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브랜드 만들어 가구업 육성 혼신 ... 대리점 확대ㆍ사이버마켓 구축 추진

이탈리아는 가구 왕국이다. 뉴욕 런던 도쿄 등 세계 중심지에서 이탈리아 가구는 고급가구로 대접을 받는다. 매년 4월 밀라노에서 열리는 국제가구전시회에는 세계 각지에서 온 수만명의 바이어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한해동안 수출할 오더가 여기서 결정된다. 이탈리아의 연간 가구 수출액은 1백억달러.이탈리아는 원자재를 수입해서 가공 수출한다는 점에서 한국과 산업구조가 여러모로 흡사하다. 그럼에도 한국이 연간 2억달러를 수출하는 반면 이탈리아는 50배를 수출하는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디자인이 미려하다는 것.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의 후예, 콜로세움과 포로로마노를 설계한 사람의 피가 흐르는 프리랜서 디자이너들이 아름다운 제품을 설계해 가구업체에 공급한다.◆ 철저한 분업화 추진 … 과당경쟁 방지또 하나는 대를 이어 축적한 노하우. 3대 이상 가구를 만들어온 기업이 허다하다. 기업이 아니라 가업이다.이들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전문화. 이탈리아에서 종합가구업체는 찾아보기 힘들다. 분야별 전문 중소업체만 존재한다. 소파업체 침대업체 의자업체 등. 게다가 부품업체는 부품만 만든다. 식탁 다리만 만드는 업체도 있다. 제조업체는 조립만 한다. 판매는 별도 업체가 한다. 수출 역시 마찬가지. 경쟁력이 살아날 수밖에 없다.한국의 가구업체는 어떤가. 딴판이다. 한 업체가 모든 것을 다 만들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다. 부품생산에서 조립 영업 수출까지 한다. 경쟁력이 없다. 만성적인 공급과잉에 과당경쟁으로 몸살을 앓는다. 이미 상당수 기업이 쓰러졌다. 경기가 회복되고 있지만 대다수 가구업체들이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것도 이 때문이다.김지환(56) 다우리가구 사장은 국내 가구산업이 이래서는 안된다며 공동브랜드를 통한 중소가구업체 육성에 땀흘리는 기업인이다. 98년3월 서울시가구조합 이사장을 맡은 이후 자기 회사를 돌보기 보다는 공동브랜드를 통한 업계 발전에 더욱 매달리고 있다. 매일 조합으로 출근해 공동브랜드에 가입한 40여개사의 품질수준을 점검하고 영업현황을 파악한다.「가보로」는 국내 최초의 가구분야 공동브랜드. 「자손 대대로 쓸 수 있는 장인정신으로 만든 가구」라는 의미와 「가구인을 보호 육성하는 길」이라는 뜻이 담긴 브랜드다. 제조업체는 생산만 하고 판매는 조합이 책임진다는 목표로 출범했다. 제조업체는 품질향상에만 힘을 쏟고 조합은 업계 공동의 힘을 모아 판로를 개척하자는 취지다.이탈리아와 일본의 공동사업형태에서 본을 뜬 것이다. 일본의 경우는 아예 조합 허락없이는 제조업체가 다른 품목을 만들기 힘들 정도로 조합이 막강한 권한을 갖고 공동 사업을 이끌고 있다. 철저한 분업화로 과당경쟁을 사전에 막자는 것이다.가보로는 96년 서울국제가구전을 계기로 출범했다. 이후 10개 대리점에서 선을 보이며 소비자에게 다가섰다. 참가업체는 46개사. 서울가구조합에 가입된 4백70개사중 품질수준이 우수한 업체를 선정해 운영하고 있다. 가보로의 작년매출은 1백8억원. 올 매출도 지난해 수준으로 보고 있다. 아직 성공궤도에 진입했다고 할 수는 없다.김사장은 가보로의 완전한 성공을 위해 몇가지 야심찬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우선, 10개 수준인 대리점을 내년말까지 1백개로 늘리는 것. 수도권 중심의 유통망에서 벗어나 전국적인 망을 구축한다는 것. 올해안에 30개로 늘린 뒤 내년중 대대적인 확대에 나설 생각이다.둘째, 인터넷 사이버마켓 구축이다. 조합원사의 제품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무료 등재시켜 소비자에게 선보이자는 것. 기협중앙회 홈페이지를 비롯해 중소기업진흥공단 산업자원부의 네트워크에 연결시켜 가구 최대의 사이버 마켓을 구축할 예정이다. 연내 완성될 이 마켓에는 가정용가구 사무용가구 주문형가구 특판가구 등 모든 분야의 가구를 망라하게 된다.가보로 매장을 찾는 사람에게 컴퓨터와 연결된 대형 프로젝션TV를 통해 미처 전시하지 못한 제품도 보여줄 생각이다. 매장에 모든 제품을 진열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인터넷을 통한 소개를 병행하자는 것이다.◆ 첨단소재 가구 개발 매진셋째, 첨단소재 가구 개발이다. 대표적인게 유해전자파 흡수중화소재를 사용한 가구다. 「캐치파워」라는 브랜드로 이 분야 특허를 갖고 있는 (주)이이엠과 공동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 유해전자파를 흡수 중화시키는 세라믹 소성체를 활용한 섬유로 소파나 침대를 만들어 선보인다는 것. 기능성 제품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이다. 이 소재는 정전기 흡수중화 원적외선방출 항균작용 등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다고 김사장은 설명하고 있다.넷째, 가구디자인 관련대학과의 산학협동이다. 서일대학 및 김포대학과 공동으로 차별화된 디자인의 제품 개발을 추진중이다.『내수시장 석권이 당면 목표입니다. 3년내 매출을 3백억원대로 신장시킬 생각입니다. 동시에 수입대체와 수출산업화를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습니다.』여주 출신의 김사장은 명지대 수학과를 나와 서울 인사동 골목에서 사무기기 유통을 하다가 가구분야와 인연을 맺었다. 76년 고전가구를 창업한 뒤 나전칠기가구 원목공예가구를 제조하거나 유통하는 일에 종사해왔다. 지금은 경기도 광주군 오포면에서 소파업체인 다우리가구를 운영하는 등 23년동안 가구업체에 종사해왔다. 그의 꿈대로 가보로가 국내뿐 아니라 세계시장을 누빌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02)212-0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