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 주변 틈새업종 발굴 성공 ... 상가 종사자·신세대 쇼핑객 주고객

두산타워 상인들을 대상으로 오토바이 택배를 하는 「퀵 서비스」의 배달맨 노승우씨(29). 지난 2월 「최고의 서비스맨」이 되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동대문에 둥지를 튼 노씨는 요즘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다.따지고 보면 노씨도 동대문의 다른 점포주들과 마찬가지로 어엿한 자영업자다. 비록 오토바이 한대가 전재산이지만 자신이 일한만큼 수입이 발생한다. 육체적으로는 힘이 들지만 보람이 아주 큰 것도 같은 맥락이다.노씨는 보통 하루에 10회 정도 택배를 한다. 서울시내를 주로 돌아다니지만 때로는 인천까지 갔다오기도 한다. 또 일주일에 절반 정도는 야간배달을 한다. 상가의 성격상 야간에도 배달주문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주요 고객은 두산타워내 점포주들과 이곳에서 물건을 구입한 소매상들이다.수입은 비교적 만족할 만하다. 다른 업종이 불황이라지만 일거리가 꾸준하게 들어온다. 수입만 놓고 볼 때 같은 또래의 회사 다니는 친구들보다 많으면 많았지 결코 적지는 않다. 배달료는 거리에 따라 다른데 보통 6천~3만원까지 받는다.동대문 상권 주변에는 노씨처럼 틈새업종에 뛰어들어 짭짤한 소득을 올리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이곳에서 영업하는 점포주들과 점원들을 상대로 색다른 서비스를 제공, 나름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는 것이다.◆ 대행업·PC게임방도 인기동대문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아이템은 단연 배달 서비스업이다. 앞서 말한 오토바이 택배와 마찬가지로 상가 사람들을 상대로 갖가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전반적인 경제 침체 속에서도 불황을 타지 않을 정도다. 물류 관련 업체가 그렇고, 음식배달 사업 역시 다른 지역에 비해 유달리 호황을 누린다. 두산타워 상가운영회의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동대문 상권 주변에서 각종 서비스업을 시작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대행업의 인기도 만만치 않다. 특히 여행이나 결혼 관련 업무 대행은 최근 들어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동대문에서 새로운 인기 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동대문 상가 사람들을 주타깃으로 삼아 웨딩대행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최혜숙씨(30)는 『상가 사람 가운데 전체의 80% 이상이 여성이고, 이들의 대부분은 미혼여성』이라며 『그 어느 지역보다도 시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그런가 하면 스포츠마사지나 PC게임방 등 스트레스해소 사업도 호황을 누린다. 아무래도 동대문에는 밤늦게까지 고되게 일하는 사람들이 많은 까닭이다. 게다가 점포를 직접 운영하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낮에도 원단을 떼오고 공장을 오가느라 쉴 틈이 많지 않아 정신적, 육체적인 스트레스 강도가 상당하다.스포츠 마사지 전문가인 최종원씨(30)가 동대문에 자리잡은 것은 지난 3월부터다. 밀리오레 내에 있는 「퀵 스포츠 마사지」에서 일을 하고 있는 최씨는 밀려드는 고객들을 맞느라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다. 특히 오전 11시에서 오후 9시까지는 거의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몰린다. 고객은 상가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고 주변의 직장인들도 자주 들른다. 성별로는 여성이 남성보다 6대4의 비율로 더 많아 이채를 띤다.마사지 서비스는 24시간 제공한다. 하루 종일 문을 열고 있는 셈이다. 다만 최씨는 하루에 10시간 정도 근무하고, 함께 일하는 6명의 스포츠 마사지사들과 교대로 고객들을 맞는다. 이용 요금은 서비스 내용에 따라 9천~2만9천원까지 다양하게 받고, 시간은 보통 30분~1시간 정도 걸린다.올해 초 동대문 상권에서 PC게임방 사업을 시작한 이호근씨(31) 역시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낮에는 집에서 쉬고, 저녁 5시쯤 게임방에 출근하는 이씨는 밤을 새우기 일쑤다. 손님이 주로 저녁 무렵부터 몰리는데다 새벽까지 문을 열어야 하기 때문이다. 몸은 피곤하지만 이씨가 올리는 수입은 상당하다. 창업하면서 약 1억원을 투자했는데 요즘 월수입이 5백만원을 넘는다. 당초 기대치를 훨씬 웃도는 액수다. 고객은 상가 종사자들과 쇼핑 나온 신세대들이 주류를 이룬다.동대문, 특히 밀리오레나 두산타워 인근 상가 사람들의 변신도 눈길을 끈다. 동대문 상권에 새로운 바람이 불면서 주변 상가에도 매머드급 태풍을 몰고 온 것이다. 특히 지난해 밀리오레 등장 이후 젊은 고객들을 상대하기 위해 간판을 밝은 분위기로 바꿔 다는 등 신세대 고객 잡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심지어 아예 업종을 변경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예전의 스포츠상가 일부가 떡볶이와 김밥 등을 파는 분식집으로 업종을 바꿨고, 양복점이 PC게임방으로 옷을 갈아입기도 했다. 스넥코너와 24시간 편의점의 등장도 이런 분위기를 십분 반영한다.★ 동대문 상가 권리분석'뜬다' 소문에 권리금 급증동대문 상가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동대문이 시쳇말로 「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대문에 진출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동대문 드림」은 가능할까. 밀리오레, 두산타워, 프레야타운 등 동대문의 대표적인 상가에 대한 권리분석을 통해 이를 알아본다.밀리오레와 두산타워의 분양가는 1층 기준으로 4평짜리 점포 하나에 1억2천만원 선이었다. 평당 분양가가 3천만원을 웃돈 셈이다. 하지만 지금의 가치는 이를 훨씬 넘는다. 공식적인 가격은 아니지만 그동안 장사가 잘 된다는 소문이 번지면서 상당한 프리미엄이 붙어 2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프레야타운은 93년 분양 당시 4.3평짜리 점포를 5천5백만원(1층 기준)에 분양했다. 그러나 96년 입주 때는 1억1천만원에 거래됐다. 불과 3년여 사이에 2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프레야타운 분양을 받은 사람들 역시 가만히 앉아서 큰 돈을 벌었다.분양을 받지 않은 사람 가운데 동대문에서 장사를 하려면 세를 들어야 한다. 상가에 따라 약간씩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계약기간은 1년 단위이고, 점포세는 보통 보증금 6백만~2천만원에 월세 40만~80만원 선이다. 만만치 않은 가격임에 틀림없다.분양을 받았건 세를 들었건 동대문 상가에서 점포를 운영해 어느 정도 돈을 벌려면 최소한 월평균 2천만원 이상의 매출은 올려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여기에 미치지 못하면 별 재미를 보지 못한다. 이는 매출에서 각종 비용을 뺀 마진 폭이 보통 20~30% 선으로 별로 높지 않은데다 공장을 따로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