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사장' 한달 수입 최고 5천만∼6천만원....점포수 1만개 웃돌아

대학 졸업 후 의류회사 디자이너로 3년간 일한 경력이 있는 박주희씨(29). 지난해말 퇴사한 후 올해 초 동대문 상권에 점포를 하나 마련하고 독립을 선언한 박씨는 요즘 「회사, 그만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루 수면시간이 5시간밖에 안될 정도로 육체적으로는 힘이 들지만 그 이상의 보람을 느끼기 때문이다.수입 면에서도 직장 다닐 때의 3배 이상은 족히 된다. 임대료와 점원의 인건비를 빼고도 한달에 5백만원 이상은 가져간다. 입주할 때 약 3천만원을 투자한 사업치고는 아주 잘 되는 셈이다. 주변 친구들은 「인생의 홈런을 쳤다」고 부러워한다. 요즘 동대문은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인식되고 있다. 「동대문 드림」이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대학 졸업생들이나 신세대 직장인들 가운데도 「동대문에 가서 장사나 한번 해볼까」 하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 정도다.동대문의 젊은 사장들은 실제로 돈을 많이 번다. 30살 전후의 나이에 다른 일을 해서는 도저히 만져볼 수 없는 거액을 벌어들인다. 점포의 성격이나 위치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밀리오레나 두산타워에 매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평균적으로 월평균 5백만~6백만원대의 순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극히 일부지만 디자이너 출신으로 직영공장을 별도로 운영하는 점포주 가운데는 심지어 월순수입이 5천만~6천만원대에 이르는 사람들도 있다. 대기업 이사의 연봉과 맞먹는 돈을 단 한달만에 벌어들이는 셈이다. 이들은 보통 한달에 2억원어치 이상을 팔아 외형 면에서 웬만한 중소기업과 비슷한 매출규모를 자랑한다.장사가 어느 정도 잘 되는지는 밀리오레나 두산타워 등에서 점포 구하기가 상당히 어려운데서도 엿볼 수 있다. 점포를 사거나 얻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상가 운영위에서 1년에 한 차례씩 신청자를 받아 비는 점포를 대상으로 임대계약을 하는데 경쟁률이 10대1을 웃돌 정도다.분양받은 점포의 프리미엄도 최근 들어 엄청나게 치솟았다. 두산타워 1층 점포의 경우 분양가는 1억2천만원대였는데 지금은 웃돈이 붙어 두배 가까운 금액에 거래된다. 그러나 이마저도 매물이 거의 나오지 않아 실제로 거래되는 건수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그렇다면 이렇듯 동대문이 신천지로 부상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우선 동대문은 「패션 해방구」라는 별칭에 어울리게 국내 최대 규모의 패션 타운을 형성하고 있다. 「기회의 땅」으로서 손색없는 위용을 자랑하는 셈이다. 현재는 전체 점포수만도 무려 1만여개를 웃도는 것으로 파악될 정도로 거대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그렇다고 외형적인 규모만 큰 것은 아니다. 동대문에는 신세대 고객들을 유치할 수 있는 힘이 살아 있다. 재래시장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신세대 특구의 위용을 여기저기서 뽐낸다. 20층이 넘는 초고층 상가빌딩은 마치 마천루를 보는 듯하다.동대문이 쏟아내는 각종 패션상품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한다. 품질은 백화점에서 파는 것과 비교할 때 별로 뒤지지 않는데 가격은 10분의 1에 불과한 것이 수두룩하다. 유통 시스템상 공장과 직거래를 하는데다 도매가로 팔기 때문이다.밀려드는 고객들은 동대문의 또 다른 힘으로 표출된다. 이곳을 찾는 사람은 하루 평균 30여만명에 이른다. 웬만한 도시의 인구수와 견줄 수 있을 정도의 사람들이 드나드는 셈이다. 특히 주말에는 약 50만명이 북적거려 말 그대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하루 거래금액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나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상인들의 의견을 집계해보면 거의 1백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동대문은 이제 누가 봐도 황금알을 낳는 곳으로 손색이 없다. 잘만 하면 1년에 억대를 벌 수도 있다. 그러나 낙관은 금물이다. 또 지나친 환상을 가져서도 안된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아무나 성공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일부는 장사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울 정도로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채근식 두산타워 마케팅팀 과장은 『동대문은 정직한 곳』이라며 『지금 잘 나가는 사람들은 예외없이 하루 15시간 이상씩 땀을 흘린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밀리오레 VS 두산타워동대문 상권 장악 노리는 '라이벌'동대문 상권의 핵심으로 꼽히는 밀리오레와 두산타워는 유달리 라이벌 의식이 강하다. 상가가 인접해 있는데다 일일 고객수에서도 동대문에 있는 다른 상가를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 두산타워가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기존의 밀리오레 단골고객 유치작전에 힘을 쏟고 있어 경쟁은 한층 치열해지는 느낌이다.동대문 상권에 먼저 상륙한 것은 밀리오레다. 지난해 8월 「하루 18시간 영업」을 표방하며 문을 열었다. 이에 비해 두산타워는 이보다 6개월 늦은 올해 2월에 밀리오레 바로 옆에 자리를 잡고 영업을 시작했다.두 상가 모두 도매상가를 지향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약간 다르다. 밀리오레는 「소매중심 도매상가」를 주창한다. 최종 소비자가 중심이라는 얘기다. 반면 두산타워는 소매상 쪽에 많은 비중을 둔다. 도매와 소매의 비중이 6대 4쯤 된다.점포수는 밀리오레가 2천3백개로 2천개인 두산타워보다 3백여개가 많다. 특히 밀리오레는 상가의 핵인 여성복 점포수가 1천여개나 돼 두산타워의 5백70개를 압도한다. 반면 두산타워는 동대문 상가 최초로 1개층 전체를 아동복 매장으로 꾸몄고, 1백20개 점포를 자랑하는 혼수용품 전문매장을 갖추고 있다.영업시간은 두산타워가 하루 19시간으로 18시간인 밀리오레보다 1시간 더 문을 연다. 두산타워는 오전 10시에 시작해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영업한다. 반면 밀리오레는 오전 11시에 문을 열어 다음날 5시까지 계속한다.점포 임대료는 두산타워가 약간 비싸다. 1층 점포 기준으로 밀리오레는 보증금 1천5백만원에 월 80만원을 받는데 비해 두산타워는 보증금 2천5백만원에 월세가 80만이다. 두산타워 쪽이 보증금을 1천만원 더 받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