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돈 안들고 PC통신 무료 '장점' ... 각종 계약 조건 '불리'

「목돈없이 최신형 PC를 장만해 PC통신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요즘 각 PC통신업체들이 컴퓨터제조업체, 금융기관과 제휴해 실시하는 이른바 「프리(free)PC」마케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프리PC」는 장기할부판매와 PC통신사용을 묶은 마케팅전략의 하나다. 소비자는 매달 일정액만 납입하면 PC와 PC통신을 사용할 수 있다. 제휴금융기관이 소비자 대신 PC제조업체에 월납입금 총액을 지불한 후 소비자에게 3년간 분할납입금을 받게 된다.현재 국내 대표적인 PC통신업체인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 유니텔, 채널아이가 실시중이며 넷츠고도 7월부터 판매할 예정이다. 한양증권도 자사의 홈트레이딩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용산조립PC를 제공중이다.◆ 초보자나 세컨드PC인 경우 유리각 업체별로 셀러론366MHz에서 팬티엄Ⅲ까지 다양한 종류의 데스크톱과 노트북을 「프리PC」로 선보이고 있다. 월납입액도 4만2천2백원에서 14만1천8백60원으로 다양하다. 계약기간은 36개월에서 48개월이며, 해당기간이 끝나면 해당PC는 사용자가 소유하게 된다.지난달 20일 가장 먼저 「프리PC」마케팅을 실시한 천리안·현주컴퓨터·외환카드·인텔코리아의 경우 현재 5천대 이상 주문이 들어올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나머지 업체들도 월 5천대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프리PC」는 미국과 대만 등에서 이미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며 성공을 확신하고 있다.「프리PC」마케팅을 통해 PC통신업체들은 계약기간 동안 안정적인 고정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다. 제휴 금융기관들도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더 많은 이자수입과 수수료 수입을 챙길 수 있다. PC제조업체도 대량생산을 통해 싼값에 제품을 공급하면서 시장점유율을 올릴 수 있다.업계에서는 「프리PC」가 목돈이 들지 않고, 납입금 총액도 같은 회사 동급기종을 구입했을 때보다 훨씬 싼 것이 장점이라고 말한다. PC를 처음 접하는 사용자나 세컨드(second)PC로 1대 더 추가 구매하려는 고객에게는 매우 유리하다는 설명이다.따라서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혁신적인 마케팅이라는 주장이다. 대부분 대기업 컴퓨터 제조업체와 제휴했기 때문에 품질과 AS는 확실히 보장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프리PC」가 꼭 유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첫째, 업체에서 말하는 「프리PC」란 용어는 부적절하다. 미국의 벤처기업인 「프리PC」사, 인터넷 서비스사인 「디렉트 웹」등이 제공하는 원조 「프리PC」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매월 10시간 이상 인터넷광고를 봐주면 PC와 인터넷서비스를 공짜로 제공하는 미국과는 달리 국내의 「프리PC」는 매달 일정액을 납입해야한다.따라서 「프리PC」라기 보다는 「할부PC」가 정확한 용어이다. 계약기간이 끝나면 해당PC는 사용자 소유가 되지만 이때는 제대로 사용하기 힘든 구형모델로 전락한다. 계약기간내에 최신모델로 업그레이드하는 비용은 사용자가 부담해야 한다.둘째, 실제 PC가격과 해당 모델의 현재판매가를 비교할 경우 「프리PC」가 저렴한 것은 사실이다. 예를 들어 셀러론366MHz 모델인 경우 각사가 제공하는 가격은 1백5만원에서 1백60만원. 그러나 같은 기종을 용산에서 조립했을 경우보다는 10만∼40만원 가량 비싸다. 물론 AS와 품질면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PC초보자가 아닌 경우에는 유리하다고 보기 어렵다.셋째, 계약 취소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또 월납입금을 내지 않으면 연체료까지 부담해야 한다. 계약기간 동안 PC통신 요금체계를 바꾸거나 다른 PC통신업체로의 전환도 불가능하다. PC통신료도 전부 무료는 아니다. 기본 서비스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지만, 분당 30∼5백원 하는 부가서비스는 추가 요금을 부담해야 한다.넷째, 해당모델이 전부 최신모델은 아니다. 벌써 유행이 지난 모델도 있고, 「프리PC」용으로만 판매돼 정확한 가격비교가 불가능한 제품도 있다. 각 모델의 사양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다섯째, 각 업체별로 계약조건을 꼼꼼히 검토하는 것도 중요하다. 천리안, 나우누리의 경우는 반드시 신용카드로 결제해야 한다. 채널아이와 한양증권의 경우는 계약금도 내야 한다. 각 업체별 AS기간도 다르다. 대체로 계약기간이 AS보장기간 보다 길기 때문에 PC가 고장났을 경우 수리비를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