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 순서 서로 상의 ... 남자들만 '좋은 세상'

처첩들의 관계는 남자들의 권력구조 이상의 노골적인 권력다툼으로 점철된다. 유명한 하렘의 여인들이 하나뿐인 남편을 차지하기 위해 벌였던 투쟁은 지금도 역사적인 흥밋거리가 되어있거니와 어느 나라에서건 일부다처가 유지되는 사회에서는 처첩들의 권력구조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하는 것이 중요한 관심사항이었다.아랍의 처첩들은 남편과 침실을 함께 쓰는 순서를 막내 부인이 정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여인들간에 분쟁을 막았고, 중국에서는 나이든 첩에게도 반드시 한번씩 방문해야 한다는 기준을 만들어 불행한 여인들 간의 투쟁을 약화시켰다. 우리의 스승 바짜야나 역시 본처와 소실들간에 지켜야 할 덕목에 대해 자세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본처의 의무다.「본처는 화장을 열심히 하고 애정을 바쳐 남편이 소실을 두지 않도록 하되 불가피하게 소실을 맞았을 경우에는 자신의 친동생을 대하듯 해야 한다. 본처는 저녁에 소실이 화장하는 것을 도와주어야하며 성생활에 관한 다양한 방법들에 관해 가르쳐 주어야 한다.」요즘의 여성들이 듣는다면 실로 가관이라고 할 이런 지독한 남성우월주의적 기준들이 제시됐다. 재미있는 것은 본처에게 전적으로 인내만을 요구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만일 어느 소실이 남편과 싸웠을 때는 이를 충동질하여 더욱 큰 싸움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은 차라리 매우 솔직한 조언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남편이 소실에 대해 아직 연정을 가지고 있다면 그 싸움을 화해시키려고 노력해야한다」는 주문도 바짜야나는 잊지 않고 있다.물론 소실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우선 연소한 소실은 나이가 많은 본처를 자기 친어머니처럼 받들어야 한다. 비록 친가에서 받은 선물이라고 하더라도 본처에게 허락을 받아 써야 하고 남편과 동침할 때도 반드시 본처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본처의 자식은 자신의 자식보다 더욱 깊은 애정을 갖고 대해야 하며 남편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놓고 말해서는 안된다. 소실은 특히 남편이 본처에 대한 애정을 회복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카마수트라는 쓰고 있다.사실 이런 덕목들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카마수트라는 정말이지 불가능한 것을 아내와 여인들에게 요구하고 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아내를 여럿 갖는 것은 불가피한 여러가지 사회경제 사정의 변화에 메여 있다고 하겠지만 이같은 남편들의 요구사항은 여인들을 언제나 부도덕한 것으로 만들기 마련이다. 그리되면 모든 여인은 부도덕한 여인이 되고 이에대한 징벌은 남자들이 쥐게 된다. 실로 편리한 도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