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높은 구조조정, 임직원 새각오 외쳐 ... 2001년 '흑자경영' 자신

서울보증보험이 골깊은 부실의 늪을 벗어나고 있다. 영업에 필요한 자금을 어느 정도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보증서 발급도 거의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는 전사적인 경영혁신 프로그램을 전개, 경영수지 개선에도 본격 나설 계획이다. 작년 11월말, 대한보증보험과 한국보증보험의 극적인 합병으로 탄생한지 6개월여만의 일이다.물론 보증보험회사가 보증업무를 정상화했다는 것은 전혀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보증보험은 기업이나 개인의 경제활동에 필요한 담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보험료를 받는 일종의 손해보험 상품이다. 남에게 부탁하기 어려운 보증을 저렴한 비용으로 대신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들의 거래에 폭넓게 이용돼 왔다. IMF 사태 이전만 해도 연간 1천4백만건 이상의 보증보험서 발급이 이뤄진 것만 봐도 경제적 비중을 짐작해볼 수 있다.그러나 서울보증보험은 출범초기만 해도 제 구실을 못했다. 합병의 모태였던 대한-한국 보증보험의 부실이 워낙 심각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두 회사는 퇴출외에는 대안이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양사는 한보그룹의 부도에서 IMF 사태까지 진행된 일련의 부도행진속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부도기업이 못갚은 돈을 대신 물어주게 되면서 심각한 유동성 고갈 상태에 직면하게 됐다. 급기야 재정경제부는 작년 5월을 전후로 두 회사의 청산을 고려하기에 이르렀다.그러나 두 회사는 합병으로 명맥을 유지했다. 보증보험회사를 퇴출시킬 경우 도저히 그 부작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한 재정경제부는 「합병-공적자금투입-중장기 경영 정상화」라는 시나리오를 마련, 사실상 통합보증보험사를 「국유화」했다. 전통적으로 군인 당료 관료출신 등이 자리를 잡았던 최고경영자에는 「예상」을 뒤엎고 민간 출신인 삼성화재의 박해춘 상무를 영입, 정상화에 대한 정부의 비상한 의지를 나타냈다.서울보증보험은 출범 직후 조달청 등 주요 피보험자에 대한 설명회 등을 개최함으로써 보증보험 증권 발급업무를 재개했다. 올해 1월부터는 조달청에서 이행(선급금)보증보험 증권을 수취하기 시작했다. 이어 소액대출 보증보험의 피보험자인 은행과 보험회사 등이 보험증권을 받아주었다.3월부터는 영업력이 눈에 띄게 신장됐다. 작년까지 매월 6백억원 정도의 적자가 발생했던 원보험수지를 흑자로 돌리는데 성공했다. 특히 사채종목을 제외할 경우 합병이후의 보험료실적(월평균 3백75억원)은 예금자 보호법이 적용됐던 작년 상반기 실적(월평균 4백63억원)에 육박했다. 신규 보증상품의 개발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금강산 관광산업 위탁대리점의 영업보증금을 지급 보증, 총 7백여개의 대리점에서 6억7천2백만원의 보험료를 거둬들였다. 비디오 테이프 대여점의 영업보증과 조선회사의 선박건조 선수금 환급보증업무도 시작했다. 올하반기부터는 미국의 「테리」사를 피보험자로 재미유학생에 대한 학자금 지급보증에 착수, 해외 금융기관으로부터 공신력도 확보한 상태다.여기에다 경기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면서 각종 영업지표들의 개선도 가시화되고 있다. 98년말 5천억원대를 넘어서던 보험금 청구금액은 99년1월 3천3백억원대로 줄어들더니 3, 4월에는 각각 2천7백억원과 2천5백억원으로 감소했다. 또 합병이후 고액사고건에 대한 구상활동 강화와 구상가능 채권을 위한 역량 집중 등을 통해 구상실적을 대폭 증가시키고 있다. 합병이후 월평균 구상금은 1천6백5억원으로 98년11월(6백14억원)과 12월(1천3백3억원)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종합적으로 합병 이후 월평균 영업수지는 2백37억원의 적자를 보이고는 있으나 사채종목을 제외할 경우에는 월평균 2백82억원의 흑자를 나타내고 있다.물론 서울보증보험이 자력으로 위기를 벗어났다고 볼 수는 없다. 공적자금등 외부의 지원이 없으면 여전히 어려운 상태임에 틀림없다. 6월24일로 예정된 예금보험공사와 국내 12개 주주사의 출자(1조3천3백여억원)를 받아도 순자산은 여전히 마이너스다. 구상가능금액이 1조원을 넘는다고는 하지만 회수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그러나 서울보증보험이 과거처럼 낭패를 겪을 것으로 보는 사람은 드물다. 합병을 전후로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임직원들의 자세가 달라졌다는 평을 듣고 있다. 합병후 점포는 88개에서 44개로, 인력은 1천7백84명에서 7백92명으로 각각 줄어들었지만 임직원들은 「뭔가 해보겠다」는 자세로 충만해 있다. 출근시간은 아침 7시지만 퇴근시간은 밤 9시가 기본이다.출범 6개월의 성과만을 놓고 서울보증보험의 최종 성패를 점치기는 아직 이르지만 일단 출발은 순조롭다고 볼 수 있다. 보증보험으로는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서울보증보험이 장차 국민들의 「성원」(공적자금)에 보답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마침, 오는 7월부터 전개될 제2 창업운동의 캐치프레이즈는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회사가 되자」는 것이다.★ 인터뷰 / 박해춘 사장"외형 줄었어도 실적은 개선"박사장(52)은 삼성화재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보험인이다. 76년 연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그 이듬해 삼성화재의 전신인 안국화재에 입사한 뒤 기획 영업 마케팅등 손보업계의 핵심을 벗어나본 적이 없었다. 80년에는 국내 손보업계 인사로는 최초로 보험계리인에 선임되기도 했다. 삼성화재에서 이른바 「잘 나가던」 그가 서울보증보험의 대표이사를 「덜컥」 수락하게된 배경은 특유의 자신감 때문이었다. 「정부가 나를 적임자로 생각했다면 그 기대를 충족시켜 보겠다」는 것이었다.▶ 취임한지 6개월이 지났는데 소감은.정말 정신없는 나날들이었다. 막상 최고경영자의 위치에 오르고보니 오만가지 걱정으로 잠을 못이루는 날이 많았다. 그러나 노조의 협조와 직원들의 일치단결로 일단 어려운 고비는 넘겼다고 생각한다.▶ 영업이 거의 정상화됐다는데.그렇다. IMF사태 이전에 비해 외형은 다소 줄었지만 질적 측면에서는 더욱 개선된 실적을 보이고 있다. 특히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와 리서치기능을 강화, 불량물건의 진입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합병후 인력을 50% 이상 줄였는데, 정상적인 영업이 가능한가.출근시간을 오전 7시로 앞당겼다. 삼성처럼 「7-4」제를 하는 것은 아니고 그저 출근시간만 당긴 것이다. 직원들이 고생하는 것은 알지만 생존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정상화를 확신하나.그렇다. 유동성 부족문제가 거의 해결됐고 경기회복에 따른 보증사고도 감소하는 추세다. 2001년에 흑자로 전환한 뒤 2008년까지는 공적자금을 모두 상환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자신만의 경영철학이 있다면.서울보증보험은 국민의 기업이다. 국민들의 지원이 누수없이 정상화로 이어지도록 경영역량을 집중할 생각이다. 회사내에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모럴 헤저드(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의식개혁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여나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