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중심 경영 정착 ... 아래하한글 기반, 웹 비즈니스 준비

한글과컴퓨터가 극적인 변신에 성공했다. 98년 자본금 46억원, 시장가치가 40억원에 불과하던 회사가 자본금 2백억원, 시장가치1천6백억원에 달하는 회사로 변모한 것이다. 지난해 말까지 3천원대에서 5천원대를 오르내리던 주가도 10배나 올라 4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1백50억원으로 올해 매출목표 2백83억원의 절반을 이미 초과 달성했다. 올해 순이익 목표 50억원도 상반기안에 달성할 전망이다. 지난해 6월 15일 아래아한글 포기조건으로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2천만달러를 유치하기로 한지 꼭 1년만의 일이다.지난 5월초에는 전직원에 특별상여금 1백10%도 지급했다. 호전된 경영실적을 직원들과 나눈 것이다. 신입사원 모집에도 5백여명이나 몰렸다. 부채비율도 60%이하로 낮췄다. 전하진사장은 부채의 완전상환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직원들 급여도 하반기부터 스톡옵션이 지급되는 등 상향조정된다. 한글과컴퓨터 측은 『능력만큼 보상받을수 있도록 연봉제를 도입해 올해 안에 억대연봉자도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한글과컴퓨터에 투자했던 투자가들은 모두 돈방석에 앉았다. 한글과컴퓨터에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한 무한기술투자의 벤처펀드 「무한벤처투자조합1호」는 수익률이 8백20%나 된다. 아래아한글을 살려야 한다는 당위성으로 한글살리기 국민운동본부를 주도한 메디슨의 이민화회장은 결과적으로 대단한 안목의 벤처 투자가임을 입증했다.무한기술투자의 이인규 사장은 『한글과컴퓨터가 갖고 있는 브랜드가치는 수백억원대라고 봤기 때문에 주저하지 않고 투자할수 있었다』며 『올해들어 한글과컴퓨터의 주가가 급등한 것도 그동안 구축한 한글과컴퓨터의 브랜드파워때문』이라고 설명했다.무한기술투자는 한글과컴퓨터에 대한 투자성과를 바탕으로 이달 말까지 새로운 투자조합을 모집한다. 이인규사장은 『광고이후 투자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청약단위는 1천만원인데 보통 2억~3억원 정도를 투자한다』고 밝혔다.스톡옵션을 10만주 받은 전하진 사장은 수십억대 재산가의 꿈을 꿀수 있게 됐다. 11일 종가기준(4만2천8백원)으로 전사장이 스톡옵션을 행사해 손에 쥘수 있는 금액은 이론적으로 42억원. 액면가 5천원에 주식을 사서 팔아야 하므로 실제 전사장에게 돌아갈 금액은 약 37억원 정도 된다. 5천주씩 받은 사외이사들도 억대의 현금을 손에 쥘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물론 전하진사장과 이사들이 받을 억대의 현금은 계산에 불과하다. 2001년 8월이 돼야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2년후의 주가에 따라 전사장이 실제 손에 쥘수 있는 금액이 결정되는 것이다.이인규사장은 『한글과컴퓨터의 주가는 지금 형성단계』라며 『앞으로 한글과컴퓨터의 주가는 실적에 따라 더 오를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한글과컴퓨터가 바뀐 것은 경영실적만이 아니다. 전사장은 『새로 태어난 한글과컴퓨터의 가장 큰 특징은 이사회』라고 강조했다. 이사회를 통해 이뤄진 의사결정을 CEO가 집행하는 구조로 자리잡은 것이다. 한글과컴퓨터의 이사진은 매달 한번씩 모이는 정례모임 외에 긴급간담회 형식으로 월 2회이상 모인다. 전자우편을 통해 자료와 의견을 주고 받으며 수시로 의견을 조율한다.전사장은 이사회의 장점으로 감시 견제 질책의 기능을 꼽았다. 이사회의 견제기능이 있기 때문에 사장이 나태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사회가 없는 회사에서는 사장이 나태해지는 것을 방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장 스스로 상황에 따라 목표를 임의로 낮춰 잡을 때 어느 누가 바로잡겠습니까.』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보사저널 엠의 이유재사장은 『이사회는 조언을 통해 합리적인 결정이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이라며 『이사회의 장점은 의사결정의 오류를 최소한도로 줄이는 안전장치』라고 지적했다. 『오너중심 경영은 실수 가능성이 높습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인 이사들이 토론을 통해 수립한 의사결정은 한사람의 결정보다는 실수확률을 줄일 수 있습니다.』사외이사인 무한기술투자 이인규 사장은 『이사회의 기능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이라며 CEO의 독단적인 경영이나 실수가능성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경영장치라고 지적했다.현재 한글과컴퓨터의 이사회는 전하진(한글과컴퓨터 CEO), 이성훈(한글과컴퓨터 CFO) 등 2명의 사내이사와 이장우(경북대 경영학부 교수), 이인규(무한기술투자 대표), 이유재(보사저널엠 대표), 미국 ABS벤처의 변진 이사(벤처 캐피탈리스트) 등 4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이달 중순부터 이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할 정지준 부사장을 포함하면 한글과컴퓨터에는 모두 7명의 이사가 활동하게 된다.