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pe.kr 사용 ... 법인도 도메인 복수 소유, 유료화

국내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인터넷 개인 도메인의 발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오는 7월 1일부터는 일반인들도 누구나 「pe.kr」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co.kr」을 비롯해 끝자리에 「kr」이 들어가는 국가 도메인은 지금까지 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전산원에서 발급, 관리를 하고 있었는데 kr 도메인 발급을 엄격하게 규제해 일반 개인들은 사용할 수 없고 사업자 등록증이나 비영리 단체 등에만 사용을 허가해 왔다. 사업자 등록증을 낼 수 없는 개인들은 1년에 35달러씩 내고 「.com」등과 같은 미국의 도메인을 비롯 통가공화국의 「.to」, 코코스 아일랜드의 「.cc」, 어센션 아일랜드의 「.ac」, 아르메니아의 「.ac」등과 같은 외국도메인(표 참고)을 이용해 왔다. 이로 인해 국내의 홈페이지 운영자들은 번거로울 뿐 아니라 외화를 낭비하는 이중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도메인은 숫자를 문자로 변환인터넷 도메인이란 홈페이지의 주소와 같은 것으로 숫자로 표시된 IP 주소를 문자로 변환해 표시한 것이다. 인터넷은 하나의 컴퓨터가 전세계에 걸쳐 있는 다른 컴퓨터들과 셀 수 없을 정도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특정 컴퓨터에 있는 정보 또는 홈페이지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컴퓨터들끼리 구분하는 장치가 필요한데 그 구분을 위한 고유번호가 바로 IP 어드레스이다. IP 어드레스는 「203.239.65.1」처럼 4단계의 숫자 조합으로 구성되고, 각 단계는 255까지의 숫자를 사용할 수 있다.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의 IP 어드레스는 마치 사람의 주민등록번호처럼 모두 다르다. 그러나 숫자로 표현된 IP 어드레스는 사용하기도 어렵고 기억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고안된 것이 IP 어드레스를 문자로 표현한 도메인 네임이다.이런 이유로 인터넷 도메인은 전세계에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인터넷의 폭발적인 성장에 의해 도메인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가장 인지도가 높은 com 도메인은 현재 4백만 개 정도가 이미 발급된 상태여서 기억하기 좋은 도메인은 거의 고갈된 상태이다. 최근 들어 인터넷 쇼핑몰이 활성화되면서 sale, shop, best 등 이용자들이 찾기 쉬운 도메인을 원하는 업체들이 많이 늘어나자 「사이버 부동산」처럼 무형의 가치를 갖게 됐다.현재까지 한국전산원 측에서 발표한 대략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pe.kr 도메인은 누구나 1년간 2만원의 등록비를 내면 자신의 인터넷 주소(도메인)를 등록할 수 있다. 또한 개인 이외의 기관들은 연간 3만원을 수수료로 내고 2개 이상의 복수 도메인을 등록해 사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보통신부는 5월중에 인터넷 도메인 업무를 전담하는 「한국인터넷정보원」을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설립할 예정이다.이에 따라 개인들은 7월초부터 본인의 이름에다 pe.kr를 합친 도메인 이름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를테면 「hankyong」이라는 개인의 도메인은 「www.hankyong.pe.kr」로 구성된다. 단, 올해 말까지 개인 도메인은 주민등록번호 1개당 1개만 허용된다. 아울러 4단계 도메인을 사용해 온 초·중·고교는 지역을 빼고 초등학교는 「es.kr」를, 중학교는 「ms.kr」를, 그리고 고등학교는 「hs.kr」를 붙인 3단계 도메인을 사용할 수 있다.도메인을 신청하려면 웹 호스팅 서비스 제공업자(WSP)나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자(ISP)를 통해 대행 신청을 의뢰하면 된다. pe.kr 도메인은 접수가 시작되는 7월 1일에 일제히 신청이 폭주할 것으로 보이는데, 먼저 신청한 사람이 무조건 우선 순위를 갖게 되며 등록이 완료될 때까지는 다른 사람이 이미 신청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도메인 등록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한국인터넷정보센터의 도메인 등록 안내홈페이지 「http://rs.nic.or.kr」에서 찾아 볼 수 있다.pe.kr 개인 도메인이 가장 유용할 것으로 보이는 대상은 인터넷 창업을 준비하는 대학생과 일반인이다.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나 연예인, 예술가 등 인터넷으로 자신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는 이들에게도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슈퍼키워드형은 고액에 거래한편, 전세계적으로 도메인 분쟁이 끊이지 않으면서 최근 들어 인지도 높은 도메인을 매매하는 브로커들이 등장하고 있다. 현재 해외에서 가장 고가로 매매되고 있는 도메인은 이른바 슈퍼키워드(Super Keyword)형 도메인으로, 5만달러∼2백만달러에까지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슈퍼키워드는 주로 유명 검색엔진에서 분류하고 있는 카테고리에 해당되는 단어로, 예컨대 business.com, car.com, computer.com, sex.com 등이다. 그 다음 가격이 높은 도메인은 일반키워드(Standard Keyword, 1만달러∼10만달러)형으로 connection.com이나 document.com, smart.com처럼 슈퍼키워드에 해당되지 않는 중·고등학교 수준의 단어이며 그 다음부터 2가지 복합 단어(bigsale.com), 3가지 복합단어(shoppinghomepage.com)순으로 가격이 결정된다.국내에서도 인터넷 도메인을 매매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썩세스 월드(주)에서는 지난 2월 5일 봉이김선달(http://www.bongikimsundal.co.kr)이란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인터넷 도메인을 거래하기 시작했다. 거래 당일부터 봉이김선달 웹사이트는 방문객들이 끊이지 않아 하루 3천명을 넘어섰고 오픈한지 보름 사이에 팔아달라고 의뢰한 매물이 4백건에 달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봉이김선달에 매물로 나온 도메인 중에는 www.shoppingman.com 2억원, www.shoppinghour.com 1억원, www.koreabest.com 5천만원, www.nNHKNEWS.com 1천만원 등이며 가장 고가의 매물은 쇼핑과 주식에 관련된 도메인인 www.sale365.com과 www.stock365.com으로 각각 3억원에 등록돼 있다. 봉이김선달을 통해 도메인을 판매하려면 처음 등록비 1만원을 지불하고 거래가 성사되면 10∼20%의 소개비를 내야 한다.이와 함께 전세계 인터넷 업계에서는 현재 미국이 주도하는 인터넷 도메인 네임 관리 체계에 문제를 제기하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지금까지 세계 인터넷 도메인 네임 관련 정책은 미국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IANA(Internet Assigned Numbers Authority)가 관리해 왔다. 인터넷 도메인 네임 관리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가 세계적 차원에서 활발해지는 까닭은 도메인 네임이 세계 각국의 이해가 걸린 지적 재산권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인터넷 업계에서도 인터넷 도메인 관련 정책을 주도할 ICANN의 이사회에 우리 정부가 관심을 갖고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그 이유는 ICANN의 설립 단계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만 IP 주소의 할당이나 도메인 네임 등록대행처의 국내 유치 문제에서 한국의 몫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초, 총 규모가 1천5백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전자상거래에서 인터넷 도메인 네임은 실제 상표와 똑같은 영향력을 지니게 되기 때문에 도메인 네임과 관련한 각종 분쟁이 발생할 때, 국제 분쟁 해결 기구에서 한국의 발언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유도 있다.인터넷 주소를 둘러싼 세계의 경쟁을 예의주시할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