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출판 시유시/376쪽/1999년/1만2천원

미국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단어 가운데 햄버거로 유명한 「맥도날드」가 있다. 코카콜라와 함께 세계 각국에 침투해 미국식 자본주의 위력을 전파한다. 심지어 구소련 등 동구권의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진 것도 따지고 보면 맥도날드로 대표되는 패스트푸드 문화의 힘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될 정도다.「맥도날드화」라는 단어의 등장도 이런 파괴력의 부산물로 평가된다. 이 말은 맥도날드로 대표되는 패스트푸드의 원리-효율성, 계산가능성, 예측가능성, 그리고 통제-에 입각한 사회의 합리화와 그것이 초래하는 불합리성을 의미한다. 긍정적이기보다는 다분히 부정적인 뜻이 내포돼 있다.이 책은 먼저 독자들에게 이런 질문들을 던진다. 「왜 패스트푸드 점에서는 손님이 쓰레기를 버려야 할까」, 「왜 은행창구를 이용하는 대신 현금자동인출기 앞에 줄을 서야 할까」. 기술이 발달하고 합리화될수록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점점 많아지고, 맥도날드화의 주역들은 높은 효율성을 과시하지만 과연 누구에게 효율적이고 편리한가에 대해선 말해주지 않는다고 강조한다.그러나 이 책은 무엇보다도 불리한 것은 맥도날드화의 비인간성이라고 주장한다. 패스트푸드점의 종업원들은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움직이는 인간 로봇의 역할을 강요받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 맥도날드화된 체계에서 인간이란 체계에 봉사하는 도구나, 체계의 이익을 구성하는 통치수치에 불과한 까닭에 인간의 생명까지도 체계의 이익을 위해 얼마든지 유보되고 희생될 수 있다고 역설한다.이 책은 패스트푸드 업체로 유명한 「맥도날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맥도날드화」에 전체적인 초점을 맞춘다. 「맥도날드화」가 낳은 합리화와 그것이 가져오는 불합리성에 대한 막스 베버의 이론을 이용하여 미국 사회의 여러 측면들을 분석하고 있다. 특히 패스트푸드뿐만 아니라 의료, 교육, 여가, 스포츠, 영화, 기업, 노동, 섹스, 쇼핑, 마케팅, 출생, 죽음, 그리고 죽음 이후의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합리화 현상과 그것이 초래하는 불합리성을 지적, 분석하고 있다.이 책은 맥도날드화의 불합리성을 고발하고 그 위험을 경고하지만 복고나 혁명을 주장하지는 않는다. 거창한 말만을 앞세우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다만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통찰력 있고도 재치있는 사례들을 통해 맥도날드화된 세계를 변화시키는 힘은 우리들 한사람 한사람에게 있음을 암시한다.또 단순히 맥도날드화를 다루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현대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고 아주 거창한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우리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것들이다. 더욱이 이런 제안들은 우리들이 얼마든지 마음만 먹으면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기에 더욱 가까이 다가온다.물론 저자가 다루는 것은 주로 미국 얘기다. 이해를 돕기 위해 들고 있는 예들도 주로 미국에서 일어났던 일들이다. 어찌보면 우리하고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고 치부해버릴 수도 있다. 또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대목도 적지 않다. 그러나 좀더 숙고해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맥도날드화」는 이미 우리 사회에 깊숙이 침투해 있고, 지금 이 시간에도 진행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차분하게 읽다보면 저자가 미국을 대상으로 삼고, 미국의 사례를 언급하지만 우리 사회와 그다지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