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주의 타파ㆍ열린 마음ㆍ자신감 등 강조 ... 연간 수천억엔 투자

GE의 강점은 무엇인가. 1980년대 이후 대대적인 사업재구축을 통해 전사업 부문을 세계 최고 자리에 올려놓은 잭 웰치 회장의 절대적인 지도력과 경영력. 순이익 1조억엔 돌파와 ROE(주주자본이익률) 25%로 나타나는 경이적인 수익력. 트리플 A라는 등급으로 상징되는 압도적인 재무력…. 그러나 GE의 강점을 얘기할 때 빼놓지 말아야할 것이 있다. 바로 리더를 선발, 육성하는 인재 관리 능력이다. 잭 웰치 회장이 리더 육성에 쏟는 의기와 집념은 이만저만이 아니다.대표적인 예가 GE내 비즈니스 스쿨이라 불리는 크로톤빌(Croton ville)경영개발연구소(미국 뉴욕주 소재)이다. GE는 이 연구소에 연간 약 1천억엔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크로톤빌 경영개발연구소에서는 상급 임원에서부터 신입 매니저에 이르기까지 매년 1만명의 GE 직원들이 교육 및 훈련을 받고 있다. 잭 웰치 회장은 연구소장으로부터 직접 교육 현황을 보고받아 연수 프로그램 개발에 관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달에 한번 정도는 직접 강사로 강단에 선다. 리더 육성 프로세스에 최고경영자가 이 정도까지 관심을 가지고 헌신하는 예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가 힘들다.실제로 이곳에서 연수를 받은 GE 임원들에 따르면 재무 코스 하나만 들더라도 단순한 경리 업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제기됐던 문제들을 설정, 검토하면서 재무 전략을 세우도록 유도하는 실전적인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즉, 단순한 사내 연수가 아니라 구체적인 주제를 가지고 진행되는 교육 과정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배운 내용이나 익힌 경험을 곧바로 회사의 성장 전략에 적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리더십 개발을 위해 육군사관학교에 체험 입학해야 하는 과정이 있을 정도로 연수 내용은 실용적이고 현실적이다.그렇다면 GE가 요구하는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전세계 GE 직원 30만명이 항상 가지고 다니는 「GE 가치(Value)」라는 1장의 카드를 통해 GE식 리더십이 무엇인지 살펴볼 수 있다. GE 가치 속에서 강조되고 있는 키워드들은 △관료주의 타파 △열린 마음과 태도(Open) △스피드 △자신감 △에네르기 △과감한 목표 설정 △변화는 기회 △세계화(Global) 등이다. 이런 GE 가치들에 철저하도록 직원들을 훈련시키는 것이야말로 크로톤빌 경영개발연구소에서 이뤄지는 연수의 최종적인 목적이며 GE 가치를 얼마나 잘 구현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 곧 전직원의 승진을 결정하는 최고의 평가 기준이다.그렇다면 구체적으로 GE는 어떻게 인재를 육성하는가. GE의 인재 선발 및 육성 과정 중에서 특히 눈에 띄는 방식이 있는데 바로 「BD」이다. BD(Business Development)란 국내 기업으로 말하자면 사업개발부나 기획개발부에 해당하는 부서다. BD에 소속된 직원들을 GE내에서는 BD 또는 BD 매니저라고 부른다. 이런 BD들의 주요한 역할은 기업 인수와 합병, 사업 부분 매각 등 M&A(인수 합병) 전략을 추진하는 것이다. GE는 지난 한해 동안에만 전세계에서 1백8건, 금액으로는 1백80억달러에 달하는 기업 혹은 사업 부문을 인수했다. BD는 이런 M&A의 최전선에 서서 교섭력을 발휘하는 실행부대인 셈이다.GE는 내부로부터의 성장뿐만이 아니라 외부에서 얻을 수 있는 성장 기회에도 적극적이다. M&A가 없는 GE는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외부적인 성장을 중시하는 GE의 이런 문화 속에서 BD는 조직적으로 강화돼왔다. 실제로 잭 웰치 회장은 81년에 GE 회장에 취임하면서 그때까지 본부 기구에 속해 있던 BD를 각 사업부문에도 배치시키고 매년 BD의 규모를 키워왔다. 