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9~30일 연방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미국의 인플레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쟁점은 미국 기업들의 생산성과 국민들의 소비열기가 인플레 압력을 한계 수준까지 가중시키고 있는냐, 그렇지 않느냐는 것이다. 만약 인플레 압력이 높다면 이달 말 열리는 FOMC는 즉각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커지게 되고 반대로 그렇지 않다면 좀더 상황을 봐 가면서 결정할 수있는 여지가 생기게 된다.우선 인플레가 걱정된다는 쪽은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이다. 그린스펀 의장은 『미국 기업들의 생산성 향상이 한계에 달했으며 국민들의 높은 소비성향으로 인해 인플레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는 논리를 편다. 그의 주장은 따라서 빠른 시일내에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아직까지 문제될 게 없다는 쪽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회장이다. 그는 미 기업들의 생산성 향상이 PC인터넷 전자메일등의 보급으로 첨단 경영환경이 갖춰진 이제부터 「본 게임임」이라고 주장한다. 인플레압력을 기업들의 생산성 향상으로 커버할 수있으니 당장 금리인상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두 사람은 지난주 14일과 15일 각각 미 상원 경제위원회의 청문회에 출석, 자신들의 견해를 피력했다. 하루 간격으로, 무시할 수없는 발언력을 가진 두 사람이 정반대의 주장을 내놓은 것이다. 둘의 주장은 일단 모두가 「매우 상식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면서도 약간은 그린스펀 의장의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것으로 판단됐다. 물가안정을 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할 FRB의장, 산업계를 대표하는 입장이었던 빌 게이츠 회장이 모두 자기가 대변해야 할 주장을 했지만 후자의 발언은 아무래도 「뜬구름 잡기」식으로 근거가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었다.그러나 두 사람의 인플레 논쟁은 잇따라 나온 통계치로 인해 간단히 끝나지 않았다. 빌 게이츠 회장의 증언이 나온 24시간 후인 지난 16일, 노동부는 지난 5월중 소비자물가가 보합세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줄곧 오르던 물가수준이 그대로였던 것이다. 이는 미국의 인플레 압력이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것으로 당연히 추상적이었던 게이츠의 주장에 한껏 힘을 실어주는 통계가 됐다. 이날 세계 각국의 주식시장은 노동부의 발표를 환희로 받아들이며 일제히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이어 16일엔 미국 상무부가 지난 4월중 무역적자 규모를 발표했다. 1백89억달러였다. 물론 전년 같은 달보다는 늘어났지만 전문가들이 당초 예상했던 1백96억달러에는 못미치는 액수였다. 이 역시 누구인가를 지칭한다면 게이츠 회장을 위한 통계였다. 비록 무역적자가 기업들의 생산성 향상과는 무관한 수치이지만 인플레 우려를 불식시키는 쪽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수입이 예상보다 적었다는 것은 급격히 늘어나던 미국민들의 소비추세가 어느 정도 수그러들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는 것이다.빌 게이츠 회장의 발언과 소비자물가 무역수지 발표에도 불구하고 금리인상 여부는 결국 그린스펀 의장과 그가 이끄는 FOMC에 달려 있다. 전문가들의 시각은 대체로 FOMC가 이달말 소폭(0.2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쪽이다. 설령 이달말 인상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올해안에 한 두차례의 인상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린스펀 의장도 다시 17일 상하원 합동 경제위원회에 참석, 『물가는 오르기 전에 잡아야 하는 것』이라며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이례적으로 강조했다. 미국의 인플레 논쟁은 그린스펀의 이 한마디로 가닥을 잡았지만 모두가 원하는 것은 가부를 떠난 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