판이 상당히 활성화돼 있다. 코스매니아라는 화장품 추천게시판의 경우 지난해 5월 오픈 이후 8천여건의 글이 올라와 있다. 1년 정도의 기간 동안 거의 매일 20~30건의 글이 올라왔다는 계산이다. 코스매니아에는 「마몽드 아쿠아젤리 써보신분」,「알바트로스와 9to5 ???」, 「슬리밍제품에 대해 갈켜주실 부운 …」, 「(급)지성피부에 좋은 파우더 추천 좀 …」과 같은 글들이 매일 10여건씩 올라온다.보통 국내 대부분의 전자게시판에는 「질문」만 많고 「답변」은 거의 없는 반면 코스매니아 게시판에는 「답변」도 「질문」못지 않게 많이 올라온다. 10분도 안돼 글이 올라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쇼핑몰을 중심으로 형성된 코사모라는 동호회도 있다. 코스메틱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화장품 정보를 얻고, 코스메틱에서 화장품을 구입하는 인터넷공동체가 형성된 것이다.생활문화정보 웹진인 시티스케이프도 가상공동체를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다. 회원들이 직접 경험한 카페나 음식점 혹은 술집에 대한 정보를 직접 올리도록 했다. 맛 분위기 청결도 가격 등을 기준으로 평가하도록 했다. 개개인의 경험과 시각을 한곳에 모아놓고 비교해 가치있는 정보가 되게 한 것이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만들어낸다인터넷 가상공동체는 과거에는 없던 전혀 새로운 사회조직이다. 친족 집단이나 촌락과 같이 상호 이해와 공통된 신념 및 관습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겨난 공동사회도 아니고 회사나 정당과 같이 특수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계약과 규칙에 따라 인위적으로 결합된 이익사회도 아니다. 스포츠 취미 여행 주식 등 비슷한 관심이나 노인 암환자 알코올중독자처럼 비슷한 처지에서 형성되는 유대관계로 가상공동체가 이뤄진다.변호사나 의사처럼 전문가집단이 형성되기도 하고 네트워크게임처럼 공동체험을 즐기기 위한 가상공동체도 있다. 심지어 상거래를 중심으로 공동체가 형성되기도 한다.인터넷가상 공동체는 이미 동호회란 이름으로 존재하고 있다. 하이텔이나 천리안 등과 같은 PC통신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동호회 중에는 10년이 넘는 곳도 있다. 굳이 이 시점에서 가상공동체가 주목을 끄는 이유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가상공동체를 이루는 소비자들이 쉽게 연대해 조직화된 세력으로 발전하게 된다. 조직력을 갖춘 소비자들이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힘, 가격 결정권을 갖게 된다. 역시장(용어 참고)이 형성되는 것이다.역시장은 공급자가 소비자를 찾아가는 기존의 시장 모델을 뒤바꿔 놓고 있다. 가상공동체가 소비자들에게 풍부한 공급자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가상공동체서 소비자들은 정확한 상품정보를 빠르고 쉽게 입수하게 된다. 신제품이 나오면 먼저 써본 사람이 전자게시판에 사용 소감을 올린다. 제품의 품질이 공개된 장소에서 검증 과정을 거치며 빠르게 구전돼 가는 것이다. 실제로 코스메틱의 코스매니아 게시판에 베스트10에 오른 제품들은 실제 판매량에서도 베스트10을 이룬다. 광고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는데 가상공동체에서 좋은 소문이 나 매출 실적을 올린 제품도 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가격 결정권도 소비자들에게 주어진다. 가상공동체 회원들의 구매력과 상품 및 공급자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구매 가격을 흥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그만큼 이윤이 줄게 되는 것이다.그렇다고 가상공동체가 기업활동에 부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 아마존이나 코스메틱처럼 단골고객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가상공동체를 통해 소비자들의 반응을 대단히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하게 파악할 수도 있다. 이윤의 일부를 소비자와 나누는 대신 지속적인 소비를 보장받을 수도 있다. 오히려 가상공동체는 기업의 마케팅 채널로 대단히 매력적인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앞선 기업들은 자사 상품에 충성스런 가상공동체를 조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마케팅 채널로 매력적인 수단그러나 가상공동체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인터넷의 전자게시판이나 채팅 메뉴만으로는 사람들이 모이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시간과 통신요금을 들여가며 가상공동체의 게시판이나 채팅룸을 찾을 때는 그만큼 기대하는게 있기 때문이다. 필요한 정보를 얻거나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된다.가상공동체 형성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조성자」이다. 게시판의 글을 관리하고 알찬 내용의 글을 지속적으로 올리는 누군가의 헌신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실제로 사람을 끌어모으는데 성공한 게시판을 보면 좋은 글을 지속적으로 올리면서 회원들과 친분을 쌓는 「조성자」가 있다.미국의 마이닝컴퍼니가 운영하는 종합정보안내사이트 어바우트콤은 가상공동체에서 조성자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사례다. 마이닝컴퍼니는 97년2월 사이트를 오픈하면서 게시판 조성자 4천명을 모집했다. 이들은 금연, 취업 등 각 주제별 특화된 게시판을 자신들의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데 매달 2백50달러 혹은 해당 게시판 광고 매출의 40%를 받는다. 