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는 전략적 자유의 정도와 이 전략적 자유가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에는 전략 기획과 전략 개발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 한국 기업 중에 어떤 종류든 기획 기능이나 부서를 가지고 있지 않은 기업은 한 곳도 없을 것이다. 경영기획부라고 불리든 전략기획부라고 불리든 간에 이들 부서는 대부분의 기업에서 매우 중요하며 누구나 일하고 싶어하는 부서로 인식되고 있다. 기획부는 기업의 두뇌 집단이라고 인정되며 기획부를 이끄는 사람은 높은 수준의 경영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전략은 기획부에서 개발되고 실행된다. 물론 한국의 경우에는 기획부가 최고경영자를 지원하는 또하나의 고임금 비서 집단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 결과 기업의 전체적인 방향성을 수립하는데 그다지 크게 기여하고 있지 못하다는 문제점이 있다.전략 개발은 한 기업이 어떤 대안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다양한 함의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 기획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반면 전략 기획이란 이미 수립된 일련의 계획을 실행하는데 있어 시간과 비용을 최적화하기 위한 계획 과정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가스 및 석유산업의 업무 흐름 중에서 소매 부문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는 주유소 운영이다. 한국의 경우 주유소 시장은 두개의 주도적인 기업에 의해 지배되고 있으며 현재 급격한 규제 완화를 경험하고 있다. 만약 주유소 업계에서 현재 전략 개발을 수행하고 있다면 「앞으로 주유소의 핵심 역량은 무엇인가」라든가 「어느 부문에서 매출액을 발생시킬 수 있는가」 등과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질문들은 간단해 보이지만 여러가지 중요한 차원의 사고를 요구한다.예를 들어 이마트나 까르푸와 같은 대형 할인점이 자사의 유통 경로를 통해 석유를 판매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만약 맥도날드와 같은 패스트푸드업체들이 대형 정유업체들과 합작 사업을 펼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런 대안들과 시나리오들은 그야말로 무한하다. 전략 개발이란 이런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며 이 과정을 통해 한 기업의 방향성을 수립하는 것이다. 반면 전략 기획은 전략을 실행하는데 필요한 자원과 자본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몇개의 주유소를 보유할 것인가」 「얼마나 많은 판매 인력을 확보할 것인가」 「내년의 재무 목표는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등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전략 개발과 전략 기획 과정에서 고려해야할 질문들은 전혀 다르다. 한국의 재벌들이라면 전략 개발을 위해 「자동차 시장에 진출해야 하는가, 진출한다면 우리의 전체 사업 포트폴리오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북한과 북한의 자원을 활용할 것인가, 활용한다면 사업의 전체 위험 포트폴리오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등의 질문을 자문해봐야 할 것이다. 물론 많은 서구 기업들은 한국 기업의 경우 전략기획부에서 이런 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의아해 하며 누가 이런 어려운 문제들에 대해 의사 결정을 내리는지 궁금해한다. 기업의 오너나 몇명의 선택된 개인들이 이런 결정을 내린다면 누가 분석하는지, 또한 건전성 검사를 수행하기 위해 어떤 검증 제도나 균형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의아해한다.과학과 달리 경영에는 정답이나 오답이 따로 없다. 어떤 대안들이 다른 대안들보다 좀더 효과적일 뿐이다. 효과적이란 것도 어떤 관점에서 성과를 측정하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경영 효과 측정이 매우 주관적이긴 하지만 한국 기업의 의사 결정은 너무 위험하고 때론 너무나 터무니없는 경우가 많다.만약 적절한 전략 개발과 기획 프로세스를 보유하고 있다면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문제 해결이야말로 21세기를 앞두고 한국 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