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선다변화 제도가 시행 21년만에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수입선다변화 제도란 우리나라에 대해 무역흑자를 너무 많이 내고 있는 국가에 대해 수입을 제한함으로써 무역불균형을 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지난 78년 도입된 이 제도는 지금까지 대외무역법 14조2항에 근거를 두고 있었으나 지난 3월 대외무역법 개정 때 이 조항이 삭제됐고, 다만 시행중인 현행제도는 6월말까지만 효력을 갖는다는 경과 규정을 두었었다. 따라서 이달 말이면 이 제도가 완전히 폐지되는 것이다.수입선다변화 제도 자체는 특정국을 지정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전적으로 일본 상품의 수입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였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원래 특정국에 대한 차별적 수입 억제는 용인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럼에도 이같은 제도를 실시한 것은 우리나라의 대일 무역적자가 워낙 크고 만성적이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고육책의 일환이었던 셈이다. 우리나라의 대일무역은 65년 국교정상화이후 한번도 흑자를 경험해 본 적이 없다. 사상 최대의 흑자를 기록한 지난해에도 우리나라는 일본에 대해 1백22억3천7백만달러를 수출한 반면 수입은 1백68억4천만달러로 46억달러 이상의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그런데도 수입선다변화 제도를 폐지하는 이유는 당사국인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압력 때문이다. WTO(세계무역기구)체제의 출범과 함께 이같은 보호무역장치의 철폐가 논의됐고, 특히 우리나라가 선진국그룹으로 분류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면서 더 이상 존속시킬 명분도 약해졌던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지난 96년6월 이 제도를 99년말까지만 존속시키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었다. 그러나 이 제도가 다시 문제가 된 것은 97년말 우리나라가 외환위기에 봉착하면서부터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우리나라에 대한 자금지원 조건으로 수입선다변화 제도의 조기 폐지를 요구했고, 외환확보가 다급해진 정부로서는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IMF측의 명분은 수입자유화 확대로 국내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제고시키고, 수입승인 절차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WTO협약 정신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었지만 실제는 일본의 IMF에 대한 압력이 주효했던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어쨌든 97년12월24일 체결된 IMF와 우리나라간의 1차 수정합의의향서에서 수입다변화 제도를 당초의 99년말에서 99년6월말까지 6개월 앞당겨 폐지한다는 조항을 명문화시키기에 이르렀고 지난 3월 대외무역법 개정을 통해 그 약속을 이행한 것이다.수입선다변화 제도는 지난 21년 동안 운용되면서 일본과의 무역불균형을 시정하는데 상당한 효과를 거뒀을 뿐만 아니라 국내산업을 보호 육성하는데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처음 이 제도가 도입될 당시 대상품목은 2백61개였으나 81년에는 9백24개로 대폭 늘려 수입규제를 강화했었다. 그후 정부는 전반적인 수입자유화 조치확대와 함께 수입선다변화 적용대상품목도 매년 줄여 현재는 자동차를 비롯 전기·전자제품 기계류 등 16개 품목만 남아 있다. 그러나 이들 품목의 대부분이 우리 제품과 극심한 경쟁관계에 있는 민감품목들이어서 오는 6월30일 대일수입승인 조치가 완전히 폐지될 경우 일본제품의 국내시장 잠식은 결코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