한글과컴퓨터의 사업전략도 바뀌었다. 『과거의 한글과컴퓨터는 기술중심 회사였습니다. 초기에 벤처기업이 성장할 때 보여주는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성장한 다음에는 기술이상의 것이 필요합니다.』 기술과 함께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전하진 사장은 한글과컴퓨터를 「시장 트렌드를 읽는 회사」라고 강조한다. 뛰어난 기술 못지 않게 시장의 요구사항을 빠르게 파악해 실행에 옮기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신상품 개발에 필요한 기술이 부족할 경우 외부에서 조달하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시장의 흐름을 읽고 제때 완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능력입니다. 시장의 방향을 읽고 이에 필요한 기술을 동원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전술에 불과합니다.』한글과컴퓨터는 미래 비전을 인터넷비즈니스에서 찾고 있다. 아래아한글의 높은 브랜드인지도와 그동안 쌓은 기술력 그리고 4백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아래아한글 사용자를 기반으로 새로운 형태의 인터넷비즈니스 「넷피스」를 준비하고 있다.넷피스는 컴퓨터에 아래아한글과 같은 문서편집기가 설치돼 있지 않아도 자바프로그램을 이용해 웹상에서 문서편집 등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일종의 사무에 특화한 포탈사이트다. 넷피스를 이용하면 인터넷 공간에서 자유롭게 업무를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데이터를 웹사이트에 만들어 놓은 사이버 폴더에 저장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넷피스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출장을 다니는 비즈니스맨을 비롯해 네티즌들이 사무실이나 집에서 작성한 파일들을 자신만의 인터넷 사이버 폴더에 저장해 놓고 어디서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면 파일들을 꺼내 사용할 수 있게 된다.전하진사장은 『이제까지 인터넷비즈니스의 중심은 웹호스팅서비스나 상품구매였지만 앞으로는 응용프로그램 중심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며 『초고속 통신서비스가 대중화되면 인터넷을 통해 응용프로그램을 전송받아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 서비스가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한글과컴퓨터는 넷피스서비스를 위해 한소프트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현재 미국계 벤처캐피털 및 투자조합 등과 전략적 제휴 및 투자자금 유치협상을 진행중에 있다.한글과컴퓨터의 회생은 21세기 산업의 새로운 패라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산업사회의 시각에서 보면 98년 6월 한글과컴퓨터는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되는 것이 정상적인 시장논리였다. 한글과컴퓨터는 불법복제의 영향으로 상품을 정상적으로 판매할 수 없는 구조에서 기업이 수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수확체증의 원리가 작용하는 정보사회의 시각에서 보면 한글과컴퓨터는 98년 6월의 시점에서도 성장잠재력이 대단한 회사였다. 1년 후의 주가가 결과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한글과컴퓨터의 경쟁력은 아래아한글이라는 소프트웨어의 기술력이 아니라 아래아한글에 익숙한 사용자의 숫자였던 것이다.도스시절에는 아래아한글의 성능을 따라 잡을 경쟁상대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윈도시대로 접어들면서 아래아한글의 우위는 사라졌다. 아래아한글 못지않은 성능을 지닌 윈도용 문서편집기들이 다수 나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래아한글이 문서편집기 시장을 주도할 수 있었던 것은 아래아한글에 익숙한 사용자의 숫자에 있었다.새로 나온 제품의 성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아래아한글의 인터페이스에 익숙한 사용자들에게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이를 「소비자 학습효과」라고 하는데 소비자가 어떤 제품을 사용할 때 그 제품의 사용에 익숙해져 좀처럼 다른 제품으로 교체하기 힘들어지는 현상이다.더욱 더 중요한 사실은 아래아한글문서형식인 HWP문서파일을 이용하는 컴퓨터사용자가 4백만명이나 된다는 점이다. 소프트웨어는 상품간의 호환성이 중요한데 아래아한글은 무려 4백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었다.