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경영의 영역에서 전략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아마도 어떤 회사를 유지하고 어떤 회사를 더할 것인가, 또 어떤 기업을 매각할 것인가 등과 관련된 문제일 것이다. 이 문제야말로 한국 기업들이 수년간 고민해왔던 문제이고 또 솔직히 말해 한국 기업들이 이 문제를 효과적으로 처리하지 못했던 것이 IMF 위기를 일으킨 주범 중의 하나가 됐다고 할 수 있다.가장 많은 비난을 사고 있는 국내 재벌의 경영 행태는 문어발식 경영, 즉 재벌들이 실질적으로 거의 모든 사업상 가치 사슬과 산업에 관여하고 있다는 것이며 이 결과 공급 과잉 문제가 발생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람직한 사업 운영 방식이 아니며 특히 손실을 입고 있을 때는 더더욱 그렇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많은 서구 기업들, 특히 외국 은행들이 궁금하게 여기는 것은 기업들이 어떻게 그런 손실을 가지고 장기간 버텨올 수 있었는지, 또 누군가가 그 손실을 메우지 않았다면 어떻게 은행이나 정부와 같은 사회 경제적 기반이 그 비용을 흡수할 수 있었는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발견한 해답은 안타깝지만 누군가가 그 손실을 부담해 왔으며 결국 그 누군가란 한국의 납세자들이란 사실이다.국내 기업 구조조정은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고 워크아웃과 같은 정부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거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 시민들이 경제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인자들의 잘못에 대한 대가를 얼마나 더 치러야 하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그러나 「문어발식」 경영이 효과가 있다면 어떨까. 재벌 소유의 모든 계열사들이 이익을 낸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그 재벌이 우수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 묵과해야 하지 않을까. 이 질문이야말로 오늘날 재벌들이 직면하고 있는 핵심적인 문제다. 현대 경영 이론에서 금융기관이 아닌한 서로 관련이 없는 사업체를 함께 경영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고 복잡하다. 게다가 모든 계열사에 대해 단일한 문화를 유지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물론 완전히 불가능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GE의 경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기업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세계적으로 가장 뛰어난 기업의 하나로 꼽힌다. GE는 한국 재벌들과 거의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으면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계열사들을 경영할 수 있는 것일까. 해답은 계열사들을 뮤추얼 펀드처럼 운영하는 GE의 능력에 있다.다음은 뮤추얼 펀드란 개념에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설명이다. 뮤추얼 펀드 매니저들은 기업들의 포트폴리오를 관리한다. 이 매니저는 기본적으로 기업의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익 목표를 각 기업이 달성할 수 있는지에만 관심을 가진다. 만약 한 기업이 손실을 내면 전체 포트폴리오상의 수익 비율이 떨어진다. 매니저는 이 경우 그 기업의 주식을 계속 보유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유망한 기업의 주식으로 대체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이는 매우 단순하게 들린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GE가 수년간 구사해온 전략이다. 잭 웰치 GE 회장은 각각의 산업에 포진하고 있는 GE의 각 계열사가 그 산업의 1위 혹은 2위 자리를 유지하지 못하면 퇴출시키는 전략을 써왔다.지난해 아시아 지역에서 설문 조사한 결과 아시아의 최고경영자 중 70% 이상이 잭 웰치 회장의 경영 시스템을 모방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계열사들이 수익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기업을 매각하고자 하는 기업은 많지 않았다. 이 문제가 아마도 한국 재벌들의 전략상 가장 큰 약점일 것이다. 우리는 모두 GE의 성공을 존경한다. 그러나 우리가 GE에 대해 존경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조금만 더 깊이 살펴보면 그것은 재무적인 결과일 뿐이지 GE를 강력한 기업으로 만든 프로세스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한국의 많은 최고경영자들이 배워야할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