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ㆍ영화ㆍTV 등 오락 전분야 영역 확장 ... 슈퍼컨솔 개발하면 고성장 기대

오락산업의 미래는 『박스(Box)에 있다』는 말이 종종 나온다. 테크놀러지와 커뮤니케이션 산업계에서 관심을 끌었던 큰 계약들을 봐도 이런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앞으로는 텔레비전에 부착된 디지털 기계가 전산망으로 연결된 각 가정의 한 복판에 놓이게 되는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박스라는 것의 실체를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퍼스널 컴퓨터 업계에서는 그 박스가 PC를 기본으로 한 단순하고 값싼 장치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방송산업은 디지털 TV 셋톱박스가 그것이라고 예상한다. 테크놀러지 업계의 다른 분야에서도 인터넷 어플라이언스에서부터 AOL TV에 이르기까지 각각이 생각하는 장치가 박스로 자리잡도록 노력하고 있다.집중적으로 요란한 선전을 하는 분야들과는 다른 또 하나의 테크놀러지 업계에서는 이런 계통에서는 선구자라고 불릴 만한 그럴 듯한 박스를 만들어내 수천만개를 팔고 있다. 바로 비디오 컨솔이다. 한때 어린이용 만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비디오 컨솔은 이제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최신형 컴퓨터에 장착될 정도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비디오 컨솔은 성인들에게까지 침투했다. 이후 등장한 차세대 슈퍼컨솔은 오락과 온라인 분야에까지 기능을 넓혔다. 게임에만 필요하던 것이 인터넷 탐험과 영화, 그리고 가정의 금융생활과 쇼핑까지 영역이 늘어난 것이다. 이것은 PC를 비롯해 TV의 현재 위치를 넘보는 제품들 중 가장 강력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이런 것들 중 하나로 소니가 내놓아 가장 많이 팔았다는 「플레이스테이션」의 후속제품은 내년 초에 나올 예정이다. 이것은 펜티엄Ⅲ보다 더 강력한 1백28비트 컴퓨터가 될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 제품으로 DVD영화를 볼 수 있고 디지털 TV의 영상신호도 읽으며 웹을 검색할 수 있을 기능을 갖췄지만 판매가는 4백달러가 안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소니의 이데 노부유키 사장은 이것으로 게임산업계의 다른 경쟁자들을 완전히 따돌릴 수 있다고 큰소리친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이 장악한 PC의 표준인 「윈텔」에도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달 12일 닌텐도와 마쓰시타도 DVD 드라이브와 4백메가짜리 프로세서를 갖춘 슈퍼컨솔을 내년 하반기에 내놓을 것이라고 공동으로 발표했다. 또 9월에는 세가가 1백28비트짜리 「드림캐스트」신모델의 미국 공식출시에 맞춰 1억달러짜리 마케팅 캠페인을 공격적으로 전개할 예정이다.◆ 게임기, 전세계 1억개 이상 팔려올해 말까지 1억개가 넘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과 닌텐도의 64S, 세가의 「새턴』과 드림캐스트가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 팔려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가정의 거의 3분의1과 영국 가정의 5분의1이 이미 이들 차세대 게임기계들 중 한개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PC 보유대수를 훨씬 앞질러 가정의 절반이 이것들을 보유하고 있다. 컨솔과 컨솔로 플레이되는 게임을 포함한 올해 비디오게임 산업의 매출은 할리우드 매표수입 총액을 처음으로 뛰어넘을 전망이다. 세계적으로는 2백억달러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게임컨솔은 더 이상 애들만의 것이 아니다. 소니는 자사 제품 사용자의 평균연령이 22세고 이들 중 거의 3분의1이 30세 이상이라고 밝히고 있다. 근엄한 은행가들도 한꺼풀만 벗기면 「듀크뉴멘 데드매치킹」에 흠뻑 빠진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비디오게임 산업은 과거에도 강점이 있었지만 결코 지금같은 상황을 맞은 적은 없었다. 80년대 「아트리게임」이 엄청난 인기를 얻으면서 비디오게임은 아주 유명해졌다. 