많은 사람들이 HWP형식의 문서파일을 이용하면 나머지 사람들도 어쩔 수 없이 HWP형식의 문서파일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이를 네트워크효과라고 하는데 일정정도의 사용자를 먼저 확보하는 기업이 승자가 된다. 한글과컴퓨터는 극성스런 불법복제 덕에 네트워크효과와 소비자학습효과를 누릴 수 있는 정도의 사용자를 어렵지 않게 확보하고 있었던 것이다.한글과컴퓨터측은 『아래아한글 차기버전은 철저하게 개방성과 호환성의 원칙을 지키면서 개발되고 있다』고 밝혔다. 사용자뿐 아니라 개발자들까지 아래아한글의 동맹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다. HWP형식의 문서파일을 이용하는 사용자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데 이를 위해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HWP형식의 문서파일을 통해 「재미」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인터뷰 / 양왕성 소프트웨어 개발실장"새 아래아글은 개방성이 특징"아래아한글은 한글과컴퓨터의 기반이 되는 상품이다. 한글과컴퓨터가 기획하고 있는 인터넷비즈니스도 아래아한글에서 출발하고 있다. 한글과컴퓨터는 올해 말 5.0버전을 내놓는다. 한글96이나 한글97과 달리 프로그램의 근본 구조를 바꾸는 대규모 작업이다. 새로운 아래아한글의 특징은 개방성과 호환성이다.한글과컴퓨터의 소프트웨어 개발실을 맡은 양왕성 실장은 주저없이 새로운 한글의 특징으로 개방성을 꼽는다. 외부 개발자들도 손쉽게 한글프로그램을 수정 보완 혹은 개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즉 비주얼베이직이나 델파이와 같은 프로그램개발 언어를 이용해 아래아한글용 응용프로그램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게 된다. 넷스케이프와 같은 인터넷 브라우저에 플러그인을 이용해 브라우저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인터페이스도 크게 바뀐다. 아래아한글은 그동안 운영체제인 윈도95/98과는 다른 독자적인 인터페이스를 유지해왔다. 윈도가 처리할 수 있는 한글이 완성형 2천3백50자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아래아한글의 가장 큰 장점은 한글로 표현할 수 있는 1만1천1백72자를 모두 처리할 수 있는 능력에 있습니다. 그런데 운영체제인 윈도에서는 완성형 2천3백50자밖에 처리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문서 불러오기와 같은 대화상자 메뉴 화면입니다. 대화상자에서도 한글1만1천1백72자를 모두 입력할 수 있어야 하는데 윈도에서 제공하는 인터페이스를 이용해서는 이게 안됩니다. 따라서 아래아한글 고유의 대화상자를 만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윈도에서 제공하는 폰트나 드라이버, 라이브러리를 이용할 수도 없다 보니 한글처리와 관련된 모든 것을 독자적으로 개발해야 했습니다.』그런데 유니코드의 보급으로 윈도에서도 1만1천1백72자를 모두 처리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아래아한글5.0부터는 독자적으로 인터페이스를 유지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그러나 양실장은 과거 아래아한글의 메뉴 구성에 익숙한 사용자들을 위해 다양한 메뉴 세트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스나 한글96에 익숙한 사용자들을 위해 도스 한글메뉴나 한글3.0메뉴, 한글96메뉴를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5.0판에서는 가변 다단편집이나 세로쓰기, 되돌리기, 한 페이지가 넘는 표그리기 등 그동안 아래아한글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지원이 안되던 기능도 보강된다. 프로그램의 근간이 되는 엔진을 새롭게 설계하기 때문이다. 한글97은 7년 넘게 사용한 엔진을 이용하고 있다. 새롭게 교체할 때가 온 것이다. 양실장은 『새로운 엔진은 10년이상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양실장은 『편하고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며 『누구나 다른 사람의 도움없이 스스로 직관에 의해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단계까지 가야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한글과컴퓨터의 소프트웨어 개발실은 영등포의 본사와는 달리 삼성동에 자리잡고 있다. 영등포 사무실도 곧 삼성동으로 이전할 계획이지만 개발실은 따로 유지할 계획이다. 개발실은 이찬진 사장의 새로운 회사가 있는 빌딩의 같은 층을 함께 이용하고 있다.한글과컴퓨터의 소프트웨어 개발실에는 정내권 전 이사도 함께 일하고 있다. 이찬진 사장과 함께 한글과컴퓨터를 떠났지만 아래아한글5.0프로젝트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다. 아래아한글5.0의 기본구조를 정내권 전 이사가 설계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