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 특히 소매업은 세가지 주요기능을 담당한다. 상품의 매매(대금지급, 소유권이전등), 상품의 수송과 보관(물류), 상품정보의 수집·분석·전파기능(정보유통)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소매업체는 이러한 본원적 기능만을 수행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익숙해져 있는 소매점은 17세기말 일본과 서구에서 비슷한 시기에 생겨났다 .일단 생겨난 점포가 널리 퍼지게 된 것은 물품을 구매하는 장소로서의 역할과 함께 점포에서의 쇼핑이 제공하는 여러 가지 매력때문이었다.그것은 첫째, 점포를 방문하는 고객에게 무언가 선택할 수 있고 의사결정을 하며, 작지만 힘(power)을 행사한다는 내밀한 즐거움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둘째, 점포의 주이용자가 주부라고 할 때 매력적인 장식이나 색조, 색다른 유행상품의 진열 등을 통해 주부들로 하여금 잠시나마 부엌일과 자녀들을 돌보는 일상으로부터 해방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다. 셋째, 거실과 집안 울타리라는 제한된 공간을 넘어서 점포의 주인이나 점원 또는 다른 사람을 만나고 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세계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소매점이 상품매매 물류 상품정보유통등 본원기능과 아울러 즐거움을 주는 장소라는 전통적 성격규정은 오랫동안 지속돼온 백화점 슈퍼마켓 쇼핑센터등 최근의 소매업태에까지 이어지고 있다.그러나 소매점의 기능에 대한 전통적 자리매김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혁신되고 있다. 월마트는 소매업의 포인트를 물품의 이동에 맞추었다. 종전처럼 메이커로부터 물건을 가능한 한 저가로 조달하고 매장을 매력적으로 꾸며 가능한한 비싸게 파는 것이 아니라,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하여 고객의 구매동향에 관한 실시간(real time)정보를 기초로 제조업자의 생산설비로부터 매장의 전시대와 출구의 계산대에 이르기까지의 전체 프로세서를 통괄하는 것이다. 유럽의 소매업체인 「알디」의 경우 월마트와 같은 방식으로 물품의 조달 및 판매과정을 리엔지니어링하되, 수만개의 품목을 다루는 월마트보다 훨씬 꼼꼼한 시장조사를 통해 고객에게 접근한 케이스다. 「알디」는 주부들이 규칙적으로 구매하는 품목이 6백여개임을 밝혀낸 뒤, 그 품목의 상품사양을 직접 작성하고 그 사양에 맞도록 조달해 점포 면적당 최대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독일의 소매업체인 「스파」는 한걸음 더 나아가 취급품목을 주부가 매주 구매하는 2백여 품목으로 한정해 더욱 높은 효율을 추구하고 있다. 또 어떤 소매업체는 고객들이 신속하게 매장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고객이 구매한 물품을 계산대까지 들고 가는 것이 아니라 진열대에 부착된 신용카드 입력기에 신용카드를 읽히면 출구에서 자동으로 물품을 포장하는 시스템까지 검토하고 있다.전통적 소매점의 이미지가 상냥한 직원들을 채용해 점포방문 고객에 대한 개별 서비스에 치중하는 반면 신규 소매업체들은 「보이지 않는 고객」들의 편의를 최대한 보장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소비자 지향 인터넷 상거래에 뜻을 두고 있는 사업자는 안팎으로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있다. 그것은 인터넷 상거래가 「인터넷」기술의 마당이기 이전에 「상거래」의 마당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단순히 기존 점포를 인터넷 공간으로 옮겨놓은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터넷 쇼핑몰을 개설하되 기존 점포를 상품전시장으로 활용한다든가 인터넷을 기반으로 제조업체·운송업체·배송거점·가정주부등을 연결시킨 물류 네트워크를 별도로 구성한다든지 해서 독창적인 가치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