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역량ㆍ전문지식 등 엄청난 가치 보유 ... 측정기법 개발 분주

발행부수가 70만부 정도에 매출 1억6천만달러, 순익이 4천만달러쯤 되는 세계적 신문 하나가 있다. 이 신문의 성취도는 얼마쯤 될까. 대답은 그만한 성취도를 창출하는 자산의 가치에 따라 다를 것이다. 이 신문사에는 60년대식 고층 빌딩 하나가 있고 세계적인 브랜드, 숙련된 영업부 직원과 광고팀, 수많은 저널리스트, 그리고 최근 구축중인 소프트웨어시스템 등도 보유하고 있다. 사실 빌딩의 가격을 매기는 것은 쉽다. 그러나 나머지 자산들에 대한 가치는 어떻게 매길 것인가.비즈니스의 가격은 대차대조표에 나타나는 물질이나 재정적 자산에만 매겨지는 것이 아니라 만질 수 없는 것, 이를테면 브랜드, 특허권, 지역연고권, 소프트웨어, 리서치 프로그램, 아이디어, 전문지식 등에도 존재한다는 인식이 점차 세력을 얻고 있다. 이런 자산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고사하고 그것의 수익을 측정해 보려는 기업도 거의 없는 편이다. 그러나 그런 자산은 기업의 성공에 기반을 이루는 것들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도 한 잡지의 최근호에서 『우리가 보유한 소프트웨어와 그 개발기술 등 우리의 1차적 자원은 대차대조표 상에서 전혀 볼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그러나 이를 보다 정확히 계산해 보려는 움직임도 있다. 자신이 보유한, 눈에 보이지 않는 경영수완이 바로 장사밑천인 회계회사나 경영컨설턴트들에게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학술기관과 각국 정부들도 점차 흥미를 갖게 됐다. 지난주 뉴욕대학의 바르 레브 교수가 뉴욕에서 개최한 한 회의는 무형자산의 경영과 이에 대한 측정에 관해 토의하는 자리였다. 이번 주 OECD도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비슷한 주제를 채택했다.기업들이 자산의 가치를 적절하게 평가하지 못한다는 것은 주가와 자산의 명목가치 사이에 생긴 갭이 점점 커지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다. 73년부터 20년동안 하이테크 관련주식이 붐을 이루는 상황에서 미국 공공기업들의 명목가치에 대한 시장가치 비율은 두배로 뛰었고 그 차이도 커졌다.◆ 좋은 측정방법은 투자자들에 관심투자자들은 본능적으로 지식은 가치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지난주 열린 뉴욕 회의때 발표된 한 연구는 R&D에 많은 돈을 쓰는 미국의 다국적 기업이 외국의 계열사를 사면 주가가 오르고 그렇지 못한 다국적 기업이 해외에서 회사를 사면 주가가 떨어진다는 것을 밝혀냈다. 투자자들은 지식에 바탕한 비즈니스는 단위 규모당 이익이 계속 늘어나는 즐거움이 있다는 것을 대부분 이해하고 있다. 어떤 좋은 정제(錠劑)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 일단 개발된 이후에는 적은 비용을 들였음에도 이전보다 더 많은 돈을 버는 일이 생긴다. 또 시장이 클수록 이익도 커진다.사실 좋은 측정방법이 없다는 사실은 기업에 투자한 사람들보다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더 골칫거리일 것이다. 워싱턴 브루킹스연구소 R&D 실무팀장 클라크 유스테이스는 경영인의 큰 골칫거리는 이익률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것이라고 말한다. 공장을 하나 지을 때 투여되는 자금과 그것의 회수에 드는 가치를 계산하는 방법은 많다. 그러나 R&D나 소프트웨어에 투자하거나 아니면 보다 나은 사람을 스카웃하거나 직원을 훈련시킬 때 어떤 방법으로 그 성과에 가격을 매길지에 대한 정설은 아직 없다.이를 대차대조표상에는 어떻게 반영해야 할까. 남보다 나은 가치있는 정보를 모아 그것을 회사의 회계에 집어넣는 것도 한가지 가능한 방법이다. 