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유통·수출까지 총력 '돼지 벤처' 명성 ... 브랜드 육도 매출 급증

돼지지고 달리기라는 경기가 있다. 수백근은 족히 나가는 돼지를 커다란 통에 담아 등에 진뒤 목적지까지 달려가는 것. 꿀꿀거리는 돼지를 메고 뛰는 것은 어지간한 기술이 아니고서는 힘들었다. 우리의 옛풍습이다.돼지는 한국인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다. 다산과 부의 상징이기도 하다.도드람사료는 국내 최초의 돼지관련 벤처기업. 양돈사료를 전문 생산하는 업체다. 옥수수 밀 콩깻묵 쌀겨 등 60여종의 곡식과 기름을 원료로 사료를 만들어 공급한다. 뿐만 아니라 위생적으로 사육된 돼지를 도축 가공하고 유통과 수출까지 도맡아 한다. 돼지기르기를 빼고는 돼지에 관한 모든 것을 다루는 업체인 셈이다.이 회사는 요즘 수요가 급증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벨기에산 돼지고기의 다이옥신 파동으로 소비자들이 국산을 찾고 있기 때문. 특히 육질이 좋고 맛있는 고기를 사려는 소비자 덕분에 도드람은 순풍을 만난 듯하다. 규격화된 고품질의 브랜드육 생산에 매진한 결과다. 게다가 소비자와 직거래를 유지하다보니 값이 10∼15% 저렴해 판매가 늘고 있다.매출은 97년 6백32억원에서 98년 7백98억원으로 늘었다. 작년도 순이익은 30억원. 종업원은 50명에 불과하다. 1인당 매출액이 동종업계 다른 회사의 2배에 달한다. 소수정예로 운영하기 때문.서울대 농대를 나와 서울대에서 가축영양분야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대성(52) 씨가 91년 도드람사료를 설립한 것은 양돈산업이 이대로는 안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였다. 우루과이라운드 여파로 국내 양돈업은 풍전등화와 같은 처지에 놓여 있었다.◆ 다이옥신 파동에 수요 급증 ‘즐거운 비명’회사명을 도드람으로 지은 것도 이런 상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도드람은 중부고속도로 이천 부근에 있는 산이름. 이 산은 전설을 갖고 있다. 효자가 몸져 누운 어머니를 위해 약초를 캐러 갔다가 절벽에서 이를 발견한다. 밧줄을 타고 내려가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돼지 우는 소리가 들렸다. 위를 쳐다보니 밧줄이 막 끊어지려는 참이었다. 돼지우는 소리에 위기를 넘겼다는 것.김사장은 사료 생산과 가공 유통에 이르는 전부문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만들기로 하고 창업했다. 사육농가는 양돈에만 힘을 쏟고 사료공급과 판매 등 나머지는 모두 도드람이 맡아 해결하는 방식. 이런 거창한 사업을 혼자 힘으로 꾸려가기는 힘들다고 판단해 양돈농민과 힘을 합쳤다. 2백여명이 출자했다. 벤처캐피털도 찾아가 출자를 요청했다. 치밀한 사업계획에 매료된 한미창업투자와 산업은행이 자본참여를 결정했다.김사장은 경영초점을 생산비를 낮추고 품질을 높여 양돈농민에게 최대한의 혜택을 주는 쪽으로 잡았다. 이를 위해 우선 임직원을 최소화했다. 운반차량은 아웃소싱으로 해결했다. 영업부도 두지 않았다. 우선 주주로 참여한 농가를 상대로 판매했다. 어음은 받지 않고 현금만 받았다.공장에는 첨단설비를 갖췄다. 충북 음성에 1만평의 부지를 구입해 월 2만2천5백t의 양돈사료 생산능력을 지닌 공장을 건설했다. 로봇 등 첨단설비를 들여놨다. 단일공장으로는 국내 최대규모. 서울대와 공동으로 사료에 대한 연구를 통해 적게 먹이고도 살이 찌게 만들 수 있는 제품을 개발했다.영업사원이 전국을 누비며 판매활동을 벌이는 것도 아닌데 판매는 꾸준히 늘었다. 주주 농민이 써본뒤 다른 고객을 소개했다. 사료의 품질이 입에서 입으로 퍼졌다. 수도권과 중부지역을 중심으로한 고객이 경남 전남 제주지역으로까지 확대됐다.이 사료를 먹여 키운 돼지고기에 대해 도드람포크라는 브랜드를 선보였다.『첨단 생산기술에 최고의 서비스와 품질관리, 신경영을 접목시킨게 사업을 성공시킨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김대성 사장이 분석하는 도드람사료의 성장요인이다. 이중 생산기술은 첨단 자동화시스템, 최적의 생산설계라인 구축을 뜻한다. 최고서비스는 직거래를 통한 유통 및 물류비 절감과 주문판매를 통한 신선한 제품공급, 양돈계열화 사업을 통한 고객밀착형 서비스 제공을 의미한다.김사장은 최상의 품질관리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 농가대표로 품질평가위원회를 구성하고 산학협동을 통한 연구및 실험을 지속하고 있다.질좋은 돈육을 생산하다 보니 해외에서의 주문도 끊이질 않는다. 지난해 수출은 5백80만달러에 달했다. 주시장은 일본.◆ 직거래·최고 서비스, 성공 원동력도드람의 사업규모는 점차 커져 참여농가는 4백35호, 사육두수는 78만3천두, 사료생산량은 연간 22만4천t으로 늘었다.『돼지는 인간과 아주 가까운 동물입니다. 옛날에는 돼지를 한 식구처럼 대했지요. 또 동물중 생리구조가 인간과 가장 비슷합니다. 돼지를 연구하면 식품뿐 아니라 각종 의약품도 생산할 수 있습니다.』김사장은 도드람사료를 사료생산과 돼지관련 수직계열화 사업에서 한 걸음 나아가 생명산업의 기수로 만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산학협동을 강화하는 한편 전직원의 프로화를 추진하고 있다. 직원들이 내가 맡은 분야에서 1등을 하겠다는 넘버원선언을 하는 것도 이같은 바탕에서 나온 것이다. 도드람의 사업방식이 어려움에 처한 한국의 축산농가에 어떤 희망을 던져줄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0446)877-37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