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ㆍ담합 등 위험성 적어 인기 ... 항공권ㆍ호텔객실 등 상품 다양

인터넷에서 주목을 끄는 이베이(eBay)란 회사가 있다. 이베이는 그냥 두면 쓰레기통으로 직행할 중고 물건들을 서로 사고 팔게 중개해 명성을 얻고 있는 회사다. 이 회사의 주가는 상승일로에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단지 일부 마니아들만 애용하는 데 따른 일시적 움직임이라고 보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마니아들이 몰리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베이가 수행하는 것이 온라인경매인데 이것이야말로 인터넷이 만든 가장 가치있는 것 중의 하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매는 수요와 공급 밸런스 유지경매의 미덕은 오래 전부터 알려져 왔다. 1880년 프랑스 경제학자 레옹 왈라는 가격매커니즘을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과 비슷한 개념인 「경매인」으로 묘사했다. 이는 「왈라의 경매인」으로 불리는데 가격이 제시되고, 구매자와 판매자가 파악된 뒤 서로간의 균형이 맞지 않으면 수요와 공급이 밸런스를 유지할 때까지 가격이 조절돼 가는 구조를 설명한 것이다.그러나 현실에서는 경매가 가격결정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경매는 대부분 농산물이나 예술품, 골동품 등의 일부 상품과 최근 중요성이 커진 몇몇 금융 상품에만 한정돼 왔다.가격결정 과정은 두가지로 대별된다. 하나는 일대일 협상, 즉 구매자와 판매자간의 흥정이고 또 하나는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일방적으로 가격표를 제시하는 형태다. 이것은 흥정이 불가능하다.그러나 이런 방법에는 각각 큰 결점이 있다. 가격표의 경우 해당 상품의 판매자가 공급과 수요 조건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갖지 못한다면 그가 정한 가격은 아주 비효율적이다. 더구나 이 방식은 공급과 수요의 변화에 빨리 적응하지 못할 수 있다.일대일 흥정은 서로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이점 때문에 바람직한 거래가 이뤄질 여지가 크다. 그러나 여기에도 큰 위험이 있다. 구매자는 싸게 사려하고 판매자는 비싸게 팔려 하기 때문이다.경매는 이런 결점을 많은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가격을 이끌어 냄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 여기에다 인터넷은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손쉽게 접촉할 수 있어 효과적 경매에 안성맞춤이다. 또 가격표나 일대일 흥정에만 의존해 왔던 많은 상품과 서비스에도 적용가능하다. 가격을 결정하는데 오래전부터 경매를 이용해 온 시장에서도 인터넷경매로 이전보다 훤씬 정교한 가격 결정과정을 진행할 수 있다.대부분의 온라인 경매는 아주 인기높은 사업이다. 이베이는 이미 1천6백27개 종류에서 2백40만개의 아이템을 판매한다며 자랑하고 있다. 이베이나 유비드(uBid), 아마존, 야후 등 새로 나온 업체들의 성공비결은 경매라는 것이 오락적 요소도 있어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지금 경매로 떼돈을 벌거나 알거지가 된 사람들의 무용담을 들먹이며 경매에 열광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수많은 참여자들을 함께 끌어들이는 큰 시장을 창출하며 경제효율성을 증대시키고 있다. 「이베이」 하나만 해도 현재 3백80만 회원을 자랑한다.전문가들은 온라인 경매가 기존 온라인가격표시 사이트에 비해 큰 경제적 이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사이트들은 상점에 가는 비용을 절감시키는 한편 다른 유통업자들보다 싼 가격을 제시한다. 그러나 유저가 많을 경우 아마존의 고객들은 더 많은 이점을 누릴 수 없다. 경매가 더 복잡해지고 유동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반면 이베이에서의 경매는 투명하다. 모든 건수와 응찰자가 공개된다. 이렇게 해서 구매자와 판매자는 가치있는 정보를 얻는다. 물론 이 경우에도 전통방식의 경매에서 종종 있어온 담합의 위험성이 커진다는 한가지 부작용은 있을 수 있다. 참가자들이 몰래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각각 협상을 하기 때문이다.◆ 주식 판매에도 활용여러 이유 때문에 온라인 경매시장은 달아오르고 있다. 페어마켓(FairMarket)은 라이코스(Lycos)나 ZD넷, 컴퓨사(CompUSA)나 사이버리언아웃포스트 등 많은 소매사이트들을 위한 경매를 주관하고 있다. 그리고 경매와 비슷한 일을 하는 프라이스라인(Priceline)이란 것도 있다. 이는 항공권이나 호텔객실, 경매물건, 자동차 등을 판매하는 데 이용된다. 완전한 의미의 경매에서는 제시된 조건을 계속 비교해 이 중 최선의 것을 낙찰시킨다. 프라이스라인에서는 한번 가격을 부르고 나면 결과가 나올 때까지 그만이다. 응찰자들은 쓸만한 정보가 제한돼 있고 다른 응찰자가 몇 명인지도 알지 못한다.얼마 지나지 않아 온라인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사업체간 경매의 전망도 상당히 밝다. 사업체간의 거래는 상대적으로 드물기 때문에 판매자는 물품의 정확한 가격을 잘 알 수 없다. 하지만 경매를 통한다면 손쉽게 알 수 있다. 프리마켓이라는 온라인 경매업체는 98년 한해 동안에만 플라스틱 설비부품부터 에너지에 이르기까지 사업체들이 필요로 하는 품목분야에서 10억달러 이상의 경매를 주관했다. 또 사업체가 동시에 많은 상품에 응찰할 수 있는 「복합적 경매」라는 것도 이 분야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아주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경매형태는 「전문분야별 교환」이다. 철강교환을 주관하는 「e-스틸」이 여기에 속한다. 이것은 많은 판매자와 구매자를 한꺼번에 긁어모으는 쌍방향 경매다. 금융거래를 연상시키는 이 방법은 구매자와 판매자가 팔 가격이나 살 가격을 제출하고 맞는 조건이 있으면 거래가 발생한다. 1년전에는 컴퓨터칩이나 도로운송설비 등을 취급하는 10여개의 온라인 전문분야별 교환업체가 있었을 뿐이지만 지금은 이것이 3백∼5백여개에 이르렀고 수년후에는 수천여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인터넷과 경매의 결합은 완전히 새로운 「인포마켓(info-market)」의 출현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경매의 확산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 경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가격변화에 민감하게 되고, 그래서 이문이 남는 거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경우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없고 따라서 이용당할 위험도 크다.물론 오프라인(offline) 경매처럼 온라인 경매에서도 항상 담합과 사기의 위험성이 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는 이런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덜하다. 참가자들은 다른 응찰자들이 어떤 가격대에서 떨어져 나가는지를 지켜 볼 수 있기 때문이다.가격이 보다 효율적이 된다는 말은 값이 싸진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빌 샐먼은 온라인 경매가 활성화되면 중고물품의 가격은 오르고 신제품 가격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다.일부 판매업자들은 가격경쟁을 격화시킬 경매의 발전에 제동을 걸려고 할 것이다. 시장이 더 빡빡해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쟁자들이 경매를 통한 가격결정제도를 채택하기 시작하면 어쩔 수 없이 적응하게 될 것이다.인터넷 경매 덕에 가격메커니즘에서의 몇몇 거대한 비효율적 관행은 곧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The heyday of the auction」 24th, Jul. 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