현재 전세계 BD 총인원은 1천8명. BD는 거대한 투자은행의 M&A 부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우수한 경쟁력을 자랑한다. 이 BD야말로 GE가 기동성있게 M&A를 추진해올 수 있었던 근본적인 엔진이라고 할 수 있다.◆ 엘리트 코스, 외부에서 공개 채용특히 흥미로운 점은 BD들을 발탁하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BD들은 외부에서 스카웃된 사람들이다. 컨설팅회사나 투자은행 출신들이 많고 혈기왕성한 30대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외부에서 BD로 발탁된 사람들은 M&A 업무를 담당하다가 수년내에 새로 인수한 기업이나 각 사업부문의 임원으로 승진된다. BD는 말하자면 초특급 승진이 보장되는 엘리트 코스인 셈이다.물론 BD에만 GE의 우수한 리더들이 포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재무와 인사, 영업, 제조 현장, GE가 추진하는 품질 향상 운동인 6-시그마 운동 등 각각의 분야에서 다양한 리더들이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 중에 BD라고 하는 부서에 특히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M&A를 전략적으로 강조하는 GE의 분위기 속에서 BD가 하나의 인사 제도로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GE의 예비 임원이라고 할 수 있는 BD들을 외부에서 발탁하는 개방성이야말로 GE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이자 조직을 활성화시키는 GE식 경영학의 다이나믹스이다.무라카미 카즈코 GE재팬 임원 담당 인사부장은 『GE의 인사는 선발과 육성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BD는 이 원칙이 철저히 적용되고 있는 핵심 조직』이라고 말한다. 무라카미 부장은 매년 30통 정도의 이력서를 검토한 뒤 이 중에서 10∼15명 정도를 면접, 2∼3명을 추려낸다. 이 2∼3명의 지원자는 십수명의 GE 임원들의 면접을 받게 되며 이 임원 면접을 통해 최종적으로 BD가 선발된다.BD가 GE내 엘리트 집단이긴 하지만 이들의 급여가 다른 직원들보다 많은 것은 아니다. BD도 다른 직원들과 똑같은 급여 체계를 적용받는다. 무라카미 부장은 『높은 급여를 미끼로 GE에서 일해달라고 부탁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며 『GE는 GE에서 일하는 즐거움과 사업의 다양성을 좋아할 수 있는 사람들을 원한다』고 밝힌다.GE가 BD를 포함한 전체 리더들에게 최우선적으로 바라는 사항은 GE 가치를 공유하라는 것이다. 혹자는 「GE같이 거대한 기업에서 어떻게 가치관이 공유될 수 있을까」하고 의아해한다. 그러나 GE 인사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GE로서의 통일성을 유지하고 각 직원들에게 GE맨으로서의 귀속성을 높이는 것이다.GE 인사부는 GE 문화에 정통한 리더를 육성하기 위해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GE가 얼마나 GE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지는 상사와의 면담과 부서 및 사업부문별 토의를 통해 각 직원을 평가하고 경력을 결정하는 인사 제도에서도 드러난다. 이 제도에서 평가의 세로축을 이루는 것이 업무 실적이라면 가로축을 이루는 것은 GE 가치이다. 업무 성과 못지않게 GE 가치공유를 중시하는 GE의 특징이 여기에서도 나타나는 것이다.이 제도에서 특징적인 것은 「3백60도 평가」다. 각 직원은 상사와 동료, 후배 직원, 고객 등 15명 정도로부터 5단계 전방위 평가와 코멘트를 받아야만 한다. 이 3백60도 평가에서도 GE 가치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며 매일 매일의 행동에 적용하고 있는가가 핵심적인 기준이 된다. 잭 웰치 회장 역시 『업무 성과가 아무리 좋아도 GE 가치를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도 없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