미국의 우정성이 80년대를 기념하는 의미로 「팩맨」을 스탬프에 새길 정도로 비디오게임은 80년대의 상징이 됐었다. 그러나 이 분야 산업은 잇단 도산의 여파로 84년 완전히 사라졌었다. 하지만 이후 닌텐도와 세가가 이전보다 발전된 16비트 기계로 만든 게임기가 이 산업을 리바이벌시켰다. 제 2의 전성기는 90년대 초반 PC의 시대가 열릴 때까지 지속됐다.소니의 첫번째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은 장난감의 틈새시장인 성인 대상의 영역에까지 발을 넓혔다. 플레이스테이션은 지난 94년 일본에서 출범한 이래 출발부터 상큼했다. 테크노사운드트랙이 지원하는 웅장한 3-D게임은 이전 것들과는 달랐고 PC상으로도 볼 수 없는 것이었다.플레이스테이션의 출시 이후 게임산업은 오락산업 중 가장 빨리 성장하는 분야가 됐다. 플레이스테이션의 매출과 게임로열티는 지난해 소니 영업이익의 절반에 이르렀다. 97년 출시된 닌텐도의 N64는 지금까지 2천5백만개가 팔렸다. 그 게임들 중 하나인 「젤다의 전설」은 지난 크리스마스에 미국에서 같은 기간 개봉된 어떤 영화보다 많은 1억5천만달러를 벌어들였다.게임산업은 PC와 텔레비전의 영역까지 빼앗을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게임산업」이라는 말은 큰 잠재력을 가진 가전업 분야들 중 일부분만을 지칭하는 것이다. 소니와 마쓰시타는 텔레비전과 비디오, 음악장비 분야에서 세계적인 선두주자들이다.이들 모두 미래의 가족오락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들의 핵심사업은 TV, VCR, CD플레이어 등이다. 이런 것들은 모두 빠르게 변화돼 나갈 것이다. 신호를 그림으로 바꾸는데 많은 전기가 드는 디지털TV의 출현은 컴퓨터가 얼마 안가서 텔레비전을 대체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TV자체는 단순한 스크린의 역할만 하는 것이다. DVD가 출현하고 나서도 그것과 관련된 또다른 디지털 장치들이 나오게 됐다.마찬가지로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웹검색과 E-메일 기능을 가진 컨솔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 하지만 어느 하나가 아니라 많은 기능을 누가 더 잘 통합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웹TV 같은 인터넷전용 어플라이언스로는 게임을 할 수 없다. 또 PC는 비싼데다 파손되기 쉽고 쓸데없이 복잡하다. 디지털 TV 셋톱박스는 텔레비전의 기능밖에는 없다. 이런 경쟁에서는 가전회사가 가장 유리하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가전회사들은 게임기계를 기본으로 한 바탕위에 경쟁업자들이 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모든 기능을 한데 모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소니가 그 중 대표적 주자다. 소니는 「가전업계의 인텔」이라는 얘기까지 듣고 있다.소니를 비롯한 가전업체들이 가정 오락부문에서 큰 역할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별로 놀랄 일은 아니다. 도쿄의 게임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스퀘어를 방문하면 마치 조지 루카스의 디지털 사운드스테이지에 있는 것같은 느낌을 받는다. 슈퍼컨솔용 비디오게임 제작과 특수효과처리 영화제작은 거의 차이가 사라지고 있다. 디지털의 표현법도 똑같고 사운드트랙의 삽입과정도 비슷하다. 대본과 대화도 비슷하고 심지어는 카메라 앵글과 테크닉도 비슷하다. 많은 가정에서 거실 중앙에 게임기계를 갖다놓는 시대가 곧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사실 스퀘어는 「파이널 판타지」 게임 시리즈가 큰 인기를 얻은 이후, 이제는 콜럼비아 영화사가 2001년 내놓을 특수영화를 만드는 데도 같은 테크닉을 쓰고 있다. 「툼 레이더」 「레지던트 에빌」 「듀크 뉴멘」 등 게임들을 영화화하는 계획도 계속 추진 중이다. 대작 SF와 인기있는 액션영화들은 반대로 게임으로 재탄생한다. 「벅스라이프」와 「스타워즈」 등이 양측에서 모두 거론되는 케이스다. 이 두 장르의 가장 큰 차이점은 쌍방향이냐 아니냐는데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