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축적, 일관성있게 위험 측정해야 ... 경영진 인식 변화 따라야

보험회사들이 관리해야할 위험 요소는 크게 세가지이다.우선 보험회사들은 은행과 마찬가지로 신용 위험과 시장 위험에 직면해 있다. 즉, 기업 고객들의 신용도를 평가해야 하며 시장의 급격한 변동이 자산 포트폴리오에 미치는 영향을 관리해야 한다. 이와함께 보험회사들은 은행과는 달리 보험금 지급이라는 위험 요소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가입된 개별 보험에 대한 보험금 지급 위험을 평가해야 한다. 또 수입 보험료를 모두 써버린 몇년 후에 보험금 지급 요청이 들어오는 등 보험금 지급에 대한 변동성이 증가함에 따라 이에 대한 위험 요소도 평가해야 한다. 보험 사업과 관련된 규제 완화와 보험산업에 대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보험회사들의 생존과 장기적 성공을 위해 위험 관리 역량은 핵심적인 경영 요소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앞으로 보험료의 완전 자율화가 이뤄지면 고위험 고객과 저위험 고객에 대한 보험 가격이 현저하게 달라지게 된다. 위험을 잘 이해하는 보험회사만이 고수익 고객과 저수익 고객 각각에게 적합하도록 가격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고위험 고객이 수익성이 낮은 고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고위험 고객이 저수익 고객이 되는 경우는 보험회사가 고위험 고객의 위험 요소와 정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때뿐이다.◆ 위험 요소 정량화, 필요 자본금 산출해야보험회사의 핵심적인 업무는 결국 위험을 떠안는 것이다. 보험이라는 말은 다른 사람 혹은 기관을 잠재 위험으로부터 피해를 덜 받도록 보호해 준다는 것이다. 위험 관리자로서 보험회사는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다.첫째는 사업의 건전성 확보에 필요한 지급 여력 범위내로 위험 노출 총액을 제한해야 한다. 이를 위해 태풍이나 대규모 보험금 지급, IMF 위기 등과 같은 비일상적인 대형 사건의 영향을 이해하고 보험 사업과 관련된 위험 노출 정도를 금액으로 추정할 수 있도록 모형을 개발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둘째는, 위험 요소를 고려해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자본을 여러 사업 부문에 적절하게 배분해야 한다. 위험 조정 수익성에 따른 자본 할당을 통해 최고경영자는 특정 사업이 근본적으로 수익성이 있는 것인지, 그 사업이 고위험 고수익 성격을 지니고 있는지 등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물론 국내 보험회사들도 위험 요소를 관리해오고는 있었다. 그러나 이 위험 요소를 정량화하는데 필요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유용한 분석 도구를 활용하는 보험회사는 많지 않다. 여러 가지 유형의 위험에 대해 일관성있는 정의를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이 위험들을 상이한 잣대로 이해하기 때문에 전사업에 걸쳐 필요한 자본금을 통합적으로 산출해 내는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더욱이 국내 보험회사들은 위험을 최소화하는데만 주력해 왔으며 위험 관리를 수익성과 연계시키는데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위험 측정은 보험산업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고 위험 요소들이 증가하면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앞으로 국내 보험회사들은 관련 데이터를 축적함으로써 포괄적이면서 단순하고 실용적인 방법으로 위험을 측정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표본조사 등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고 보험회사가 노출돼 있는 위험과 손실의 범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위험 측정팀」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위험 측정팀은 통계적 기술들을 이용, 각 사업 부문에 필요한 자본의 양을 계산하고 여러 사업에 분산된 이익이나 포트폴리오를 추정할 수 있다.위험 조정 자본 수익률(RORAC: Return On Risk-Adjusted Capital)이라는 개념을 이용, 서로 다른 위험 요소들과 필요 자본액을 고려해 각 사업 부문에서 창출될 수 있는 이익을 측정할 수 있다. 이 개념은 어떤 상품과 고객군 혹은 판매 경로를 성장시켜야 하는지 또 어떤 부문은 축소시켜야 하는지 등을 결정하는데 매우 유용하게 사용된다.모니터링은 위험 측정팀의 측정 결과를 지속적인 위험 통제 과정으로 연결시키는 과정이다. 전사적인 차원에서 위험 노출 규모와 이를 보전하는데 필요한 자본액을 추정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자료들을 일별 주별 월별 기준으로 분명히 활용할 수 있어야 하며 이렇게 해야 비로소 효과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또한 성과 보고시에 위험 조정 자본 수익률과 위험 관련 사항을 포함해야 한다. 모니터링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위험 담당 부서가 고위 경영진과 위험 요소와 관련한 의견을 교류하면서 경영진이 위험에 대해 올바른 자세와 인식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는 점이다.위험 관리의 세번째 단계인 관리는 모든 노력을 사업 성과로 연결시키는 것이다. 실행이 수반되지 않는한 위험 측정과 모니터링은 어떤 가치도 창출하지 못한다. 독일의 알리안츠나 미국의 프로그레시브 보험과 같은 선도적인 보험회사들은 위험 요소를 고려한 전망에 기초해 중요한 사업 투자 관련 의사 결정을 내리고 있다.◆ 위험 요소 고려해 의사 결정 내려야예를 들어 알리안츠는 위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고도로 분화된 손해보험 상품을 개발하고 그에 상응하는 가격을 책정해오고 있다. 프로그레시브 보험의 경우에는 자동차 운전자들 중에서 위험이 높은 고객군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일관되게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프로그레시브 보험은 위험 조정 수익률이 자본 비용에 비해 높은 사업 부문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위험 조정 수익률이 자본 비용에 미치지 못하는 사업 부문의 경우 사업을 확장하기에 앞서 수익률 향상을 위한 노력을 선행하거나 아예 그 사업을 포기한다. 프로그레시브 보험은 또 자산 관리 부문에 대해서도 위험이 적절하게 고려됐는지 확인하고 지나치게 위험한 부문은 정리하도록 한다.위험 관리는 결국 위험에 대한 경영진의 인식과 연관된다. 위험과 위험 측정에 관련된 복잡한 정의는 수없이 많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고위 경영진이 위험을 이해하고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이런 관리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설사 세계 수준급의 위험관리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가치 창출과는 무관한 무력한 위험 관리에 그칠 뿐이다.위험 관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국내 보험회사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대형 컴퓨터 시스템이나 복잡한 알고리즘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유용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수집, 구축하고 이를 분석하는 것이다. 최고 경영진은 사내 모든 사업 단계에서 위험에 대비한 수익을 따지고 평가하는 방향으로 임직원들의 의식을 변화시키는데 주력해야 한다. 성공적으로 위험 관리 역량을 구축한 보험회사는 겉으로 보기에는 고위험 저수익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높은 수익을 실현해주는 보험상품을 개발함으로써 지속적인 성장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