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주대교 근방에는 희한한 고깃집이 여럿 있다. 술을 팔지 않는 고깃집이다. 고기를 구워 먹으면 으레 소주 한잔을 곁들여야만 한다는 고정 관념이 깊게 뿌리박힌 우리 문화에 이런 집이 장사가 될까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하지만 술 취해서 남이야 어찌 됐건 큰 소리로 얘기하고 난리법석 피우는 것을 보기 싫어하는 사람과 술 취한 사람이 없는 곳에서 조용히 가족끼리 식사를 하고 싶은 사람들의 숫자 역시 만만치 않았던 모양이다. 처음에는 장사가 안 됐지만 입소문이 난 지금은 꽤 장사가 잘 된다고 한다.일산에는 피노키오라는 어린이 전문치과가 있다. 의사 한명에 간호사가 3명 정도되는 규모다. 의자도 어린이에게 알맞은 사이즈고, 치료중 발버둥을 치는 아이를 위해 몸을 고정시키는 장치도 되어 있다. 치료를 무사히 끝내면 그것에 대한 보상으로 온갖 종류의 자잘한 상품들을 구비해 나누어 주고 있다. 경기침체로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곳중의 하나가 치과인데 이곳만은 그런 생각이 안 들 정도로 사람들이 북적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경기가 침체하면서 어마어마한 숫자의 노점상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붕어빵집, 떡볶이와 오뎅집, 호떡집, 군고구마 집, 액세서리 파는 집 등. 서울 영등포 버스 정류장 같은 곳은 버스를 타기도 어려울 정도로 이런 노점상들이 밀집해 있고, 한적한 아파트 구석에도 여지없이 이런 노점상들이 들어와 있다. 오죽 힘들었으면 나왔을까 생각하면서도 과연 장사가 될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무엇보다 저렇게 천편일률적인 상품과 서비스로 어떻게 사람들을 끌 수 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느껴진다.사람들의 니즈와 상품의 공급이 따로 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외국인에게 가든공화국, 토종닭 공화국에 이어 포장마차 공화국이란 빈정거림을 듣게도 생겼다. 기존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쉽지만 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반면에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지식도 있어야 하고 자본도 필요하다. 하지만 인간의 작은 불편함이나 필요함을 찾는데는 약간의 감수성만 있으면 된다.휴일 오전이나 밤 늦은 시간에 애가 아픈 것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 도시 전체를 뒤져도 문을 연 병원이나 약국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의사나 약사가 경기침체를 한탄하고 있다. 무언가 잘못된 것 아닌가. 어른은 아니지만 키도 몸도 어중간한 초등학교 6학년 딸의 신발과 옷을 사기 위해 온 시장을 헤매고 다니지만 적절한 가격의 물건을 살 수 없다면 무언가 잘못된 것 아닌가. 너무 뚱뚱해서, 아니면 너무 말라서, 아니면 너무 키가 커서 필요한 물건을 사기 불편하다면 거기에 시장이 존재하는 것 아니겠는가.『사람들이 불평하는 이유는 불평하는 것이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 쉽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들이 모이기만 하면 자신이 불행할 수밖에 없는 천가지 이유를 얘기하고 거기에는 으레 「경기침체」가 단골메뉴로 들어간다. 하지만 위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시장은 얼마든지 있다. 경기침체를 탓하기 전에 소비자의 니즈를 못읽는 우리들의 무딘 감성을 다듬어야 한다. ibshkt@i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