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주가라는 말이 있다. CEO의 역량이 기업의 실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선진주식시장에서는 능력있는 인사가 CEO에 임명되면 주가가 크게 오른다. 이런 점에서 하이텔이 경쟁사에서 최고경영자를 영입한 건 의미심장하다. 인터넷시대는 6개월 후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변한다.엄청나게 많은 기회가 널려 있지만 동시에 자칫 잘못하면 도태되는 위기이기도 하다.새로운 리더가 이끌어갈 하이텔의 내일을 들어봤다.● 약력 : 53년 충남생. 80년 한국항공대 전자공학과 졸업. 80년 한국표준협회 표준연구실. 85년 천리안 개발부장, 사업부장, 영업부장. 97년 데이콤 전자상거래 인터넷사업본부장. 99년 한국통신 하이텔 사장.● 건강관리 : 금연. 금주도 고려. 10년 넘게 헬스로 몸을 다졌다. 최근 2년간 너무 바빠 소홀했는데 다시 시작할 계획.● 정보소스 : 미국의 AOL, 일본의 니프티서브와 PC밴, 영국의 프리서브 등 경쟁사 홈페이지를 자주 본다. 국내외 업체들의 보도자료도 시간이 날 때마다 본다. 꼭 챙겨보는 정기간행물은 포천, 데이터커뮤니케이션 온라인 등이다. 신문과 같은 종이매체에서는 광고를 눈여겨 본다.▶ 하이텔이 1등이 되기 위해 극복해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급변하는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우수한 인력입니다. 회사는 창조적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창조적 아이디어 하나가 히트하면 그걸로 회사가 먹고 사는 겁니다. 그런데 창조적 아이디어는 바로 사람에게서 나옵니다. 따라서 사장은 매니저가 되기 보다 리더가 돼야 한다고 봅니다. 리더가 되려면 돌아가는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일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데 주력할 것입니다. 저는 보고받기 위해 담당자를 사장실로 불러들이지 않습니다. 직접 담당자를 찾아 갑니다. 사장이 직접 걸어다니며 결제함으로써 올릴 수 있는 효율은 엄청납니다.▶ 아랫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하십니까.전자우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직접 글을 통해 업무를 진행하다 보니 모든게 분명해집니다. 또한 전자우편을 이용하면 중간관리자 없이 담당자들을 1대1 직접 관리가 가능합니다. 시간을 낭비하는 보고도 사라졌습니다. 전자우편은 인재발굴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능력있지만 발표를 잘 못해 인사고과에서 불이익을 당하던 사람들이 빛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이런 사람들은 말은 잘 못해도 글로 정리하는 능력이 뛰어나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 받게 되는 것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 회장이 최근에 내놓은 「빌게이츠@생각의속도」의 결론도 『전자우편을 잘 활용하라』입니다.▶ 앞으로 하이텔을 이끌어 나갈 비전을 말씀해 주십시오.PC통신이란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것이 하이텔의 주목적입니다. 좋은 품질의 상품을 적정가격에 공급해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가격이 맞지 않은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잘못된 일 입니다. 고객이 원하는 통신서비스의 품질은 우선 접속수준입니다. 언제 접속하든 완벽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아주 단순한 문제입니다. 물론 접속만 잘 된다고 모든게 해결되는 게 아닙니다. 빨라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통신포트를 늘리고 회선품질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이미 투자가 이뤄진 상태입니다. 또한 시스템 튜닝도 잘 돼 있어야 합니다. 접속량이 조금 늘었다고 시스템이 갑자기 느려지거나 하는 일이 생기면 곤란합니다. 하드웨어 투자도 지속적으로 적절하게 해야 합니다.동시에 사람들의 통신서비스를 이용하는 욕구를 충족시켜야 합니다. 정보를 찾기 위해, 대화하기 위해, 정보를 발신하기 위해, 게임하기 위해 등 다양한 요구가 있습니다. 즉 유용한 콘텐츠를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그것도 경쟁력있게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유저프랜들리라는 말처럼 사용자들이 쉽게 찾을 수 있게 화면을 구성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통신서비스는 매우 급변하는 분야입니다. 하이텔은 어떻게 변화에 대응할 계획입니까.사실 PC통신의 미래는 불투명합니다. 언제 어떻게 상황이 바뀔지 모릅니다. 너무 빠르게 변하기 때문입니다. 한달 전의 상황과 오늘의 상황이 다를 정도입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PC통신서비스업체인 AOL의 시장가치가 요즘 갑자기 떨어지는 것만 봐도 급변하는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게 인터넷 무료접속서비스입니다. 