마이닝컴퍼니의 이런 전략은 적중해 급성장하고 있다. 올해 1/4분기 매출이 2백40만달러로 98년 같은 기간의 15만2천달러에 비해 15배나 성장했다. 방문객 수도 지난 3월 5백80만명이고 월간 페이지뷰는 2억2천만회나 된다.★ 인터뷰 / 코스메틱 게시판 조성자 박소연박소연 게시판사업부 주임수다떠는 '쉼터' 조성..........게시판 활성화 성공전자게시판은 전자우편과 함께 인터넷공동체가 정보를 주고 받는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나 게시판만 만들어 놓는다고 인터넷공동체가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모이려면 그만한 동기가 있어야 한다. 코스메틱의 게시판이 성공적으로 운영되는데에는 성실하게 사심없이 관리한 운영자의 노력이 숨어 있다.코스메틱의 게시판을 총괄하는 박소연씨는 『게시판에 글을 올릴 때 사무적이거나 딱딱한 어투를 피하고 친근하게 말하듯 자연스럽게 했더니 저절로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물론 아무런 노력없이 게시판이 활성화된 것은 아니다. 질문이 올라오면 1시간 이내에 답변을 올리도록 노력했고 아무리 늦어도 하루를 넘기지 않았다. 매일 자료를 찾아 정성스럽게 답변을 올리다 보니 회원들과 친해졌다. 게시판이 정보를 교류하는 공동체이자 편하게 쉬어 갈 수 있는 쉼터가 된 것이다.『제가 상품을 파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제가 친구같고 회원님 자신이 고객이라는 사실을 잊게 한다는 내용의 글을 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물건을 팔겠다는 욕심을 내세우지 않고 사심없이 운영한게 가장 큰 성공 요인이 된 것이다.지금은 모든 게시판들이 스스로 성장해 간다. 박소연씨가 글을 올리지 않아도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게시판을 관리하기 때문이다. 다만 주제가 일정하지 않은 자유게시판만 글을 올리며 관리한다.박소연씨는 인터넷의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하기 보다 여성에 특화한 것을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코스메틱의 게시판들이 성공적으로 자리잡는데는 여성들의 특성이 작용했다고 봅니다. 여자들은 대개 참견하기 좋아하고 「수다」를 즐기는 편입니다.』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것도 일종의 수다에 속한다는 것이다. 코스메틱을 통해 여성들만이 공유하는 부분이 생기면서 여성들만의 연대의식이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다.게시판에는 부정적인 글도 가끔 올라온다. 배송이 지연되는 경우 항의성 글이 올라온 경우가 있었다. 이때는 일단 무조건 사과하고 배송이 지연되게 된 경위를 상세하게 알리는 글을 올린다. 만일 글을 일방적으로 삭제하게 되면 일이 더 복잡하게 꼬인다. 글을 올린 사람이 더욱 거세게 항의하게 되고 결국 게시판의 이미지가 손상된다. 반면 겸손한 자세로 상세하게 답변을 하면 항의성 글을 올린 사람의 태도가 상당히 누그러진다. 이런 항의성 글이 올라올 때는 글을 올린 당사자뿐 아니라 그 글을 본 다른 사람에게도 이 문제가 원만하게 잘 해결됐다는 사실을 널리 알려야 한다. 게시판 운영의 핵심은 투명성이다. 항의성 글은 많지 않지만 파급력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투명하게 처리하지 않으면 부작용이 크다.논쟁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 논쟁은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 모두 있다. 게시판의 활성화라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만 논쟁이 너무 심해지면 게시판이 혼탁해진다. 논쟁이 시작된 후 6회 정도 글이 올라오면 논쟁의 경위를 중립적인 입장에서 요약한 후 중재에 나선다. 그래도 계속 같은 논쟁성 글을 올리면 삭제하겠다는 경고를 한다. 그래도 논쟁성 글을 올리면 삭제 사유를 밝히고 글을 삭제한다.제조업체나 관련업체에서 홍보성 글을 올리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무조건 삭제한다. 이는 처음부터 게시판운영수칙으로 공표한 내용이다.박소연씨는 그동안 회원들과 상당히 친해졌다. 오프라인 모임도 나간다. 코사모(코스메틱을 사랑하는 모임)회원은 1백30명인데 보통 20명 정도 나온다.박소연씨는 해외 화장품 정보를 번역해 정리하는 아르바이트로 KIC에서 일하다 게시판을 관리하게 됐다. 97년11월부터 미용게시판만 관리했다. 98년2월부터 코스메틱의 모든 게시판을 총괄했다. 지금은 모든 게시판을 관리하고 홈페이지를 총괄하는 웹마스터와 상품판매를 총괄하는 몰마스터를 겸임하고 있다. 홈페이지에서 진열할 상품을 결정하고 기획상품 한정 판매와 같은 이벤트도 기획한다. 사용소감 광고소감 등을 공모하는 판촉이벤트도 기획한다.★ 역시장공급자보다 소비자가 더 많은 정보를 갖게 돼 가격 결정권의 일정 부분이 소비자에게 주어지는 상황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공급자가 고객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정보를 소유하고 있다. 공급자가 일방적으로 가격을 결정하고, 소비자에 따라 가격차별정책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공급자가 정보를 독점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그런데 가상공동체에선 소비자들이 점점 더 많은 정보를 확보하게 된다. 상품에 대한 정보뿐 아니라 공급자에 대한 정보를 갖게 된다. 따라서 소비자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공급자를 쉽게 찾을 수 있게 된다. 공급자 중심이 된 시장 상황이 역전되는 것이다. 가상공동체는 소비자들의 단결된 힘을 이용해 집단적인 구매력을 갖게 된다. 시장 주도권이 공급자에서 소비자로 이동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