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타워 3층에서 남성의류점 「보우(BEAU)」를 운영하고 있는 용경중사장(35)의 경력은 화려하다. 다른 점포의 젊은 여사장들이 국내파인데 반해 그녀는 해외유학파이다. 91년 결혼과 동시 남편과 함께 이탈리아로 유학,「마랑고니」패션스쿨에서 3년동안 선진 패션디자인을 공부했다.유학을 마친 뒤 귀국해서는 국내 굴지 의류업체인 제일모직에 취직, 디자인실장으로 근무하며 국내 여성패션 흐름을 선도했다. 패션에 관한한 웬만한 코스를 다 섭렵한 셈이다.이런 경력을 무기삼아 두산타워에 점포를 낸 것은 지난 3월. 제일모직을 그만둔 뒤 명동에서 「편집매장」을 운영하던 그녀는 동대문이 패션특구로 급부상하자 명함을 내밀었다. 그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쌓인 노하우와 편집매장 운영 경험을 살린다면 승산이 있었기 때문이다.화려한 경력에 비해 그녀의 손님을 끌어들이는 매장운영 방식은 단색이다. 「심플디자인」으로 승부하고 있다. 남성용 청바지, 면바지, 칠보바지, 민자바지, 캐주얼상의 등 10여개의 아이템에도 예외없이 이 원칙은 적용된다.『남성복이든 여성복이든 최근 디자인의 흐름은 단순한 것이 특징입니다. 어느 장사든 이런 흐름을 놓쳐서는 성공하기 힘듭니다.』용사장은 매장에 옷을 진열하는데도 이 원칙을 고집스럽게 적용하고 있다. 유행을 타 잘 팔리는 옷이 있더라도 자신이 추구하는 이미지와 맞지 않으면 절대로 진열하지 않는다.돈을 벌기 위해서는 「보우의 심플이미지」와 맞지 않는 것이라도 들여다 팔아야 하는 것이 장사꾼의 철칙이다. 그러나 이렇게 했다가는 보다 「큰장사」를 놓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유혹을 뿌리치고 있다.이 전략은 먹혀들어갔다. 일관된 이미지로 제품을 만들어 팔자 신세대 남성들의 매장을 찾는 발길이 잦아졌고 지금은 보우 옷만을 입는 단골고객이 많다고 용사장은 말했다.가격도 차별화했다. 동대문하면 싼 옷을 연상시키는데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다른 점포가 저가 위주로 판매에 나서는데 비해 그녀는 고가정책을 썼다. 대신 원단,디자인, 컬러 등 모든 것을 고급스럽게 해 손님들이 「비싸다」는 생각이 안들도록 했다.그녀는 패션디자이너 경험을 살려 손님들의 옷코디에도 신경을 써준다. 대부분 옷 가게 사장들은 손님이 고른 옷이 어울리지 않더라도 한벌이라도 팔기 위해 잘 어울린다고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손님이 마음에 들어 해도 자신이 보아 어울리지 않으면 다른 옷을 고르라고 권유한다. 돈 버는 욕심으로 장사를 하다 보면 그 끝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개성있는 조언은 같은 매장에서 경쟁을 하고 있는 나이어린 여사장들에게도 하고 있다. 제품이 좋은데도 불구하고 이미지 및 진열등을 잘못해 매출이 별볼일 없는 매장은 직접 찾아가 이런 저런 조언을 해준다. 전체 상가가 좋은 이미지를 가져야 찾는 손님이 늘고 이를 통해 자신도 장사를 잘 할 수 있어서다. 그래서 그녀는 두산타워에서 「왕언니」로 통한다.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그녀지만 요즘 패션공부에 열심이다. 여느 점포사장과 마찬가지로 백화점 등을 순례하며 아이디어를 찾는가 하면 선진국 패션잡지 또한 빼놓지 않고 읽는다.한순간 패션흐름을 놓쳤다간 그대로 뒤처져 버리는 것이 동대문 상권의 풍토이기 때문이다. 동대문상권에서 구세대에 속한 그녀가 성공신화를 만들어가는데는 이런 노력이 큰 힘이 됐다. (02)3398-70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