영국에서는 전화접속비용만 부담하면 인터넷접속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시장을 평정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접속회사는 통신량을 발생시킨만큼 전화회사로부터 보상을 받는 구조입니다. 이렇게 되면 기존에 유료로 운영하는 인터넷접속서비스업체가 설 땅이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접속서비스만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AOL도 주된 수입원을 전자상거래에서 찾고 있습니다.▶ 하이텔도 전자상거래가 전략적 육성분야 아닌가요.1백40만 가입자를 기반으로 전자상거래를 본격화할 것입니다. 공급자와 수요자가 모두 한자리에서 만나는 거대한 장터를 만들 겁니다. 예를 들어 보죠. 사무용품을 예로 들겠습니다. 수요자들은 필요한 사무용품을 모두 올려놓게 하는 겁니다. 동시에 공급자들도 자신들의 상품을 모두 올려놓도록 합니다. 여기서 서로 조건에 맞는 사람들끼리 거래하도록 하는 겁니다. 이런 식의 거대한 전자장터가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서는 중요한 전제가 있습니다. 바로 투명한 사회입니다. 구매과정이 투명하지 않은 곳에서는 절대로 전자상거래가 일어날 수 없습니다. 사소한 비품하나 구매하는데 연고나 접대가 따르는 곳에서 공개적인 구매를 추진할 수 없습니다.이밖에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이버증권사를 설립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요즘 수수료인하경쟁이 치열한데 하이텔에 가입하면 수수료없이 주식을 사고 팔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보다 편리한 PC통신서비스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습니까.PC통신서비스의 핵심이 인터넷으로 빠르게 옮겨 가고 있습니다. 인터넷접속이 빠르고 쉽게 되도록 해야 살아남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하이텔시스템의 기본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입니다. 시스템의 기본적인 구조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특히 유연한 시스템을 갖추는게 필요합니다. 다양한 마케팅정책을 구사할 수 있는 뒷받침이 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게 가격정책입니다. 다양한 가격정책을 실시하려 해도 시스템이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런 시스템의 기능 추가는 초기설계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처음부터 다양한 기능을 수용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설계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하이텔의 가격정책에 변화가 오겠군요.요금제도를 다양하게 할 것입니다. 사용하는 서비스에 따라 다양한 요금을 적용하는 것입니다. 이제까지는 어떻게 이용하든 월정액을 내도록 했습니다. 불합리한 제도입니다. 사용하는 패턴에 따라 다양한 요금체계를 적용하도록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전자우편만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저렴한 요금을 부과하는 것입니다. PC통신뿐 아니라 통신서비스의 근본적인 틀이 바뀌고 있습니다. 월정액만 내면 시내전화는 물론 시외 국제전화 팩스 인터넷 등 모든 통신서비스를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나타날 것입니다. 원파이프 멀티서비스가 되는 것입니다.▶ 기간 통신사업자인 한국통신과의 밀접한 관계가 커다란 장점이 되겠군요.사실 하이텔에 지원한 것도 한국통신의 자회사라는 점이 작용했습니다. 한국통신의 잠재적인 위력은 대단합니다. 한국통신만큼 모든 가정에 가입자회선을 확보하기란 보통 어려운 게 아닙니다. 어떤 통신서비스를 개발하든한국통신을 거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국통신과 연계한 다양한 번들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예를 들어 하이텔에 가입하면 한국통신 시외전화를 10% 할인하는 프로그램 같은 것들입니다.★ 편집자 후기동업계 1위인 데이콤의 핵심인물이 2위인 하이텔의 사장에 취임했다. 업계 전체가 긴장할만한 일이다. 김일환사장이 바로 그 사람이다. 경쟁회사의 입장에 있었기에 그는 하이텔의 약점과 강점을 누구보다 잘 안다. 취임하자마자 직원들에게 교육을 강조한 것도 직원들의 역량을 키우지 않으면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하이텔의 강점으로 국내 최대의 기간전산망을 가진 한국통신의 자회사란 점을 꼽고 있다. 장차 PC통신회사의 승부처는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이므로 하이텔이 최후의 승자가 된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개인적으로도 그는 경영인으로서 훌륭한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느꼈다. 엔지니어출신으로 정보통신기술의 흐름과 각 기술분야별 종착점을 정확히 집어낼 정도로 아는게 많다 .격식을 따지지 않고 격의 없이 직원들에게 접근하는 점 또한 장점이다. 잭웰치 회장의 리더십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는 그에게서 젊은 경영자의 새로운 전형이 창조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