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중심 투자 장기 수익 실현 ... 대우사태, 재벌구조조정 시금석 삼아야

『한국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면 단기급등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한국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다.』외국인투자자중 최대의 기관투자가인 템플턴 에셋매니지먼트사 모비우스 사장의 주장이다. 모비우스 사장은 한국증시에 3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있는 템플턴 그룹의 신흥시장 전담 투자회사를 이끌고 있다. 그는 국내 주가가 내재가치를 초과할 정도로 단기급등했다며 추가 상승를 위해 지속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속적으로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메리트가 다른 아시아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고 보는가.『한국은 장기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다. 그러나 최근에 있었던 주가 급등으로 인해 일부 기업들이 더 이상 구조조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성급한 결론을 내릴까봐 우려되는게 사실이다. 최근의 주가 급등은 전반적인 펀더멘탈 호전으로 인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주가 상승에 안도한 나머지 구조조정의 고삐를 늦춘다면 장기적으로 한국 기업의 경쟁력은 약화될 것이다. 또한 한국을 둘러싸고 있던 기존의 경제 및 무역 보호장벽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 기업은 자연히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다수의 한국 기업이 이런 함정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개인적으로 한국 경제와 한국 증시가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한국경제의 장기적인 잠재력은 여전히 매우 크며 이런 이유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도 개혁이 지속되는 한 한국에 계속 투자할 것이다.』▶ 최근 대우 그룹으로 인해 한국 금융시장이 동요하고 있다. 현재 발표된 한국정부와 채권단의 조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대우 문제를 진정시키기 위해 한국 정부는 주어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본다. 대우 문제는 이미 오래 전에 시작된 것이다. 대우그룹을 일찍부터 해체, 계열사를 관심있는 투자자에게 팔았어야 했다. 대우는 기존 한국 경제 구조의 주요 문제 중 하나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이다. 대우그룹이 그렇게 오랫동안 엄청난 규모의 부채만 축적하면서 실제 한국 경제에 보탬이 되는 가치는 창출하지 못한 채 존속됐다는게 문제였다.대우그룹 계열사들이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상태이긴 하지만 정부에서는 대우그룹을 해체해 계열사 매각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대우의 부채 규모 실체가 제대로 다 파악되지 않았다고 믿고 있다. 이것은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 불신을 얻는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입장에서 대우그룹 처리로 고심하는 한국정부에 조언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한국 정부는 매우 조직적이고 절제된 방식으로 대우 그룹 해체를 추진해야 한다. 나아가 대우사태를 재벌구조조정의 시금석으로 삼아야 한다. 즉 다른 재벌들도 구조조정을 계속 추진하도록 적극 유도해야 한다. 부채를 계속 늘려 IMF시대에도 사업을 확장한 기업이 비단 대우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무모하게 대우에 지나친 대출을 해주었던 채권 은행들도 외국 은행이든 한국의 시중 은행이든 한국 금융 경제 체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일부 책임을 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번 대우 사건은 다른 재벌의 구조조정에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한국 증시가 98년12월부터 99년7월초까지 단기간에 두배 이상 상승했다. 이같은 급상승에 대해 과열됐다는 지적도 있다.『한국 증시는 단기간에 너무나 빨리 상승했다. 「과열됐다」는 우려는 이러한 시장 급등이 펀더멘탈의 호전 보다는 과도한 유동성과 저금리 등에 기인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한국 증시가 그렇게 단기간에 두배 성장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 기간에 기업의 수익성도 두배 성장했다면 주가가 두배 오른다고 해도 문제될 게 없다.