실제로 몇몇 회사들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스웨덴 금융그룹 스캔디아는 이에 대한 명확한 태도를 가진 선두주자다. 덴마크에서는 무역당국이 가이드라인을 정하기 위해 20여개 기업들에 3년 동안의 지식자본 운용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이들 중 하나인 시스테마틱이라는 중소 소프트웨어 회사는 고객만족, 임직원의 평균연령과 교육수준, 이노베이션에 대한 투자 등의 정보를 자산이라는 형태로 내놨다. 이 회사 오너중 한 사람인 마이클 홀름은 이런 회계방법을 고안해 매우 좋은 성과를 봤다고 말한다.이코노미스트의 자매지 이노베이티브어템트는 27대 화학회사와 20대 제약사들의 지식자본을 추정했다. 여기에 레브 교수의 방법이 이용됐다. 레브는 처음에 회사의 유형자산과 금융자산으로부터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을 계산했다.그리고 이로부터 회사의 과거와 미래의 「지식 수익」가치를 추정해서 내놨다. 그리고는 여기에다 컴퓨터소프트웨어, 생물공학, 제약업 등 세가지 지식집약 산업의 세금공제 후 평균수익에서 도출된 할인율을 적용했다. 이렇게 해서 각 회사의 지식산업 가치를 알아볼 수 있었다. 그 결과 새로운 약 개발을 위한 지식집약적 인력구조를 갖춘 머크는 97년 매출은 2백40억달러였지만 지식자본은 4백80억달러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집약적인 화학 및 플라스틱 사업체 듀퐁은 4백억달러 매출에 지식자본이 2백60억달러였다.당장에는 이런 계산이 불완전할 수 있다. 사실 여기에 대해 계속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불가촉 자산이나 지식이라는 자산은 물질적인 것에 비해 동질성이 덜하다. 몇몇 불가촉 자산이 아주 시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데도 영국의 식음료 회사 캐드버리는 자사 음료수 브랜드 일부를 코카콜라에 팔아버리고 전체비즈니스를 「눈에 보이는 자산」만으로 채우려 하고 있다. 기업문화 같은 것에 대해서는 시큰둥한 것이다.◆ 종업원은 회사 최대 자산지식자본을 머리 속에 갖고 있는 종업원은 중요한 자산이다. 로마의 라지오 축구팀은 밀라노의 인터내셔널팀에 8백억리라(약 4천3백만달러)라는 엄청난 금액에 소속선수 크리스찬 비에리를 팔려는 협상을 진행했다. 대단한 자산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축구선수는 일반적인 인적 자산으로 보기드문 예외적 존재다. 대부분 기업들의 불가촉 자산은 제발로 아무 데나 갈 수 있는 사람들의 머리 속에 담겨 있다. 디즈니의 인터넷 사업을 살찌우던 인재들은 보다 많은 돈을 벌려고 창업전선으로 가 버렸다. 지난 4월 도이체방크의 고위 텔레콤 팀 하나도 골드만삭스로 통째로 자리를 옮겼다.사실 자사의 다른 불가촉 자산보다 종업원들의 가치를 이해하는 것이 회사들에 더 중요하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나 광고회사 같은 일부 기업들에서는 급여지불액이 운용되는 자본보다 많을 때가 종종 있다. 보스턴 컨설팅그룹의 펠릭스 바버는 『어느 기업이 투여된 자본의 성취도에 대해 모르면 안되듯 종업원이라는 자산의 성취도를 알지 못한다면 투자자로부터 외면받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자본 성취도를 측정하는 방법을 본떠 종업원이라는 존재가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력을 측정하는 방법을 고안하기도 했다.기업들은 여러 형태의 보유자본 가치를 측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무엇 무엇을 측정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만큼, 그것을 어떻게 측정해야 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A price on the priceless」 Jun. 12th, 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