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결정은 마케팅 및 세일즈 입문 과정에서 가르치는 첫째 항목일 것이다. 때문에 이 주제가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알고 싶다면 가격은 원가 더하기 마진이라는 생각을 재검토해봐야 한다.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듯 가격 책정은 매출액 수준을 결정짓는 기초적인 근간이 된다. 이런 식으로 가격은 기업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브랜드의 자산, 또 때때로는 경쟁 전략에까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이 때문에 많은 경제학자들이 거시 경제학적인 수준에서 가격 지수를 이해하기 위해 오랜기간 연구해오고 있으며 기업 차원에서 가격 문제를 다루는 필자와 같은 사람들은 가격 전략 자체를 이해하고 분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가격 결정 체계에서 기본적인 전제는 실질적으로 원가 구조의 문제에서 출발한다. 이 전제는 상당히 간단하게 들리지만 산업이 갖는 경쟁 역학을 고려해볼 때 그렇게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A라는 상품을 만드는데 1천원이 든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이 A라는 상품을 많이 만든다면 원가가 생산되는 모든 상품에 배분되기 때문에 이론상으로 개당 가격이 떨어지게 된다.그러나 기업의 마진까지 고려할 경우 가격 책정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경쟁 정도와 시장 역학 구도 역시 가격 책정과 마진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이론상으로는 상품의 가격이 너무 비쌀 경우 소비자들은 그 상품을 사지 않게 된다. 반면 가격을 낮게 책정하면 상품은 많이 팔리겠지만 판매로 인한 마진이 적정 수준보다 낮아지게 된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마진과 총판매량 사이에 균형점을 찾는 것이다.이처럼 판매 규모와 가격 결정 사이에 상쇄 관계가 존재한다는 논리는 「가치 가격」 책정론을 가정하고 있다. 가치 가격에 따르면 소비자는 상품이 갖는 가치를 인식하고 그 가치로부터 혜택을 얻기 위해 상품을 구입한다. 만약 3천원짜리 맥도널드 햄버거를 산다면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이 햄버거로부터 3천원의 가치를 얻는 것이다. 물론 이런 가치라는 것은 소비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은 자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시장이 효율적으로 움직이기만 한다면 시장의 힘이 합리적인 균형 가격을 실현하게 된다.그러나 한편으로는 시장 가격이라는 것이 있다. 예를 들어 어떤 향수가 다른 향수보다 1백배 정도 더 비싸다면 이 비싼 향수는 실질적으로 그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필자의 아내는 까르띠에 핸드백이나 아르마니 정장에는 분명한 경제적인 가치가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순수한 경제적인 관점에서 볼 때 거기에는 그만한 가치가 없으며 그 가치는 단지 심리적인 감정과 관련있을 뿐이라고 얘기할 것이다. 시장 가격은 상품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시장 가격은 박세리와 같은 운동선수나 한석규와 같은 영화배우의 몸값과도 관계가 있다.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가격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제품의 원가는 별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시장이다. 그러나 만약 시장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고급 향수의 가격은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이 질문은 수많은 마케팅 담당자들이 매일 매달려 고민하는 문제이다. 이 질문의 대답을 성공적으로 찾은 기업은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는 반면 실패한 기업은 제품의 가치에 따라 가격을 결정하는 그렇고 그런 제조업체의 하나로 남을 수밖에 없다.따라서 물건을 사러갈 때는 제품의 가격이 가치에 따라 결정됐는지 시장에 의해 결정됐는지 판단하고 그 제품이 정말 합당한 이유로 구입할만한 것인지 자문해봐야 한다. 행운을 빈다. 그러나 필자는 이 문제에 대해 내 아내조차 설득시키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