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가격이 아니라 가치이다.』▶ 한국의 주가상승을 견인했던 블루칩들이 이제는 투자매력을 상실했다고 보는가.『대다수 블루칩 기업의 수익성이 호전되고 있다. 그러나 수익성 호전이라는 호재 덕에 이들 기업의 주가가 너무 상승해버려 이제는 더 이상 내재가치에 비해 시장에서 저평가된 주식으로 볼 수 없는 경우도 많은게 사실이다. 하지만 훌륭한 경영진과 건실한 기업경영의 블루칩 기업들은 계속해서 투자자들을 끌어들일 것이다. 투명한 기업경영과 경영권에 상응하는 책임경영은 외국인 투자자들과 한국투자자들에게도 중요한 이슈다. 특히 한국의 개인투자자들도 소액 주주의 권익 보호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그린스펀 미연방 준비위장이 오는 8월말 금리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올해 중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과 폭, 그리고 이것이 한국 증시를 포함한 아시아 증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는가.『미 연방준비은행에서 곧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 인상이 한국을 포함한 신흥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심각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신흥시장은 모든 여건이 무르익어 활황 장세를 바로 목전에 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몇몇 신흥시장이 조정상태를 거치긴 했지만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건데 신흥시장의 활황세는 평균 2~5년 지속될 것이다. 또한 한국을 포함한 신흥시장 전반에서 금리가 매우 낮아졌기 때문에 미국의 금리 인상은 그다지 큰 여파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 가능성에 대해 전망한다면.『중국 정부가 위안화를 절하할 가능성이 높다. 위안화를 미 달러화와 구매력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현재 적정한 수준이라고는 판단되지만 중국 정부는 수출, 특히 대미 수출 신장을 위해 과거에도 사전조치 차원에서 위안화를 평가절하한 적이 있다.』▶ 템플턴은 5년 이상 장기 투자하는 걸로 유명한데 한국 증시에 투자한 자금의 평균 매매회전율은 얼마나 되는가. 그리고 얼마 정도 이익을 내면 매매차익을 실현하는가.『템플턴은 장기 투자자이며 보통 5년 이상의 투자 기간을 염두에 두는게 사실이다. 전세계 시장을 통틀어 우리의 투자회전율은 연평균 20% 이하다. 우리는 주식의 가격 자체 보다는 그 기업의 가치 대비 가격을 중시한다. 어떤 회사가 실제 기업 가치보다 주가가 지나치게 높아져서 더 이상 주가 상승이 기대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 주식을 매도하고 더 나은 바겐(실제 가치에 비해 시장에서 저평가된 종목)을 매입한다. 같은 원리로 어떤 기업의 주가가 꾸준히 상승했는데 그 기업의 수익도 비슷한 비율로 상승했다면 이런 기업의 주식은 계속 보유한다.』▶ 현재 한국 주식 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자금의 규모는 얼마이며 주요 보유종목은 무엇인가.『내가 직접 운용을 담당하고 있는 펀드의 한국 투자금액은 13억달러 정도다. 프랭클린 템플턴 그룹 전체로 보면 이 금액보다 많다. 보유종목 상위종목으로는 한전 삼성전자 하나은행 제일제당 조흥은행 쌍용정유 삼성전관 LG전자 아세아 시멘트 삼성중공업 순이다.』▶ 투자 종목을 선정할 때 참고하는 투자지표는 무엇인가.『투자를 결정할 때 주로 보는 것은 경영진, 수익성, 재무제표이다. 경영진이 얼마나 유능하고 능률적인가, 얼마나 주주들의 가치와 소액 주주의 권익에 신경을 쓰는가를 살펴본다. 또한 수익성이 얼마나 꾸준히 지속될 기업인가, 앞으로의 수익성 증가 가능성은 어떠한가, 재무제표가 얼마나 건전한가, 자산을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는가를 투자결정 고려사항으로 본다.』▶ 템플턴이 한국 투자에서 벤치마크로 삼는 지수는 무엇이며 올해 한국 투자성과가 벤치마크 지수를 상회하고 있는가.『우리가 한국 투자의 벤치마크로 삼는 지수는 MSCI와 IFC Korea Index이다. 올해들어 우리 그룹의 한국 펀드는 벤치마크 지수를 약간 밑돌고 있다. 그 이유는 유동성장세에서 주가상승을 견인했던 종목들중 상당수를 보유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종목들중 상당수가 이미 실제 가치에 비해 주가가 너무 올라 펀더멘탈 기준으로 봤을 때도 주가가 고평가되어 있었기 때문에 편입하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의 가치중심적인 투자 방식이 장기적으로 더 나은 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